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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김현미 전 통합민주당 의원 무죄

2009년 4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무죄

2009년 8월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2010년 1월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무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최근 1년새 검찰이 받아든 성적표다. 한마디로 처참하다. 이같은 '무죄 목록'에 또 하나가 더해지게 됐다.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이들 대부분은 '정치검찰'의 권력 비위 맞추기용 '청부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사건들이다. 검찰은 이같은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기소를 강행했고 결국 '무죄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권 반대편에 섰던 정치인이나 코드가 맞지 않는 공기업 사장, 그리고 정권에 비판 여론을 이끌었던 인사들에 대한 수사 성적표는 말그대로 '검찰의 완패'로 끝나는 형국이다.

 

검찰의 계속 되는 '무죄 퍼레이드'

 

우선 김현미 전 의원은 한보철강 로비 의혹과 관련해 15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김 전 의원의 기소와 관련해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을 거론하는 등 저격수로 활약한 것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경우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논객 '손보기'라는 지적에도 검찰은 박씨를 지난해 1월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인도를 추락시켰다"는 검찰의 주장을 일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또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제기된 10개 쟁점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정 전 사장에게 배임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세무소송에서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인 정 전 사장을 배임으로 '엮은' 것 자체가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법원 판결로 정 전 사장에 대한 기소가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용'이었다는 비난만 자초했다.

 

20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판결은 '무죄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 하다. 

 

<PD수첩> 기소 때는 환영 논평, 무죄엔 침묵

 

이 사건 역시 정연주 전 사장건처럼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처음 수사를 맡았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길들이기용 표적수사라는 비판도 들끓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팀을 바꿔 MBC 압수수색, 제작진 체포, 작가의 7개월치 이메일 압수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끝에 제작진 5명 모두를 기소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결과는 검찰의 완패였다.

 

기소 당시 청와대는 이례적인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편파왜곡방송 사실이 드러났다"며 <PD수첩>을 "사회적 흉기"라고 직격했다.

 

그러나 막상 무죄판결이 나오자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피했다.

 

무리한 기소에 이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 대응도 정형화 돼있다. 검찰은 수사상의 문제점을 반성하기 보다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무죄 판결 뒤 검찰의 반응은 "납득할 수 없다","법원이 판단을 잘못했다", "항소하겠다"는 게 전부다.

 

무죄 나도 수사 책임자는 영전... 반성 없는 검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정연주 전 사장을 기소한 박은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이나 <PD수첩> 사건을 넘겨받아 제작진을 기소한 전현준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모두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야 어떻든 정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수사 담당자들이 모두 영전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의 이목을 끈 대형 정치사건의 수사 및 기소 과정, 또 무죄 판결 후 검찰의 행보를 보면 기소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식의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수사 책임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은 최근의 무죄판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애초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여론몰이를 통해 법원을 압박한 근본적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무죄판결, 그리고 이번의 강기갑 의원 사건과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도 큰 원인이 있다"며 "검찰의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 등 검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죄 제조기'라는 별명은 변호사에게는 최대의 찬사지만 검사에게는 치욕스런 '모욕'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의 성적표만으로도 '무죄 제조기'라는 낙인을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태그:#검찰,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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