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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있고, 부모들은 없는 살림에 마음이 편하지 않는 성탄절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옛날 어릴 적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와 커다란 양말에 선물을 가득 넣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굴뚝이 있을 이유도 없고, 시골도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집이 없으니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굴뚝이 없습니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은 성탄절 새벽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와 커다란 양말에 선물을 넣어 둘 것이라고 믿지 않고 부모와 함께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서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릅니다.

며칠 전부터 막둥이가 성탄절 선물 이야기를 부쩍했습니다. 형과 누나는 엄마와 아빠가 성탄절 선물을 해주면 고맙고, 해주지 않아도 불만이 없지만 막둥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성탄절에는 선물을 받아야겠다고 작정을 한 것처럼 시간만 나면 성탄절에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물었습니다.

성탄절이 며칠 남았지만 막둥이 성화에 못이겨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습니다. 큰 아이가 성탄절 선물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자기가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성탄절 선물을 해주고 싶어면 자기가 보고싶은 책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막둥아 형은 책을 선물해달라고 했는데 너도 책 사줄까."
"아니요. 나는 레고 갖고 싶어요."
"레고? 집에 있잖아."
"집에 있는 거는 다 해봤어요."
"체헌이 너 레고 하지 마. 집에 있잖아."
"엄마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선물이지. 엄마가 무조건 사주는 게 선물이예요."
"그래도 안 돼!"


마트에서 레고를 사달라고 한 막둥이는 엄마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손에 집어든 것은 필통이었습니다. 억지로 필통을 손에 든 막둥이는 엄마와 누나가 옷을 고르는 틈을 타 아빠 손을 이끌더니 전기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막둥이 전기자동차 갖고 싶어?"
"네 갖고 싶어요."
"필통 했잖아?"

"필통은 엄마가 억지로 사 준 것이잖아요. 나는 전기자동차 갖고 싶어요."
"막둥아 그런데 건전지가 많이 들어간다. 건전지가 자동차에 6개, 조정기에 4개가 들어가 10개다. 전기 자동차값보다 나중에는 건전기값이 더 많이 들어가겠다."
"그래도 갖고 싶어요. 사 주세요."

여러 아이들이 전기자동차를 사는 모습을 본 막둥이는 더 애가 타는 것 같았습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전기자동차는 막둥이에게는 너무 큰 유혹이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피해갈 수 없듯이 어른이 보기에도 전기자동차를 꼭 사주고 싶었을 정도로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외사촌 형이 쓰던 전기자동차
 외사촌 형이 쓰던 전기자동차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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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물어보자."
"엄마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안 된다고 할 것이니까. 그냥 아빠가 사 주세요."
"맞다. 집에 울산 외사촌 형이 준 전기자동차 있잖아."
"그거는 고장나서 잘 안 된다 말이예요."

"아빠가 하면 잘 되었잖아. 그리고 울산 형이 준 전기자동차는 고모부가 충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건전지가 없어도 쓸 수 있어. 그런데 이 전기자동차는 건전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건전지가 많이 들어가잖아."
"그럼 아빠도 고무부처럼 충전기를 만들면 되잖아요."

"아빠는 고모부처럼 충전기를 만들지 못해."
"아빠도 못하는 것이 있어요."
"당연히 있지."


레고는 엄마 반대 때문에, 전기자동차는 건전지 때문에 성탄절 선물은 필통으로 거의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누나는 자기가 바랐던 선물을 받은 것을 보자 막둥이는 왜 자기는 원하는 선물을 안 해주는지 따졌습니다.

딸 아이가 받은 지갑과 가방 선물
 딸 아이가 받은 지갑과 가방 선물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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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이는 어떤 것 갖고 싶은데. 곰돌이 인형?"
"아니요, 나는 지갑이요."
"지갑? 지갑이라. 우리 예쁜아이가 벌써 지갑을 선물로 받고 싶다."

"그리고 지갑 넣는 작은 가방도 갖고 싶어요."
"우리 예쁜 아이가 원하면 사주어야지. 아빠는 곰돌이 인형 사주고 싶었는데."

"아빠! 누나는 지갑 갖고 것 해주면서 왜 나는 레고와 전기자동차 안 사주고. 필통이예요."
"막둥이 말 듣고 보니. 막둥이 말도 맞다. 엄마에게 한 번 더 물어보자."
"엄마, 나 전기자동차 갖고 싶어요."
"전기 자동차는 안 돼. 건전지가 많이 들어가."
"그럼 레고 사주세요."
"결국 레고구나. 레고."

자기 형과 함께 레고를 하고 있는 막둥이
 자기 형과 함께 레고를 하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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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막둥이 성탄절 선물은 결국 레고로 결정되었습니다. 싱글벙글입니다. 레고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둥이는 오늘은 자기가 꼭 다 짜 맞추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에게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 도서관에서 돌아온 형이 레고를 보자. 자기 것인냥 짜 맞추기 시작합니다. 막둥이가 선물로 받은 레고는 큰 아이에게는 눈깜빡할 사이에 다 짜 맞출 수 있습니다. 큰 아이는 공간지각능력이 좀 뛰어납니다. 물론 막둥이도 옆에서 열심히 짜 맞추었습니다. 레고를 다 짜 맞춘 큰 아이는 엄마가 사 준 책 3권을 보더니 씩 웃고 단박에 읽기 시작합니다.

값나가는 선물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바라는 성탄절 선물을 받았습니다. 특히 막둥이는 누나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선물 받았으니 나도 갖고 싶은 것을 선물로 해달라는 논리를 앞세워 레고를 선물 받았습니다.


태그:#성탄절선물, #레고, #전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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