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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글쓰기에 관한 질문을 하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고 한다.

 

"나비의 날개 위에 무엇이 있든, 매의 깃털이 어떻게 배열되었든 그것을 보여주거나 그것에 관해 말하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칼럼리스트 래리 W.필립스가 바로 이 작가의 속내를 샅샅이 긁어모았다. 그의 소설, 편집자와 친구, 동료 작가들에 보내는 편지, 인터뷰 그리고 기획 기사에 이르기까지.

 

말년의 헤밍웨이가 문학과 창작에 대해 언급한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하나의 벽화가 탄생했다. 헤밍웨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다. 오로지 진실만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게다.

 

알기 전에는 쓰지 말고, 알고 난 후에는 지나치게 많이 쓰지 말라.(32쪽)

좋은 책은 모두 실제보다 더 진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야기가 모두 나에게 일어난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138쪽)

개인적인 비극은 잊어버리게. 우리 모두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이네.(중략) 지독한 상처를 입으면 그걸 활용하게. 숨기려 들지 말고.(152쪽)

 

진실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엮은이는 대문호 헤밍웨이의 글을 모았다. 독자들은 그가 엮은 책을 읽으며 작가가 뱉어놓은 창작의 세계를 횡단한다. 그 모든 게 노력이다. 땀방울이 모이는 곳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헤밍웨이의 흔적들을 추적하는 이 책읽기는 그러므로, 그의 세계관에 잘 들어맞는 작업이다. 헤밍웨이의 글쓰기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이 짧은 글들을 조합하여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애쓴다. 그것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20세기 최고의 작가 헤밍웨이를 탐구하는 이색적인 모험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낚시를 좋아했다. 멋진 수염을 길렀다. 종군기자였고 사냥꾼이었으며, 권투선수였다. 지독한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렸다. 마초라 불렸던 그는 네 번의 결혼을 비롯한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냉철하고 엄격했기에 온갖 질환으로 무너져 내리는 스스로의 몸을 견딜 수 없었다.

 

말년에는 망상과 불면증을 동반하는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엽총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1961년 7월 2일이었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생활 방식을 글에 그대로 담았다. 그는 형용사를 믿지 않았다. 그는 주어와 동사로만 된 문장을 원했다. 그의 글은 언제나 핵심에 날카롭게 꽂혔다. 칼날은 상대방만 베어낸 게 아니었다. 결국 던진 작가 자신도 그만큼 커다란 멍을 안고 있었으니.

 

모든 예술은 개인에 의해 행해진다. 개인이면 충분하다. 무리는 동료를 실패자로 분류하는 일만 할 뿐이다.(77쪽)

 

그는 무리에 휩쓸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았다. 평론가들을 끊임없이 비웃으며 헤밍웨이는 오로지 자신만의 글쓰기에 집중했다. 그는 고독한 승부사였다. 작가들은 각자의 세계를 종이나 모니터 화면에 수놓는다.

 

그들이 유려하게, 때로는 둔탁하게 찍는 점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그림이 된다.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독자들은 그 세계에 들어와 조약돌, 바람, 빛, 별- 그 모든 것에 귀 기울인다. 때로는 보듬고, 때로는 파괴한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에서 작가와 독자는 서로에게 악수를 내민다.

 

1961년 7월 2일. 헤밍웨이는 자살했다. 소멸해가는 자신의 육체를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그가 남긴 글들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독자가 책을 펼칠 때마다, 그것이 어디든 간에. 손가락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더듬어가며 소리 내어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이렇게 글로 옮길 때마다 그의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쿵쿵, 하고 들려온다.

 

먼 산에서 퍼지는 아려한 종소리 마냥 한참을 귓가에서 울리다가 다시 다른 한 발을 뗀다. 거기엔 진실이 있다. 아니다. 그 길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미 진실은 발자국 사이사이에 있다. 우리는 그저 그 길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헤밍웨이의 글쓰기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이혜경 옮김, 스마트비즈니스(2009)


태그:#헤밍웨이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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