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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롯이 나만 바라본 "명상수련"

 

지난 2009년을 정리하고, 2010년 새해를 문경에서 맞이했습니다. 눈이 많이도 왔고, 춥기도 엄청 추웠습니다. 4박 5일 명상수련은 철저하게 묵언이었기에 나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와 지금 현재의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바라보았습니다.

 

명상수련을 하면 4일 내내 우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3일째까지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쾌한 망상만 올라왔는데 4일째 되던 날, 새벽 명상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큰 바위로 누르고 눌러서 아예 싹이 나오지 못하도록 했던 감정이란 놈이 명상이라는 봄햇살을 만나서 어떻게든 바위틈에서 비집고 나왔습니다. 

 

툭툭툭 올라오는 지난 날의 상처들이 생각지도 못하게 끊임없이 올라와 그날 하루는 울다가 보냈습니다. 그 상처 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도 있었습니다. 법륜 스님께 여쭈니 망상이니 다시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오라 하십니다. 그래야 더 많은 상처들이 지나가고 치유될 것이라고요. 상처가 올라올 때 그 상처라는 망상에 빠지면 자신이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다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빠져 나와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와야 또 다른 상처도 만날 수 있고 치유가 가능하답니다.

 

전 그렇게 수없이 호흡으로 다시 돌아오고, 또 울고, 또 돌아오고를 반복했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법륜 스님께서 발원문을 낭독하시는데 탁 무릎이 꿇어졌습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를 피하지 않겠다. 돌아가지 않겠다.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는 기꺼이 받겠습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스님의 이 발원문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우셨습니다. 다들 지은 인연보다 과보가 더 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은 인연을 피하지 않겠다는 당당함의 선언이 과보를 피하고자 했던 저의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들었습니다. 

 

"애써 피하지 않겠다. 무섭다고 돌아가지 않겠다. 그냥 맞딱드려 한번 이겨보겠다"는 마음은 저 자신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그래 잘못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하고, 보상을 해야하듯이 내가 나도 모르게 지은 잘못이 있다면 기꺼이 과보를 받아야지,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부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막상 현실로 돌아오고 나니 엄마가 신년 운수를 보고 와서 하는 말에 솔깃한 저를 봅니다. 당당하게 지은 인연의 과보를 달게 받겠다고 마음낸 것도 나고, 부적을 해서라도 부정적인 기운을 몰아내고 싶은 것 나입니다.

 

부적이라도 하고 싶었던 요 며칠의 마음을 가만 들여다 보면서 법륜스님과 함께 새해를 열었던 발원문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는 기꺼이 받겠습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스님 법문은 질문이 아닌 우리가 어려움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법문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어려움을 해결하는 법

 

'고비'란 내 마음이 불편하면 '고비'가 는 것이다.

 

우리가 '고비를 맞았다, 역경을 맞았다.' 할 때 이것이 정말 고비인가, 역경인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고비가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면 고비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비가 와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산에 올라가는데 중간에 가기 싫으면 고비가 됩니다. 그러나 마음이야 그렇든지 말든지 '여기까지 와서 안 갈수 있나.' 하며 가기 싫어도 올라가 버리면 고비를 넘긴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가 마음에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서 하던 일을 멈추면 그것이 역경이 되고 끝까지 해내면 고비를 넘긴 거예요. 고비를 넘기면 인생에 굉장한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고비'를 넘기면 인생에 굉장한 '기회'가 된다.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인생에서 뭔가 크게 깨쳤다, 큰 힘을 얻었다 할 때가 언제인가요? 순탄하게 생활할 때가 아니라 역경을 넘겼을 때입니다. 역경과 고비를 맞아 헤매다 그것을 못 넘으면 좌절이 되고, 차고 넘으면 엄청난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면 역경이라는 것도 없고 고비라는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습관대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삶의 방향이 바뀌면 그동안 해 오던 습관대로 안 되니까 고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됐다고 해서 세상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대로 안 돼서 좋은 경우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경이라는 것도 없고 고비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삶이 있을 뿐입니다. 원하는 대로 될 때는 좋은 시절이고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는 역경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하면 세상은 그냥 세상일 뿐입니다.

 

그러나 드러난 현상으로 말하면 역경과 고비가 있습니다. 내 마음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현실에서는 역경과 고비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역경과 고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경과 고비라는 것은 싫어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대로 두고 그냥 밀고 나가버리면 그 싫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싫은 마음이 사라져버리면 고비를 극복한 거고 역경을 뛰어넘은 것입니다. 이렇게 한번 고비를 극복하고 역경을 뛰어넘으면 사람이 성숙해 집니다.

 

고비를 극복하고 역경을 뛰어넘으면 사람이 성숙해진다.


쉽게 얘기하면 담배를 끊을 때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엄청나게 치솟지 않습니까? 몸이 아프기도 하고 '이렇게 끊느니 차라리 한 대 피우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일어납니다. 이럴 때 일어나는 내 마음과 몸의 증세를 지켜보면 욕구가 사라집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극에 달하는 그 순간을 넘겨야 합니다. 한 번 딱 넘기면 고비를 넘고 장애를 극복한 것입니다. 그러면 '아, 담배를 안 피워도 안 죽는구나. 조금 지나면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사라지는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다음에 또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처음보다 여유가 생깁니다. 힘들긴 하지만 이겨낸 경험이 있으니 견디기가 훨씬 쉬운 것입니다. 이렇게 두세 번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담배 생각이 나도 빙긋이 웃을 수 있습니다. '또 생각이 난동을 피우는구나. 그래봤자 하루 종일 가는 것은 아니지.' 하는 여유가 생기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자기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고비를 넘김으로서 힘이 생긴다.


단식을 안 해 본 사람이 단식을 하려고 하루나 이틀 굶고 나면 배가 고파 죽는 줄 압니다. 실제로 단식을 해 보면 첫날은 배가 많이 고프고 이튿날이 되면 현기증이 심해집니다. 삼일이 지나면 '단식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꿀떡 같아 못 견딜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딱 넘어가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허기는 지고 힘은 좀 빠지지만 그래도 견딜만합니다. 단식을 처음 할 때는 혹시 뭐가 잘못되지 않나 몸조심을 하지만, 두세 번 해 보면 힘든 일은 못 해도 일상생활은 다할 수 있고 아무 이상이 없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한두 끼 안 먹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배가 고프고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문제가 아니고 별 거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됩니다. 이렇게 고비를 넘김으로 해서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직장을 한 번도 그만두지 않고, 한 번도 어려움에 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 사람은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사업이 안 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압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서너 번 어려움에 처해 본 사람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작은 실패는 큰 실패를 미연에 막아준다.

 

한두 번의 작은 실패는 크게 보면 더 큰 실패를 미연에 막아주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그 실패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만약에 이 실패가 한참 후에 일어났다면 나중에 더 크게 어긋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작은 실패는 나중의 더 큰 실패에 대해 미리 경고음으로 주의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은 잘못되거나 손실이 아니라 공부거리입니다. 이것을 '수업료'라고 생각하세요. 학교나 학원을 다니면 수업료가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실패했다 생각하지 말고 처음 하는 일에 수업료가 들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바라보면 실패가 오히려 인생에서 나를 성장케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생겼다고 해서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려운 일을 잘 넘기면 지혜가 생기는 것이고 작은 실패를 해도 오히려 성장하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고비를 넘기면 고비라고 할 것도 없고, 오히려 인생에 큰 힘이 된다.


저에게 와서 상담을 하는 사람 중에는 처음에는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부갈등 때문에 당장 헤어져야 한다고, 사업이 망해서 당장 길거리에 나와야 한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나 마음을 진정하고 지나 보면 당장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도 못살 것 같다고 했지만, 지금껏 다들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고비가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니고 고비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싫은 마음을 내지 말고 끝까지 해 내면 인생에서 큰 힘을 얻게 됩니다. 

 

나한테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비'지만 세상은 그냥 굴러간다.

 

고비를 넘기면 고비랄 것이 없다네요. 나한테 큰 일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큰 일이지만 세상은 그런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보듬고 그냥 굴러가는 걸 보면 본래 큰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작은 실패는 큰 실패를 막아주고, 고비는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고비를 넘기면 인생에 굉장한 기회가 오고...

 

저한테 '고비'가 꼭 필요하네요. 이렇게 사람을 훌륭한 인격체로 완성시켜주는 것이 '고비'라는 놈인데 어찌 기꺼이 오시면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안오신다면 그또한 감사한 일이지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문을 들으니 마음에 불안함이 많이 사라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요.

달마다 좋은 달이요.

해마다 좋은 해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즉문즉설, #법륜스님, #고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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