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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충격 현장고발 - 강물편"인 "4대강 충격 현장고발, "강물은 정체되고, 썩어가고 있었다""에 이어 "현장고발 - 농지편"을 올려봅니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거의 모든 강변에서 벌어지는 공사현장은 낙동강의 8개 보 공사를 오히려 '작은 일'로 보이게 할 정도였습니다. 강변의 숲과 농지 그리고 습지를 모두 초토화시킴으로써 생태연결망을 완전히 단절시켜 놓으려 하는 듯한 마구잡이식 굴착과 매립의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고, 대재앙의 서막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 현장을 공개해봅니다.

달성군 도동2리의 낙동강변의 한 농지에 심겨진 양파밭이 밭째 오니로 추정되는 진흙으로 뒤덮히고 있는 처참한 광경이다
▲ 오니 양파밭 달성군 도동2리의 낙동강변의 한 농지에 심겨진 양파밭이 밭째 오니로 추정되는 진흙으로 뒤덮히고 있는 처참한 광경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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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의 색깔과 같은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에서 본 죽음의 그림자

지난 22일 지율 스님과 다시 동행해서 돌아본 4대강사업 현장인 달성보에서부터 합천보까지의 낙동강물은 거의 정체되어 섞어가고 있는 듯했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니로 보이는 진흙, 그리고 오염방지시설을 거의 갖추지 않고 굴삭기로 마구 파헤치고 있는 낙동강의 강물은 전 구간이 오니의 색깔을 닮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정말 그 빛깔은 죽음의 색을 띄고 있었다.

곳곳의 강변에선 바로 파낸 오니로 보이는 진흙들로 강변의 밭들은 메워지고 있었고, 굴삭기가 춤추고 있는 강물은 그대로 오니의 빛깔이었다. 그토록 우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죽음의 굿판이 따로 없었다. 수많은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뒤집고 올라올 것만 같아 그곳에 있기가 너무 불편했다.     

낙동강의 주인이 굴삭기인 듯 강가에 도열한 굴삭기들이 주변에 오염방지시설도 하지 않은 채 강바닥을 마구 긁어내고 있었다
 낙동강의 주인이 굴삭기인 듯 강가에 도열한 굴삭기들이 주변에 오염방지시설도 하지 않은 채 강바닥을 마구 긁어내고 있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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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지율 스님은 연신 "어떻게 이럴 수 있지요?"를 토해내며, 울분을 삭일 수 없는 듯 숨 가쁜 언어들을 토해낸다.

"달성보를 지나면 그 이후의 낙동강변은 거의 사람들이 다니지를 않아요. 이곳은 오고 가는 차도 많이 없고, 또 제방을 이렇게 높혀 놓아서 강이 보이질 않아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저 사람들이 이렇게 끔찍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정말 그랬다. 그 현장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전쟁터가 이럴까 싶었다.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농민들과 동식물들에겐 전쟁터나 다름없어 보인다. 아니 얼마 전 남미를 강타한 대지진의 현장을 보는 것처럼 처참했다.

그 현장의 모습을 보고 울분을 삭일 수 없이 걷고 있는데, 매립을 피해 조금 남은 덤불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고라니 한쌍이 우리의 인기척에 놀라 달아난다. 허연 속살을 드러낸 것 같은 모래투성이 공사장을 놀란 가슴으로 뛰어간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는지? 그렇게 쫓겨 가는 뒷모습이 슬프다.

강가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아직 매립을 피해 조금 남아 있는 덤불숲에서 쉬고 있던 고라니 한쌍이 인기척에 놀라 마구 파헤쳐진 강변을 내달리고 있다
▲ 공사장의 고라니 한쌍 강가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아직 매립을 피해 조금 남아 있는 덤불숲에서 쉬고 있던 고라니 한쌍이 인기척에 놀라 마구 파헤쳐진 강변을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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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라니가 사라진 그곳을 한동안 응시하고는 길을 다시 나섰다. 도동서원으로 가는 고갯마루 길목에 나오는 다림재에 오르자 저 아래로 도동서원이 있는 마을이 훤히 조망된다. 그곳에서 낙동강과 어우러진 도동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고, 이내 다다른 도동은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다. 앞으로 낙동강이 흘러가고, 작고 아담한 서원은 저 낙동강과 아래 들판을 굽어보면서 서 있었다.

그런데 이젠 아마도 도동서원에서 바라다보는 낙동강의 모습도 바뀔 것이다. 강의 모든 구간에 걸쳐서 굴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곳 또한 인공의 쓸쓸한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을 조금 지난 낙동강변은 아수라장이었다.

양파가 심겨진 밭을 오니로 메우고 있는 처참한 현장

도동2리, 이곳은 예로부터 양파농사를 많이 짓는 곳인 듯했다. 그래서 강변의 농지엔 양파가 심겨진 밭이 일부 보였고, 나머지는 거대한 모래더미로 이루어진 살벌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너무나 쓸쓸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강둑에서 바라보니 한 농부가 모래더미 사이의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래더미 앞으로 겨우 살아남은 400여평의 양파밭은 한 농민이 그나마 지켜보려고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안쓰러운 현장이다
▲ 아직은 살아남은 양파밭 모래더미 앞으로 겨우 살아남은 400여평의 양파밭은 한 농민이 그나마 지켜보려고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안쓰러운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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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였다. 올해 58세의 그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양파농사를 지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4대강 사업' 때문에 그 너머 3000평의 밭에 심어놓은 양파는 이미 묻혀버렸다 했고, 지금 남은 이 400평 밭이라도 건사해보려고 김을 매고 계셨다.  

"보상은 좀 받으셨어요?"란 필자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말씀하신다.
"우리는 세금을 내지 않아서 보상도 한푼 못 받았어요"

그랬다. 하천부지 경작에 따른 '하천부지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은 농민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고, 그 세금을 납부한 농민은 그에 따른 보상을 어느 정도는 받았다는 것이다. "양파 씨값만도 한 되에 100만원입니더, 1500평에 두 되의 씨가 들어가고, 여기 비닐값과 양파 심을 때 드는 인건비를 다 합치면 600만원은 들었는데, 그것을 몽땅 날려 버렸어예" 하시며 긴 한숨을 토해내신다.

양파밭의 여성 농민이 온몸을 기다시피 하며 양파밭을 다듬고 있다
 양파밭의 여성 농민이 온몸을 기다시피 하며 양파밭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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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매립되지 않은 이 땅만이라도 수확을 해보고자 온몸을 기어가면서 김을 매고  있는 그 아주머니가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는지 지율 스님은 자신을 밝히고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을 잡았다.

그제서야 스님을 알아본 아주머니는 모자를 집어던지고는 "아이고, 살아 계셨네예, 살아 계셨서, 저는 종교는 없지만두 스님이 꼭 살기를 바랬심더"하고는 이내 울음을 울먹이는 모습에 콧잔등이 시큰해져왔다. "(이 강변을) 꼭 지켜 볼게요." 스님은 잡은 손에 힘을 한번 주시고는 일어섰다.

4대강 현장의 지율 스님이 강변 농지의 양파밭을 손질하고 있는 여성 농민의 손을 맞잡고, 4대강 공사에 따른 안타까운 사연에 서로 위로를 하고 있다.
▲ 지율과 농민 4대강 현장의 지율 스님이 강변 농지의 양파밭을 손질하고 있는 여성 농민의 손을 맞잡고, 4대강 공사에 따른 안타까운 사연에 서로 위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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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셨네예, 살아 계셨어" 하는 아주머니의 소릴 뒤로 하고 우리는 모래더미가 쌓인 그 너머 강변을 향했다. 그 모래더미가 쌓은 곳은 감자를 파종할 땅이라고 한다. 아직 감자는 파종을 안 했기에 그 밭들에는 모두 모래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강가에 다다르자 굴삭기는 열심히 강바닥을 긁어내고 있었고, 오니로 보이는 뻘층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 뻘층을 파내면서 나오게 마련인 회색빛 물은 그대로 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는 내내 본 강물은 모두 오니의 색깔을 닮은 회색빛이었다.

지율 스님이 낙동강변에서 오니로 보이는 진흙덩이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
 지율 스님이 낙동강변에서 오니로 보이는 진흙덩이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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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장을 보고는 스님은 연신 "대단하네, 대단해요. 온 국토를 사막으로 만들고 있어요. 사막!" 하신다. 그런데 그 모습보다 더 충격적인 모습을 우리는 목격했다. 그 회색빛 뻘층을 모래와 섞어 주변의 양파가 심겨진 농지에 그대로 덮어씌우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급해, 이리 쫓기듯 공사를 하는 것인가?

이미 파종을 다해서 잘 자라고 있는 양파밭을 밭째 그대로 그 시커먼 진흙더미들로 매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숨이 컥 먹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말이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차곡차곡 심겨진 양파를 수확할 그 몇달을 못 기다려주고, 이 미친 '4대강 공사'란 것을 도대체 해야 하는 것이란 말인가? 이것이 그리 급한 것이란 말인가?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이리 쫓기듯 공사를 강행해야 한단 말인가?

양파밭이 오니로 보이는 진흙으로 뒤덮히고 있다
 양파밭이 오니로 보이는 진흙으로 뒤덮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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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다'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밭에 심겨진 양파들은 농민들에겐 자식들과 같은 존재인데, 단지 돈 몇푼으로 보상하고는 그냥 쓸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면 너무 아득해진다.

이런 미친 짓을 아무 주저함 없이 행하는 것이, 이 미친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이명박 정부인 것이다. 그 핵심에 바로 MB 그분이 계신 것이다. 이 업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시는가? 제발 이런 현장에 한번만이라도 나가 보시라고 외치고 싶다. 그래서 이 죽음의 현장을 직접 둘러본 연후에도 "4대강 사업은 생명과 생태 운운" 하는 소리가 나오는 확인해보고 싶다. 그는 정말 천벌을 받을 것이다. 현장에 가보면 기가 막히고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는 광경들이 이렇게 펼쳐져 있다.

오니로 보이는 진흙층에서 흘러나온, 회색빛 진흙물이 고랑사이로 흘러들고 있다
 오니로 보이는 진흙층에서 흘러나온, 회색빛 진흙물이 고랑사이로 흘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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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4대강 사업이다. 농민들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을 앗아 가는 것이 이 미친 사업인 것이다. 그리고 이 살벌한 풍경이 합천보까지 가는 내내 벌이지고 있는 모습이니, 이것은 이 땅의 환경과 생태계의 총체적 파괴 사업인 것이다. 도저히 눈 뜨고 지켜볼 수가 없는 죽음의 현장인 것이다.  

<끝>

아래는 이미 사라졌고 곧 사라질 낙동강변의 농지들입니다. 벌써 푸릇푸릇한 새싹이 다 올라온 보리밭들과 양파밭들이 너무 애처로워 보입니다. 과연 저 들판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은 어떨지 저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곧 매립이 될 보리밭이 한껏 파릇파릇한 기운을 올려놓고 있다. 마지막을 불사르려는 듯.....
▲ 공사장의 보리밭 곧 매립이 될 보리밭이 한껏 파릇파릇한 기운을 올려놓고 있다. 마지막을 불사르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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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매립될 양파밭에서 양파들의 어린 싹이 안쓰럽게 자라고 있다
▲ 공사장의 양파밭 곧 매립될 양파밭에서 양파들의 어린 싹이 안쓰럽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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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강변 농지, #오니,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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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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