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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에서 새롭게 선보인 수목 드라마 <추노>. 노비 추격자의 이야기를 다룬 굵직한 사극이란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영화 뺨치는 액션을 담은 예고편은 그런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설렘 속에 시작된 첫 방송, 6일 방영된 <추노>의 첫 회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호평 일색, 유명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눈을 사로잡는 드라마 영상'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뤘다. 시청률도 무난했다. 6일 방송된 '추노'는 전국기준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22.9%를 기록,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사실 필자도 놀랐다. 드라마 시작 전까지 '무술 장면만 그럴 듯한 것 아냐?'라고 색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막상 모습을 드러낸 <추노>는 '완소 드라마'가 될 자질을 갖춘 '될성부른 떡잎'이었기 때문이다.

 

노비 추격자를 다룬 탄탄한 줄거리, 이대길(장혁 분), 김혜원(이다해 분), 업복이(공형진 분)등 생명력 넘치는 등장인물은 그동안 우리 드라마에 만연했던 막장 줄거리와 개성 없는 등장 인물들과는 질이 달랐다. 아직 첫 회가 지났을 뿐이기에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공을 들인 액션 영상은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다웠고,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무의미한 액션 영상이 난무하는 여느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미학이 <추노>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화려하게 주목받은 <추노>, 그런데 <추노>의 매력은 비단 화려한 영상뿐만이 아니었다. <추노>에는 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3가지 매력이 있었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알아보자.

 

1. '노비 사냥꾼'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선사회

 

 

<추노>가 흥미진진한 이유 중 하나는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이다. 역사 속 음지에 가려져 있던 '추노'들의 삶을 조명해 조선시대의 음습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갖는 특별한 매력이다.

 

<선덕여왕>, <주몽>, <해신> 등의 영웅 드라마와 달리 민초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사람 베고 없애는 것이 밥 먹기 보다 쉬운 영웅들의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이름 없는 '추노꾼'을 통해 바라본 조선 시대의 암울한 사회상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추노>에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민초들의 생생한 절규가 있었다. 노비로 전락해 이마에 낙인이 찍히고, 도망갔다는 이유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으며, 가축보다 못한 존재로 업신여김을 받는 조선시대 하층민들의 모습. 드라마는 이런 시대의 비참함을 잔인할 만큼 자세히 그려냈다.

 

대길을 비롯한 추노 사냥꾼들이 살고자 도망친 업복이네 가족을 습격하는 첫 장면이 바로 그랬고, 추노꾼에 의해 잡혀 얼굴에 낙인이 찍혀가는 업복이의 모습은 그동안 사극에서 보지 못했던 리얼리티를 잘 보여줬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절규가 아직까지 귀에 생생한 것을 보면 말이다. 

 

대다수 양민들이 노예로 전락한 무너진 조선의 체계, 왜란과 호란에도 권력다툼에 바빴던 양반이란 집단, 그런 기형적인 구조에서 탄생한 추노꾼을 통해 바라본 조선 사회, 이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것이 <추노>가 특별한 갖는 첫 번째 특별함이다.   

 

2. 계급이 뒤바뀐 등장인물, 모순된 조선의 계급 체계

 

 

<추노>에는 신분이 급변한 등장 인물이 여럿 나온다. 양반에서 추노꾼이 된 이대길을 비롯해 노비의 신분을 속이며 사는 김혜원, 또 훈련원 교관이었으나 반역으로 몰려 노비가 된 송태하(오지호)와 호랑이 잡는 관동 포수였으나 노비로 전락한 업동이.

 

고착화되어 절대 불변할 것 같은 조선의 계급 체계. 하지만 원래부터 천한 놈 없고, 원래부터 귀한 놈 없다는 말처럼 <추노>의 등장인물의 계급은 뒤죽박죽이다.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뒤바뀐 인생유전은 음습한 조선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종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조선의 계급 체계는 모순 그 자체였다. 양민에서 노비가 될 순 있어도, 양반에서 노비로 전락할 순 있어도 노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선 사회에서 노비를 벗어날 길은 도망이나 죽음뿐이었다.

 

모순된 계급 사회에서 기형적으로 탄생한 추노꾼은 조선의 어두운 사회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추노꾼이 잡았던 것은 노비가 아니었다. 원래부턴 노비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잡았던 것은 양민, 중인, 그리고 양반, 그리고 왕족 그리고 모순된 조선 사회 자체였던 것이다. <추노>를 통해, 계급이 급변한 등장인물들의 쫓고 쫓김, 그 속, 조선의 모순된 계급 체계와 대면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추노>가 갖는 두 번째 매력이다.

 

3. 공부 절로 되는, 흥미진진 조선 시대의 말들

 

 

<추노>에는 대사의 뜻을 풀이한 자막이 여럿 차례 나왔다. 가령, 왼새끼 꼬는거야? 라고 대사를 읊으면 밑에 자막으로 왼새끼 꼬는거야?- 비꼬는 거야? 라고 뜻이 풀이되는 형식이다.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한두 번 나오다 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회가 끝날 때까지 무려 수차례 자막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에 방영된 사극에서 이처럼 대사에 신경을 쓴 경우가 있나 생각해보지만 쉽게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추노>의 대사 하나하나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자막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우리 옛말 공부가 절로 되는 느낌이다.

 

사실, 작가 입장에서 옛말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하나하나 공부해야 하니, 품이 많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옛말 그대로 대사를 쓰고, 그것을 시청자에게 하나하나 풀어주는 정성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것 같다. 당시의 말을 통해, 시대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제작진의 열정은 고맙기까지 하다, <추노>가 갖는 세번째 특별함이다.


태그:#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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