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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미군기지 폐차장 시설.<부평신문 자료 사진> 인천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는 폐차장 등으로 인한 부평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우려를 10년 넘게 제기해왔다.
 부평미군기지 폐차장 시설.<부평신문 자료 사진> 인천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는 폐차장 등으로 인한 부평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우려를 10년 넘게 제기해왔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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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주변 상당부분의 토양과 지하수 등이 오염된 것으로 환경부 조사 결과,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정밀조사를 진행한 16곳 중 1곳만 캠프마켓에서 나온 물질 때문에 오염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상당수 토양에서 규제 대상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벤젠(benzene)· 구리(Cu)·납(Pb)·방향족탄화수소(Xylene)·아연(Zn)·니켈(Ni)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부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올해 초 부평구 의뢰로 1차 조사결과 오염이 심각하다고 예상되는 16곳에 대한 정밀조사를 2단계로 실시했다. 예상구역은 5개로 나눠 총 87개 지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

토양 오염조사 결과, 5개 구역 모두에서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 (TPH·벤젠·방향족탄화수소)와 중금속(Cu·Pb·Zn·Ni) 항목이 지목별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넘었다. 유류의 오염 면적과 부피는 각각 1860㎡와 2670㎥이고, 중금속의 오염 면적과 부피는 각각 469㎡와 322㎥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류와 중금속의 중복오염을 고려한 전체 토양 오염 면적과 부피는 각각 2270㎡와 2980㎥에 달했다.

토양 오염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캠프마켓 3번 출구(산곡3동 부영공원 주변) 인근 지역인 A구역의 경우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벤젠이 토양 오염우려 기준(2지역-지적법에 따른 지목)인 800mg/kg을 훨씬 초과한 9841(mg/kg)까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염면적이 1620㎡이며, 오염 부피도 2330㎥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의 경우도 토양 오염대책기준인 3mg/kg에 가까운 2.32mg/kg로 나타났다. A지역에서만 1620㎡에 이르는 면적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산곡4동 경남4차·한신APT 주변, 중금속으로 오염

부평구 산곡3동 우성아파트 인근 부영공원 부지의 오염우려 기준 이상 오염분포도. 상단 맨 위 지점은 환경부도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이 외부로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구 산곡3동 우성아파트 인근 부영공원 부지의 오염우려 기준 이상 오염분포도. 상단 맨 위 지점은 환경부도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이 외부로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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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는 "캠프마켓에서 굴포천 지류와 근접한 'BP-26'지점은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된 오염이 외부로 유출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부평공원 부지는 과거 68경차부대 운영에 따른 오염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향족탄화수소는 주로 인쇄·고무·가죽 산업에서 용매제로 사용돼 68경차부대에서 사용될 가능성보다는 과거 미군기지 등에서 사용됐을 가능성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곡4동 경남4차·한신아파트 주변 지역인 B지역의 경우 석유계탄화수소와 방향족탄화수소, 구리, 납, 아연, 니켈 등의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의 경우도 석유계탄화수소는 토양 오염우려기준인 500mg/kg보다 32배 높은 1만 6309mg/kg가 검출됐다.

납의 경우도 최고 농도가 기준치인 각각 200mg/kg(1지역), 400mg/kg(2지역)보다 훨씬 높은 2453mg/kg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우려 기준치보다 무려 12배에서 6배 이상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 니켈과 구리 등도 토양 오염우려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조사된 유류·중금속 오염 면적은 450㎡로 나타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캠프마켓의 DRMO(=Defens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 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센터 또는 폐품 처리소) 시설. 이 지역은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캠프마켓의 DRMO(=Defens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 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센터 또는 폐품 처리소) 시설. 이 지역은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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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B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 "유류 항목 한 지점에서만 오염이 확인되고 주변에서는 확인되지 않아 원인자에 대한 규명이 불가능하며, 중금속 중 아연 항목이 오염된 지점은 타일 적재소의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외 중금속 항목은 현재 상황으로는 원인자를 판단할 수 없는 불특정 오염원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DRMO(=Defens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 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센터 또는 폐품 처리소) 시설에 인접해 있어 이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데 있다. 특히 DRMO 시설에는 폐차장과 전투화 공장 등이 위치해 있어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높다.

부평1동 동아아파트 주변 철로변도 석유계탄화수소와 아연 등으로 인해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치인 2000mg/kg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이 지역은 철로 운영과 무단 투기 등 불특정 오염원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하수 내 석유계탄화수소와 벤젠 오염은 토양 내 유류 오염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환경부는 덧붙였다.

시민단체 "원인 규명 위해 캠프마켓 조사 병행해야"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캠프마켓에 대한 민관합동 환경조사를 10여년 동안 요구해왔다. 시민운동의 결실로 되찾은 부평미군기지 주변만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캠프마켓에 대한 민관합동 환경조사를 10여년 동안 요구해왔다. 시민운동의 결실로 되찾은 부평미군기지 주변만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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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는 이번 환경조사 결과와 관련, 국방부를 상대로 정화 명령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상당수 토지가 산림청 소유이고, 부영공원의 경우 한국군 부대가 사용해왔던 점을 감안한해 '공여구역 특별법'에 따라 국방부에 정화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정화명령을 내린 후 최대 4년 동안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빠른 시일 안에 환경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또 전국적으로 많은 주한미군 기지들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 예산 등의 문제로 복구 시기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고유경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캠프마켓 내부에 대한 현장조사가 제일 중요하고, 차선적으로 오염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시설과 사용 과정 등에 대한 조사가 함께 진행됐는지가 중요하다"며 "결국 캠프마켓에 대한 환경조사는 이런 것들이 함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염 원인을 전혀 규명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사무국장은 "혈세를 투입해 두 차례 조사를 진행해 오염 사실을 확인했지만 오염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이는 캠프마켓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96년부터 부평미군기지 반환운동을 진행해온 김성진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10년이 넘도록 환경오염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자체와 정부는 이를 외면하다가 이제야 조사했다"며 "그러나 오염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때만이 치유가 가능한데, 지자체와 국방부가 어떻게 치유할지 시민들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미군기지, #환경부, #인천시민회의, #김성진, #고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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