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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
ⓒ KBS <추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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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최고시청률 34.6%(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인기 몰이중인 <추노>, 하지만 9회를 본 시청자라면 제작진에게 단단히 속았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무더기 죽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방송 9회만에 언년이(이다해 분)의 호위무사 백호(데니안 분)를 비롯해 명나라 내시부 출신의 암살자 윤지(윤지민 분) 그리고 천지호(성동일 분)의 추노꾼 부하 등이 죽음으로 극에서 하차한 것이다.

가수 데니안이 연기해 화제가 되었던 백호는 극중, 이대길(장혁 분)의 목숨을 위협하다 최장군(한정수)의 창에 죽음을 맞았다. 또 윤지민의 열연이 빛났던 윤지도 언년이(이다해)의 목숨을 노리다가 송태하(오지호)에 의해 운명을 달리한다. 어디 이뿐인가.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던 천지호 패거리도, 천지호를 남겨둔 채 모두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극의 끝, 적어도 후반부까지 갈 줄 알았던 비중 있는 인물들이 가차 없이 죽은 것이다. 이는 개성 있는 조연급은 끝까지 살아남는(?) 우리 드라마의 풍토를 볼 때 신기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이름 좀 있는 배역이다 하면, 질긴 생명력으로 끝까지 살아남게 했던 타 사극의 사례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동안 드라마 작품 속 조연 살리기가 작품성에 흠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추노> 조연들의 극적인 그리고 적절한 죽음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추노>에서 선보인 죽음의 미학은 완소 드라마로 평가받는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듯 보였다.

<추노>, 죽음과 반전의 미학을 선보이다
<추노>에서 놀라운 반전을 선보인 인물 곽한섬(조진웅 분)
 <추노>에서 놀라운 반전을 선보인 인물 곽한섬(조진웅 분)
ⓒ KBS <추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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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일은 하나 더 있다. <추노>속에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추노> 9회에 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배신 등 못된 짓만 골라했던 악역이 알고보니 엄청난 반전(?)을 숨겨둔 착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반전의 중심에는 제주도 포졸 곽한섬(조진웅)이 있다. 그는 과거, 훈련원 참판이던 송태하(오지호 분)의 충실한 부하였다. 청나라와의 전쟁 중에는 "제가 항상 선봉에 섰습니다"라며 뜨거운 충성심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일당 백은 될 듯한 그의 건장한 체격만큼, 그의 충심도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곽한섬은 상관인 송태하와 도둑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옥에 갇히게 되자,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하고 만다. 상관의 지시로 국가의 곡식을 빼냈다는 것이다. 송태하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려는 반대파의 음모에서 그는 상관인 송태하를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배신을 한 것이다.

목숨을 구걸하는 곽한섬의 장면은 충성심 어린 과거의 모습과 대비되어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 이 탓에 송태하와 부하들은 노비로 전락한다. 송태하를 거짓 밀고한 곽한섬은 그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고 제주도에서 세손 석견을 감시하며 포졸 생활을 하게 된다.

'상관을 팔아넘긴' 배신자 곽한섬에게 자긍심 높던 훈련원 교관 출신이라는 과거는 사라진지 오래처럼 보였다. 제주도에 유배된 세손과 궁녀에게 농을 일삼으며 생활하는 그의 모습은 악역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곽한섬이 '제주도 배신 돼지'라는 별명이 붙은 것만 봐도 그의 배신이 얼마나 밉상스런 행동이었는지를 알게 한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송태하가 제주도로 세손 석견을 구하러 가면서 배신자인 곽한섬을 처단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또 기대했다. 

가슴 뭉클한 <추노>의 반전, 제작진에게 단단히 속았다

그런데 <추노>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이런 순진한 예상을 여지없이 깨트렸다. 트릭이었다. 알고보니 곽한섬은 상관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상관의 밀명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송태하의 명령에 따라 태하를 거짓 밀고 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그 이후 세손 석견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에서 포졸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높던 자긍심도 다 버리고 오로지 충성심 하나만으로 중책을 감당하며 배신자란 '오명'을 홀로 뒤집어 썼던 것이다. 다가올 위기의 순간을 대비하며, 자신의 상관인 송태하(오지호)에게 몰래 표식을 남겨두고 도망가는 그의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세손을 죽이러 황철웅이 제주도에 오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그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세손을 감시하는 제주도 관군을 없애고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가슴 뭉클한 <추노>의 반전, 제작진에게 단단히 속은 것이다. 하지만 생뚱 맞다거나, 기분 나쁜 속음은 아니었다. <추노>를 통해 반전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감동이었기에 그 여운은 더욱 컸다. 다음엔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손에 땀을 쥐며 <추노>를 기다리는 이유다.


태그:#추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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