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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바꿔! 동네정치' 제하의 공동 기획을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우리동네 의원이 일 년에 쓰는 돈은 얼마일까? 마포구의회에서 2009년 한 해 동안 쓰는 돈은 29억9015만2000원이다. 마포구에 18명의 구의원이 있으니 구의원 한 사람이 1억6612만원을 쓰는 꼴이다. 물론 이 돈에는 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 31명의 공무원 인건비 등 경상비와 활동비를 포함돼 있다.

의원 한 사람에게 직접 지출되는 돈은 얼마일까? 마포구의원 경우 의정활동비 1320만 원원, 월정수당 2524만8000원을 합해 연 3844만8000원을 받는다. 이 금액에는 국민연금, 건강부담금(건강보험)등 4대보험과 상해부담금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회에서 내주기 때문이다. 연봉 4천만 원 정도면 괜찮은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혹시 4년 임기이기 때문에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4년 보장되는 직업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의원이 받는 돈은 연봉 4천만 원이 전부가 아니다. 의정 활동을 잘하라고 의원들에게 주는 돈이 있다. 의정운영공통업무 추진비다. 개인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은 아니지만 마포구의 경우 의원 1인당 연 480만 원을 쓸 수 있다. 의원들에게 출장비도 준다. 국내 출장의 경우 연 5회 정도 출장을 간다고 예상하고 차비, 숙박비, 식비 등 의원 1인당 연 73만2000원을 쓸 수 있다. 1년에 한 번 해외 출장도 보내준다. 해외시찰비교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연 180만 원을 쓴다.

연봉 4천만 원에 국민연금, 건강부담금(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과 상해보험까지 들어주고 국내출장비 73만2000원, 해외출장비 180만 원, 업무추진비 480만 원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직장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투잡(two job)이 가능하다. 즉 다른 직업과 겸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공식적인 의정활동일수는 120일이다. 1년에 120일만 일하면 연봉 4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연봉 4천+4대보험+겸직허용... 신이 내린 직장

2006년부터 지방의원들에게 월급을 주기로 했는데, 의원겸직금지조항은 만들지 않았다. 건설사 사장이 월급 받으면서 의원활동을 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도시건설위원회에 들어가서 의정활동을 한다.

건설사 사장이 도시건설계획을 결정하는 회의에 돈 받고 참석해서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내가 알고 있는 한 기초단체 시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을 겸직하고 있었다. 즉 보좌관 월급받고 의원월급도 받아가면서 일하는 것이다. 연봉이 1억은 된다는 소리다. 정말 좋은 직업이다.

화가 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란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의심하지 마라. 다 사실이니까. 정 의심이 가면 내가 한 방법 그대로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우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당신이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2010년 예산서(2010년 예산서가 아직 안 올라와 있으면 2009년 예산서를 보면 된다)를 찾아 의회 예산총액을 확인해라.

의회 예산서를 보면 친절하게 '월정수당 000원 X 00명(의원수) = 000원' 이렇게 나와 있다. 예산총액을 의원 수로 나누면 일 년에 의원 한 명이 쓰는 돈을 구할 수 있다. 의원 한 사람이 직접 받거나 쓰는 돈 약간의 덧셈만 하면 바로 확인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선관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당신이 살고 있는 자치단체의 지방의원 당선자 현황을 살펴보라. 당선자와 직업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의원의 직업을 알았으면 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의원이 어느 상임위에 속해서 활동하는지 확인하면 끝. 위에서 내가 이야기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은 뒷전... '업무추진비'로 의원만 챙기는 '의장님'

이렇게 의원이 직접 받는 돈은 금방 확인 할 수 있지만 쉽게 확인 할 수 없는 돈이 있다. 모든 의원이 같이 쓰는 의정운영공통업무추진비, 의장과 부의장이 쓰는 업무추진비 등이다. 총액은 예산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세부 내역은 확인 할 길이 없다. 예산편성 기준에 의하면 의정운영공통 업무추진비는 기초단체 모두 1인당 480만 원이다.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는 시도지사가 기준액을 결정하는데 서울 자치구의 경우 의장이 연 3960만 원(월 330만 원), 부의장이 연 1920만 원(월 160만 원)을 쓸 수 있다. 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행정정보공개를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지출결의서 사본 등을 청구하면 된다.

이렇게 지역의 시민단체가 청구해서 받은 경북 구미시의회, 전북 부안군의회, 강원도 속초시의회의 의장업무추진비, 부의장업무추진비, 의정운영공통업무추진비의 내용을 살펴보자. 아래는 5대 의회가 시작한 2006년 7월의 구미시, 부안군, 속초시의회의 의장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이다.






3개 기초의회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의 집행내역을 보면 차이가 없고 공통점만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이 '현안사업 협의 참석자 식비'다. 즉 의장님이 밥을 많이 사신다는 것이다.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 유관기관 관계자이지만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시민은 그 '유관기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의장님이 의원들을 무지 챙긴다는 것이다. 동료의원 개업식도 챙기고, 의원은 물론 가족이 입원해도 난 화분을 보내주신다. 의원이 국내나 해외로 출장을 가면 격려금을 주시고, 의원생일은 물론 가족의 생일에도 축하 케이크를 보내주신다. 의원 자녀의 수능합격을 기원하면서 찹쌀떡을 사주신다.

구미시의 경우 의원가족의 칠순연에 16만 원짜리 은수저를 보내셨는데 같은 날인 2008년 2월 22일에 부의장님도 8만 원짜리 은수저를 선물하셨다. 속초시 의회 의장님은 설날과 추석에 동료의원들에게 10만 원짜리 갈비선물을 잊지 않고 매년 하시고, 의장보다 업무추진비가 적은 부의장은 3만 원 내외 과일이나 생활용품을 챙겨주셨다.

이것이 의회 의장과 부의장의 '의정업무' 추진이다. 서울 성북구의회 의장의 경우는 2005년 1년 동안 업무추진비로 단란주점을 13차례 출입했고, 면세점에서 화장품, 양주 등을 구입하는 등 총 3백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주민들이 주민소송을 제기하였다. 해도 너무한다.

한달에 사탕값으로만 87만 원 지출한 구미시의회

그렇다면 의정운영공통업무추진비는 좀 다른가? 아래 그림은 구미시의 지출내역이다.



다른 점이 있다. 그래도 1년에 한두 차례 의원연수회로 원고료, 강사수당, 강사여비 등 63만8800원 정도를 지출하고 연말에는 한두 군데 기관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50만 원씩 기탁도 한다. 속초시의 경우도 정례회 때 현지답사도 가고 2007년 6월 1일에는 주민공청회도 개최하고, 2008년 6월 18일에는 옴부즈만을 위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의정활동을 위해 지출된 금액은 극히 일부고 나머지 대부분은 의원들의 밥값으로 지출됐다. 받을 만큼 받는 사람들이 밥도 의정활동업무추진비로 사먹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구미시의 경우 2007년 1월 23일 '의정활동에 노고가 많은 의원 및 가족들 위로 격려 송년회개최'로 194만6000원을 썼다. 내역 그대로 의정활동에 노고가 많은 의원 및 가족들 위로 격려로….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나? 돌아버리겠다.

마지막으로 결정타. 위 그림을 보면 2006년 7월 24일 '의원 및 내빈 접대용 사탕구입비'로 87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있다. 무슨 사탕을 87만 원어치나 샀을까. 열받은 시민들 사탕 먹고 위로 받으라고 그랬나?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음료와 간식 등은 별도로 지출한다.

오직 '의원 및 내빈접대용 사탕구입'내역으로 2006년 8월 23일  47만 원, 9월 22일 48 만 원, 10월 23일 88만 원, 11월23일 48만 원, 12월 22일 49만 원, 2007년에는 지출이 두 배로 늘어서 1월23일 89만 원과 86만 원(하나는 정례회에 따른 사탕구입이고 다른 하나는 의원 및 내빈접대용 사탕구입이다), 2월23일 임시회에 따른 사탕구입비가 49만 원이다. 정말 궁금하다. 혹시 의원 중에 사탕가게 하는 사람이 있나? 구미시에 사시는 분 있으면 의회에 가서 무슨 사탕인지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려주면 좋겠다.

최소한 밥값 못하는 의원은 주민 힘으로 바꾸자

위에서 기초의원들이 받는 돈과 의정활동 업무를 추진하는 의장과 부의장, 의정공통업무추진비를 살펴보았다. 우리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 이렇게 쓰여서는 안 된다. 2006년부터 명예직이었던 지방의회 의원들을 유급제로 바꾼 이유는 전업적으로 일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근거(조례)가 있어야 되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의회는 시민을 대표해서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그리고 행정감사권을 가지고 행정부를 견제한다. 유급제가 된 것은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해 받아가는 돈 이상의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였다. 1억을 써서 2억원의 예산낭비를 막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조례를 만들면 밥값을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들이 구정에 있어 방관자가 아닌 직접적, 능동적으로 개입해 진정한 풀뿌리 지방자치를 만들자는 계획으로 만들어진 마포구 '주민자치실현을 위한 모임(주민자치모임)'. 지난해 주민자치모임은 마포구 예산을 공부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2008년, 2009년 예산(안)을 의회에서 심의하면서 얼마나 수정되었는지를 확인한 결과 예산 변동률은 0.16%, 0.8%, 0.3% 정도였다. 즉 예산의 99%는 집행부에서 편성된 대로 통과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 주민들이 확인 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의원들이 너무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 정도 의정활동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렇다. 현재 의원이 당신을 대표하지 못한다면 대표를 바꿔야 한다. 대표를 바꾸는 권리행사가 선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따져봐서 최소한 밥값 못하는 의원은 바꾸자. 주민의 힘으로 바꿔보자.

덧붙이는 글 | 오관영 기자는 풀뿌리 좋은정치 네트워크 실무위원입니다.



태그:#지방의회, #예산집행,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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