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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바꿔! 동네정치' 제하의 공동 기획을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정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정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지긋지긋하다는 느낌부터 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기분좋은 정치'를 동네에서부터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권자연대'라는 이름으로 조직창립을 앞두고 있는 곳이 서울의 관악구이다.

사실 관악구는 알고 보면 정겨운 곳이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은 서울의 여느 다른 동네와 비슷하지만, 관악구 곳곳에는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풀뿌리 활동이 활발하다.

신림동, 봉천동 곳곳이 달동네이던 시절, 관악구에는 빈민운동을 하던 많은 활동가들이 있었다. 지금은 재개발로 아파트들이 들어섰지만,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던 운동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음식을 나누는 푸드마켓, 재활용가게들이 동네에 자리잡고 있다. 생활환경운동, 지역복지운동, 장애인운동, 교육운동, 청소년운동, 주민자치운동에서부터 지역공동체라디오(관악FM)운영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말 낮은 곳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온 풀뿌리운동의 결들이 살아있는 곳 중에 하나가 관악구이다.

관악구의 시민단체인 관악주민연대 입구
 관악구의 시민단체인 관악주민연대 입구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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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청장은 금품 수수 혐의로 구청장직 상실

그러나 관악구 지방자치의 현실은 한심하다. 지금 관악구청장은 공석이다. 승진을 대가로 부하직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던 전 구청장이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관악구청은 최근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민단체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1장짜리로 정리한 내역서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내역이나 영수증은 공개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참고로 관악구 예산 중 업무추진비 성격의 예산 총 규모는 11억이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관악구는 홍보비를 주고 모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았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관악구의회도 문제이다. 관악구의회는 2008년 7월 18일 공공급식에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이 결의안은 보름 후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보름 전에는 결의안에 찬성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임시회의를 소집해 결의안을 다시 취소시켰던 것이다. 당리당략 앞에서 의원들의 소신들은 없었다. 그리고 관악구의회는 관악구청의 부패, 행정 난맥상을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해 왔다.

이런 현상은 단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관악구에서는 어린이집 비리가 문제됐던 적도 있었고, 행정이나 의회의 문제들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보면, 관악구의 지역정치도 지역의 기득권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왔다. 그 결과 부패, 무능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는 상실되었던 것이다.

관악유권자연대 홍보 팸플릿.
 관악유권자연대 홍보 팸플릿.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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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정치' 우리가 만든다... '주민후보' 세우는 관악시민들

이런 관악구의 지역정치를 바꾸기 위해 '기분좋은 정치를 위한 관악유권자연대'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서 풀뿌리활동을 해 온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 왔는데, 2월 5일 오후 7시 관악구민회관에서 창립식을 가지고 정식 출범한다.

관악유권자연대는 지역정치에서 다룰 정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민후보를 발굴하고 당선시키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립 이후에 후보를 모집하여 후보검증절차를 거쳐 주민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주민후보는 관악유권자연대가 지향하는 가치들, 즉 인권, 복지, 생태, 풀뿌리민주주의, 연대와 협동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 중에 선정하게 된다.

이런 관악유권자연대의 시도는 2010년 지방선거에만 대응하기 위한 일회적인 것은 아니다. 관악유권자연대는 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정치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선거이후에도 행정과 의정을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그럼으로써 생활정치와 지역운동을 연계해 나간다는 것이다.

관악유권자연대(준)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남우근씨(관악주민연대 전 대표)는 "좋은 후보를 뽑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정책으로 만들고, 선거 이후에도 기분 좋은 관악을 위해 직접 행동하고자 한다"고 관악유권자연대의 출범 취지를 밝혔다.

"토호세력들이 좌우하는 지역정치 안 돼...3월 중순 주민후보 선출할 것"

"기분 좋은 정치 관악유권자연대" 카페.
 "기분 좋은 정치 관악유권자연대" 카페.
ⓒ 관악유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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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유권자연대를 준비하고 있는 남우근씨를 만나 보았다.

- 관악유권자연대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관악구의 경우에는 지방자치 부활 이후부터 지역주민운동차원에서 지방선거에 참여해 왔다. 주민후보를 낸 경우도 있었고 정책제안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지역단체들이 공동으로 관악구 예산을 분석해서 의견을 내는 활동도 해 왔다.

그런데 2008년 12월 관악구청장이 인사비리로 기소되면서 '관악구 김효겸 구청장 등 매관매직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정당 및 단체들이 참여하여 구성되었고, 구청 앞 1인 시위, 퇴진서명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가진 활동가들이 작년 9월부터 논의를 해 왔고, 이번에 관악유권자연대를 창립하게 된 것이다."

- 관악구의 지방자치, 지역정치가 정말 문제인가?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산이 낭비되고 있고, 구청장이 인사비리로 형사처벌받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부패도 존재한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동안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관악구 예산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전히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지역정치를 좌우하고 있다고 본다."


- 직접 주민후보를 낼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과정을 밟을 계획인가?

"2월 5일 창립을 한 이후에 후보를 모집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외부의 신망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후보검증위원회에서 후보검증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회원들과 주민들로부터 정책제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한 선거구에 주민후보로 나오려는 사람이 여러 명이면 경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월 중순쯤에 최종적으로 주민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 관악유권자연대는 개인들이 모인 조직인 셈인가?
"관악유권자연대는 기본적으로 유권자 개개인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다. 1차로 2월 말까지 1000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이다. 관악유권자연대의 취지에 공감하는 개인이면 가입비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 구체적으로 관악구 유권자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관악유권자연대의 취지에 동의하는 개인들은 회원으로 참여하면 된다. 인권, 복지, 생태, 평화, 풀뿌리민주주의, 연대와 협동의 가치에 동의하는 유권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은 관악유권자연대의 정책을 만드는 과정,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이후에도 일상적인 의정감시ㆍ참여활동 등을 통해 지역정치를 바꾸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 관악유권자연대 연락처 : 2010gwanak@gmail.com / 카페 : cafe.daum.net/2010gwanak 


태그:#관악유권자연대, #바꿔! 동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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