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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대 명절이라고 하여 설과 추석, 그리고 정월대보름과 동지를 가장 큰 날로 쳤다. 이날 전에 서는 5일장들을 모두 '대목장'이라고 부른다. 대목장은 아무래도 그 절기에 맞는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대보름에 서는 장들은 밤, 호두, 잣, 땅콩 등의 부럼과 오곡밥의 재료 그리고 시래기를 비롯한 아홉 가지 나물이 주를 이룬다. 이날은 아홉 가지 나물을 해서 오곡밥을 아홉 번 먹어야 좋다는 속설이 있다.

 

5일장의 신바람

 

 

5일장이라고 모두 우리 농산물로 알면 안 된다. 5일장에도 외래 농산물들이 판매가 되고 잇기 때문에, 구입을 할 때는 반드시 확인을 해보아야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가끔은 외래농산물을 우리 것으로 알고, 잘못 구입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꼭 5일장이 아니라고 해도 전통시장을 가면, 대보름 부럼이나 나물을 장만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장에 가서 부럼 등을 살 때 가격비교를 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30% 정도 싸게 구입을 할 수 있다. 5일장에 가면 40~45% 정도가 대형마트보다 싸게 구입을 할 수 있으니, 가까운 곳에 5일장이 선다면 한번 찾아가 볼 만하다.

 

"나, 5일장에서 부럼 판 지 20년이여"

 

 

아침 일찍 여주 가남장으로 향했다. 1일과 6일에 서는 가남장.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8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는데, 그 시간까지 장이 다 서지를 않았다. 어제 내린 비로 사람들이 일찍 점포를 펴지 않은 듯하다. 딴 때는 보이지 않던 대보름 소요 물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에서 부지런히 물건을 정리하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

 

"할머니 오늘이 대목장인데 많이 파실 것 같으세요."

"오늘은 많이 팔아야지. 어제 여주장인데 비가 오는 바람에 망쳤어."        

"오늘은 날이 좋아 많이들 오시겠네요."

"그래야 할 텐데."

 

대답을 하시면서도 연신 손은 쉬지를 않으신다. 자루마다 각종 마른 나물이며, 부럼이 가득하다. 먼저 열어 놓으신 땅콩 한 되를 샀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그건 알아 무엇 하려고?"

"그저 궁금해서요. 아직 젊으신 것 같아서요."

"나 올 해 칠십여."

"그런데도 정정하세요. 그렇게 안 들어 보이세요."

"그런 말 마 이제 다 늙었어. 벌써 장으로만 20년째야."

"어디를 다니세요?"

"여기 가남장, 그리고 여주장, 이천장, 장호원장을 한 바퀴 돌고 하루 쉬지"

"오늘 많이 파세요."

 

5일장에는 역시 덤이 최고야

 

 

덤이라고 한다. 물건을 사면 조금 더 집어 주는 것을 말한다. 덤을 받으면 그것이 많든 적든 기분이 좋다. 5일장에서 가장 신나는 것은 역시 수북이 집어주는 덤이다. 밤 한 되를 샀는데, 몇 주먹 그득하게 집어서 주신다.

 

"이렇게 파시면 손해 볼 텐데요."

"손해는 무슨 손해, 그게 다 정이지.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마수걸이를 했으니, 오늘은 많이 팔 것 같아."

 

아직도 훈훈한 정이 넘치는 5일장이다. 부럼을 사서 대보름 날 아침에 그것을 깨물면 부스럼이 나질 않고, 이가 단단해 진다고 한다. 이명주라고 하는 귀밝이술을 한 잔하면 소리를 잘 듣는다고 한다. 대보름에는 '더위팔기'라는 것도 있다. 사람을 불러놓고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하면, 그 해는 더위를 덜 탄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참 많이도 더위를 팔았다. 이런 속설이 가장 많은 대보름이다. 그래서 대보름은 흥이 난다.

 

올 대보름에는 부럼도 많이 깨물고,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해서 한 상 차린 후, 지인들과 함께 귀밝이술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대보름 한마당으로 달려가 장치기며, 줄다리기, 기싸움에 달집태우기까지 마치면, 올 한 해 정말로 신바람 나는 한 해가 될 것만 같다.


태그:#대보름, #5일장, #가남장, #여주, #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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