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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년 만에 이명박 정권은 엄기영 MBC 사장을 내쫓았다. 정연주 KBS 전 사장을 내쫓은지 1년 6개월만이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연주와 엄기영을 내쫓았기 때문이다. 정연주 전 사장을 내쫓은 후 KBS는 <KTV>와 한 번씩 헷갈릴 정도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적극 홍보하고, 성과가 있으면 뉴스 시간뿐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까지 동원했다. 물론 정권에게 부담되는 것은 짧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MBC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장악한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엄기영 사장을 내쫓기 위해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압박 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떠나는 엄기영 사장 얼굴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재열 기자가 찍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떠나는 엄기영 사장의 모습은 이명박 정부 바람대로 MBC 장악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은 엄기영 사장 사퇴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사퇴반대 서명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고리언 'Young-iRiS' <엄기영 MBC 사장님의 사퇴를 반대합니다!>

엄기영 사퇴를 반대하는 다음 아고라 서명운동
 엄기영 사퇴를 반대하는 다음 아고라 서명운동
ⓒ 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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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iRiS'은 "손석희 교수 <100분토론>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면 등등 여러가지 청원을 올렸으나 지금 청원이 가장 중요한 때"라며 이번 일은 "이 나라의 근간을 휘둘르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Young-iRiS'의 청원 서명 운동에 대해 '안지성'은 "이번 일로 MB가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 줘야 할 것이라"며 "언론이 죽은 사회는 더 이상 자유가 없는 사회입니다. 모두 일어나자"고 말했다. '하모닉마이너'는 "행동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이제는 단순히 말이 아니라 삶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호소했다.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한 다음 <view> 반응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한 다음 <view> 반응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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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다음 <VIEW> 블로거들도 엄기영 사장 사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블러거 '밥이야기'는 <엄기영 사퇴,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을 남겼다면?>라는 글을 통해서 신경민 전 앵커가 8일 <뉴스데스크>를 진행해 클로징멘트를 했다면 아래와 같이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MBC 엄기영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퇴는 자발적 사퇴가 분명 아닙니다. 권력에 강요된 해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나가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사 선임권, 경영 간섭 등 그동안 MBC흔들기에 나섰던 사람들의 압력이 결국 오늘의 사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MBC는 지난 권위정부 시대에도 방송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MBC는 시청자들에게 바른 볼거리와 알 권리를 위해 18년(1992) 전의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딴지일보'는 'MBC 엄기영 사퇴의 본질은 이것이다'는 글에서 방문진을 '송국 잠그고 상떠는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지방선거가 시작된 마당에 MBC를 그대로 둬선 안되겠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어차피 욕 먹을 거 하루라도 빨리 먹는 편이 낫겠다라는 무식한 용기의 발로인지, 이번엔 아예 방송국 문도 잠그지 않고 국민들 보는 앞에서 대놓고 칼을 휘둘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나 하나쯤은' 하는 안일한 세계를, '내가 나선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비관론적 세계를 과감히 파괴할 수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에 새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며 그리고 나서야 신에게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니, 그 신의 이름은 부끄럽게도, 슬프게도 그 옛날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고 또 불렀던 그 자유와 민주주의다"며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더이상의 말이 무의미해짐을, 더이상 컴퓨터 앞의 분노가 부질없는 짓임을 느낀다. 이 땅에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음이 견디기 힘든 굴욕이고 모욕임을 깨닫는다"며 "다시금 촛불을 들자"고 주장했다.

그렇다. MBC가 KBS가 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시청자들과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권력이 아무리 MBC를 장악하려고 해도 MBC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힘을 합하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태그:#엄기영,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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