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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과 낙동강을 따라가면서 '4대강' 공사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현장르포 시리즈인 "4대강, 충격 현장 - 강물편"인 <강물은 정체되고 썩어가고 있었다>와 "4대강, 충격현장 -  농지편"인 <농지는 오니로 매립되고, 동물은 쫓겨나고>에 이어 "4대강, 충격현장 - 오니편"을 올려봅니다.

 

이것이 바로 낙동강 오니다

 

지난 22일 달성보 공사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대구시 달성군의 성산대교에서부터 제방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서 본 낙동강에서 제일 먼저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이 '오니토'였다. 육안으로도 시커멓게 보이는 흙들이 강변에 엄청나게 매립되고 있었고, 수많은 굴착기들은 강바닥에서 그 회색빛의 뻘과 같은 오니토를 긁어내기 바빴다.

 

그 이후로 합천보까지 내려가는 내내 똑같은 광경들이 지겹도록 이어졌다. 이런 지경이니 낙동강물의 색이 회색빛을 띨 수밖에 없는 까닭은 분명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낙동강물은 회색빛으로, 강물이 부패하고(위 현장르포 - 강물편 참조)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했고, 이전의 맑았던 물의 흔적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한편 달성보는 어떤 곳인가? 이미 보 공사현장에서 오니층이 다량 발견되어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았던 곳이다.

 

지난 <한겨레> 2월 10일자 <낙동강 오니는 재앙의 마지막 경고>란 기사는 "낙동강지키기 부산본부는 '금호강 하류 달성보·함안보 오니 퇴적토는 과거 금호강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100ppm이 넘었던 때 공장폐수와 가정하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어 퇴적된 토양으로, 달성보 가물막이 안 일부 퇴적토에서 7개 중금속이 검출되었고, 이 중 독극물인 비소와 수은이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강창보 인근이고, 바로 그 아래에 달성보가 있다. 과거 금호강은 70~80년대 대구 섬유산업이 호황을 이루던 때 나오는 각종 오폐수들이 그대로 유입된 강으로 악취가 풍기는 썩은 강이었다. 어린시절을 금호강에서 보낸 필자는 금호강이 망가져가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썩은 강물이 과거 그대로 낙동강으로 유입되었던 것이고, 보도대로 그때 형성된 수많은 오염원들이 강 속에 침전되어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오니토이다.

 

그런데도 무대책으로 이를 파헤치는 것은 마치 죽음의 봉인을 여는 것과 같다. 무모하게도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장밋빛 '행복4강'이란 구호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것인가? 정말 이것이 누구를 위한 4대강사업이란 말인가?

 

그 현장의 모습을 공개해 본다. 

 

낙동강의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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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우리들의 기도로 이 생태적 재난을 극복하자

 

이 낙동강의 오니토는 위 <한겨레> 기사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한때 금호강이 엄청나게 부패했을 때 쌓였던 오염원들이 켜켜이 퇴적되어 만들어놓은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강바닥에서 이들을 굴착한다는 것은 강물 속으로 그 옛날 오염원들을 그대로 풀어놓는 것과 같다.

 

정말이지 위험천만한 일이다.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이 된 이 오니토를 다시 끄집어내면서 발생하는 오염원들은 그대로 다시 강물 속으로 흘러들고, 이 물을 부산·경남 사람들은 식수로 사용한다. 낙동강변을 따라 가면서 본 강물은 지난 현장르포에서 보여드린 바처럼 이미 상당 부분 오염이 된 듯했다. 이대로 계속해서 공사가 강행될 경우 강물은 더욱 썩어들어가고,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수생물들이 죽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뿐인가? 이 낙동강물로 농사를 짓는 농작물도 병들고 오염이 될 것이며, 서식처와 마실 물을 잃은 동식물들도 쓰러져 갈 것이다. 생태적 재앙이자 재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본바 오염대책은 거의 없어보였다. 이렇게 무모하게 강행되는 것이 이 '4대강 사업'인 것이다.

 

 

과연 이것을 보고만 있어야만 하는가. 다행히 26일자 <한겨레>와 <경향>은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서울지역 성당들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기 시작했다는 보도와 25일 조계종에서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지금 종교계가 움직이고 있다. 4대 종단이 술렁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환경의 세기란 21세기에 이 땅에서 이렇게 기막힌 생태적 재난을 일으키고 있는데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부디 시민들의 이런 기도와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생태적 재난을 반드시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원해본다. 그 길은 분명 이 4대강 삽질을 멈추는 그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오니, #낙동강, #4대강사업, #달성보,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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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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