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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비가오는 와중에서도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영업시간제한! 주1회정기휴점!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비가오는 와중에서도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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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명동거리 한 건물 처마 밑에 여성노동자들의 사진들이 죽 나열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사진 속 키가 작은 아줌마는 발 아래 발판을 놓고도 매대 윗부분까지 손이 닿지 않아 안간힘을 쓴다. 매캐한 연기를 마시면서도 항상 손님들 앞에서는 웃어야 하는 주차관리요원들도 있다. 1년여에 걸친 '서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의자를' 캠페인 덕분에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계산대 앞 물건들의 바코드를 찍는 여성노동자의 사진도 있다. 우산을 들고 지나던 시민들이 사진 속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에 눈을 돌리면서 잠깐씩 멈춰 선다.

대형유통업체들간의 자존심 싸움에 노동자들만 죽을 맛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명동일대에서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과 주1회 정기휴점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빗속의 선전전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명동일대에서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과 주1회 정기휴점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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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주년 3·8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이 4일 오후,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여성노동자, 존중이 필요한 Day!'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시간을 늘리고 정기휴점제를 축소하는 가운데 고통받고 있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려냈다.

이마트 구로공단점 등 대형할인점의 경우 기존 22시였던 폐점시간을 23시로 슬그머니 늘리더니 아예 24시간 영업으로 돌아섰다. 지난 2005년 2월, 롯데마트 구로점이 문을 열면서 기존에 근처에 있던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 빅3의 경쟁이 시작된 것. 이들 빅3의 자존심 대결은 제살 깎기식 할인행사를 넘어 고객편의를 앞세운 영업시장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민정 여성국장은 "심야시간에는 마트가 휑할 정도로 영업이 되지 않는데도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오로지 경쟁사간 자존심 싸움 때문"이라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듯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와 그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는 백화점문 안 여는 날들

이미 서비스 노동자들은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문은 10시 반에 열지만 노동자들은 그보다 1시간 이상 빨리 출근한다. 퇴근 역시 백화점이 문 닫는 8시가 아니라 매장 정리 후 9시가 다 돼 이루어진다.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던 엘카 코리아지부 지부장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휴일엔 다른 것을 할 엄두도 안 난다. 쉬기도 벅차다"면서 휴식 없는 서비스노동자의 생활을 토로했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들은 영업시간을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다. 매주 정기 휴점을 하던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1997년 IMF를 겪으면서 월 1회로 휴점 횟수를 줄이더니 최근에는 아예 휴점일을 없애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오후 8시까지 였던 영업시간을 9시로 늘리는 백화점이 늘고 있고, 아예 야간에 VIP고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 등을 수시로 진행해 폐점시간이 있으나마나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한 참가자는 "휴점일도 줄고 인력도 부족해 평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쉬는 것도 반납하는 분위기"라며 영업시간 연장이 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백화점뿐 아니라 설날, 추석 당일을 제외하곤 아예 휴점을 하지 않는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에서도 서비스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처럼 호응 얻을까

서비스연맹 조합원이 명동일대에서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 빗속의 선전전 서비스연맹 조합원이 명동일대에서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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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도 "영업시간 연장 싫어요. 주1회 휴점 좋아요"를 외치는 속사정이 여기에 있었다. 물론 이들의 외침이 빗속을 뚫고 현실이 되기 위해 남겨진 숙제는 있다. 국민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냐는 것. "서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도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데 선뜻 동의해 준 '고객'으로 떠받들어지는 국민들이 "서비스노동자도 쉬어야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더 좋아진다"는 서비스노동자들의 외침에 얼마나 고개를 끄덕여줄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매주 목요일 대형유통매장의 영업시간 제한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6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또한 3월6일 오후3시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3·8 세계여성의 날 102주년 전국여성대회에서는 다른 많은 여성의 권리들과 함께 "우리도 쉬고 싶다. 여성노동자의 노동도 존중하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여성노동자도 존중이 필요하데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월간 <노동세상> 홈피(www.laborworld.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비스연맹, #여성의날, #영업시간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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