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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인민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신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는 말 한마디다. 진도 7.0의 강진은 아이티를 '초토화'시켰다고 외신들은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생명을 잃은 이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른 다는 보도 나오고, 국제적십자연맹은 피해를 입은 이들이 900만 아이티 국민 중 3분의 1인 300백만 명이라고 한다.

집이 있었지만 집은 한 순간 무너져버렸다. 그러니 돌아갈 집이 없다. 다행이 구조되어 병원에 실려가도 병원도 무너졌고 치료할 의료시설이나 약도 부족해 부상자들은 치료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살아있는 자라고 죽은 자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니 대재앙 곧 '아비규환'이다.

15일 <한겨레>는 발전소 설립에 필요한 부품 및 서비스를 아이티 전력청에 제공하는 한국 업체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김성경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전화 통화 내용을 "차들은 기름이 떨어져 도로를 막고 서 있었고, 주유소도 파괴돼 불이 붙었으며, 길거리엔 쓰러져 죽은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그 참혹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본 김씨는 "저는 살아났지만 가뜩이나 가난한 아이티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참혹함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14일 <뉴시스>가 보도한  팻 로버트슨 목사의 발언은 충격이다. <뉴시스>는 로버트슨 목사는 13일 지진 사태로 수백만명의 피해자를 낸 것에 대해 "아이티는 악마와 결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로버트슨 목사는 "오랜 옛날 나폴레옹 3세인가 누군가에 의해 식민지로 있을 때 아이티는 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며 주민들이 악마와 결탁했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그들은 프랑스를 격퇴했고, 이후 이 나라는 극빈한 나라가 됐다"고 언급했다고 <뉴스시>는 보도했다.

로버트슨 목사가 아이티가 악마와 결탁했다고 한 것은 아이티 민속 신앙인 '부두교'(Vaudou)를 의식한 것으로 부두교는 아이티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온 로마 가톨릭의 제의적 요소, 요루바·폰·콩고 출신의 노예들과 아프리카의 다른 민족들이 아이티에 가지고 들어온 아프리카의 신학적 요소, 주술적 요소가 혼합된 민속신앙이다.

결국 아이티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고, 7.0도 강진이 발생한 이유는 아이티 인민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부두교라는 민속신앙과 결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운 것을 어떻게 악마와 결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아이티는 중남미에서 최초로 독립국가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로 칭송하지는 못할망정 악마와 결탁했다고 비난한 것은 아이티를 모독한 것이다.

특히 수백만명이 생명을 잃었는데 이를 악마와 결탁한 결과라고 비난하는 것은 목사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들이 어떤 종교를 믿는지, 어떤 신앙을 가졌던지 상관없다. 가족과 집을 잃어버리고, 울부짖는 그들을 향해 애통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목사가 할 일이지 저주를 퍼붓는 일이 아니다.

일부 목사들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죄에 대한 '하나님 심판'이라는 말을 했다. 지난 2004년 12월 26일 서남아시아에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 어느 목사가 "서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바닷속 지진과 해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설교했었다.

그 목사는 이어 "8만 5천명이나 사망한 인도네시아 아체라는 곳은 2/3가 무슬림 교도들이고 반란군에 의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임을 당했고 학살당한 곳이라"고 했고, "3~4만 명이 죽은 인도의 첸나라는 곳은 힌두교도들이 창궐한 곳인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고 예배당이 불탔다"고 설교했었다. 즉, 그들이 기독교를 박해했기 때문에 엄청난 쓰나미 피해를 당했다는 말이다.

자연재해를 기독교를 잘 믿지 않고, 기독교를 박해했기 때문에 일어난 하나님 심판으로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연재해는 자연재해일뿐이다. 물론 기독교가 박해를 당한 역사도 많지만 기독교가 저지른 엄청난 잔인한 역사도 많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 가장 가까운 예다. 오히려 성경은 자신을 저주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사랑하라, 선대하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너의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거절하지 말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다시 달라 하지 말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누가복음 6:27-31)

그리고 정죄하지 말고 용서하라고 하셨다. 저주를 함부로 내뱉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독교 신자들에게 명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하는 명을 받았다. 내가 잘난 것 하나도 없다. 내가 의롭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를 자랑하는 것이 된다. 이스라엘은 이것 때문에 망했다. 팻 로버트슨 목사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로버트슨 목사가 선하고, 의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로버트슨 목사가 지금 할 일은 저주를 퍼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다.


태그:#아이티,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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