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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고려시대 삼별초 항쟁의 최후 보루로, 조선시대 귀양지로, 일제 강점기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한 일본군 진지로, 해방 후 4·3항쟁과 6·25까지 피로 얼룩진 아픈 역사가 있다.

 

평화에 대한 제주인의 갈망은 과거 아픈 역사를 오롯이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제주인의 평화 염원을 엿볼 수 있다.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 부르는 데는 많은 노력이 스며 있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가 자기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다가 여기에 와서 우리를 이해하고 간다."

 

제주시 한경면 가마오름에서 평화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영근(56) 관장의 설명이다. 평화박물관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지하 요새다. 이곳은 이영근 관장이 강제 동원됐던 땅굴 현장을 복원 나라 잃은 설움과 고통을 후세에게 전하고 화합의 장이 되길 바라고 세운 평화의 전당이다.

 

그러나 관련 단체나 정부의 외면 속에 오롯이 한 개인에 의해 세워진 외곬 현장이다.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는 와중에도 정부는 비참했던 우리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기미조차 없다.

 

이영근 관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역사와 평화 교육을 하는 곳을 왜 국가가 하지 않고 개인이 발굴해 운영하느냐?며 의아해 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만든 땅굴을 역사 현장으로 알리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의 반응 또한 사뭇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관심, 우리 정부는 철저히 외면"

 

"일본 정부도 관심을 나타내는데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이영근 관장의 탄식어린 울림이다. 하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A4용지 1장에 평화박물관 내에 추모탑을 세워 달라는 내용 등을 써서 일본 정부에 보냈더니 2010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테마 관광지로 조성된 인근 낙천리 의자마을에는 왔는데 평화박물관은 둘러보지도 않고 갔다. 이는 우리 정부의 역사의식 정도를 말한다."

 

이처럼 평화박물관은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선조들은 왜 나라를 빼앗겨 고통을 겪어야만 했는지 반성하고 다시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일은 무엇인지를 외면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평화박물관 내의 가마오름 땅굴은 일제가 이른바 '결7호 작전'에 의해 1945년 3월 제주도에 제58군사령부를 창설, 제주 전역에서 연합군에 항거해 최후의 일전에 대비해 구축된 진지 중 최대 규모다. 총 길이 약 2천m, 출구만 33개며, 17개의 통로가 미로형태로 이어져 있었다.

 

이런 역사의 아픔을 일본 정부는 반응하는데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정부가 외면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가슴 아픈 현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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