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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를 시발점으로 한 홈플러스,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간의 가격 인하 전쟁이 보름여를 지나면서 유통업계의 혼란과 불만, 지역마트의 매출감소 등 지역경제마저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 인하 때문에 1차적 피해를 보고 있는 CJ 등 협력업체에서 먼저 가격 인하에 강한 불만을 품고 대형마트 '공급중단'에 나서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트에서는 한정된 인기 상품의 품절로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아울러 중소형마트, 재래시장 등 중소상인들까지 매출이 감소하다 보니 유통시장 질서 자체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롯데마트 서울역점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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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사는 겉으로는 소비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포화 상태에 달한 대형마트의 활로를 '박리다매'에서 찾고 이런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발길을 마트로 돌리려는 것이다. 기존에 대기업들이 진출한 유통업태들, 즉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형마트 수는 모추 393개에 달해 적정수보다 45%나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마트로 인해 지역의 재래시장의 매출이 이미 42%나 줄어들었는데, 2000년대 급성장한 소형편의점의 성공에서 가능성을 본 대기업이 지난해 동네수퍼마켓의 영역까지 뛰어들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의 평균 매출액은 재래시장 5.16개의 총매출액과 유사하고, 대형마트 1개의 평균 매출액은 재래시장 점포 611개의 총매출액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역의 중소상인들의 강력한 반발로 SSM사업이 가로막혀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던 차에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하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격 인하가 지속되면서 제조업체들은 '납품가를 더 이상 낮추기는 어렵다'며 '공급 중단'을 선언하게 되고 대형마트와 협력업체간의 쌓였던 감정만 드러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겹살 가격이 지난주 16일 홈플러스에선 880원에 판매되었고, 23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820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삼겹살 가격이 지난주 16일 홈플러스에선 880원에 판매되었고, 23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820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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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선 기존 단가에서 30% 낮춘 '초저가 제품'을 요구하면서 전체 제품 가운데 그 비중을 연말까지 40~50%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기존 10%대로 책정되었던 장려금을 2~3%포인트까지 올려달라고 해서 납품업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도 "30% 선이었던 수수료를 더 내거나 아니면 장려금을 그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해 주변 동네 중소할인마트와 재래시장 상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23일 오후 찾아가 본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위치한 동네할인마트는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 전쟁으로 평소보다 매출이 10%정도 줄었다고 했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SSM(기업형슈퍼마켓)사태까지 겹치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해 일부 중소상인은 "SSM진출이 뜻대로 되지 않자 또 다른 방식으로 중소상인을 몰락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동네마트도 가격인하로 맞서고 있지만 평소보다 10%정도 매출이 감소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동네마트도 가격인하로 맞서고 있지만 평소보다 10%정도 매출이 감소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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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역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업체도 '무조건 이마트신문광고 상품가격보다 싸게 판다'고 선언하면서 품절 사태가 속출하고, 물품공급까지 중단되는 상황으로 전개되자 원하는 물품을 사지 못한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의 실질적 혜택을 못느끼게 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롯데마트는 홍보전단을 통해 이마트 신문광고 상품가격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공개적 대응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홍보전단을 통해 이마트 신문광고 상품가격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공개적 대응을 하고 있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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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일까?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대형마트가 가격을 앞세워 '납품업자를 길들이기'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를 핑계로 가격을 후려서 협력업체의 목을 조이고 있다. 마땅히 대형마트가 짊어져야 할 비용들을 납품업체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런 대형마트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이는 유통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으며 지역경제의 근간마저도 뒤흔들고 있다.


태그:#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10원전쟁,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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