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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금일까?"

금빛이다. 지붕도 기둥도 온통 휘황찬란한 금빛이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건물이 온통 금색이다. 건물만이 아니다.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도 금빛이고 미륵 부처님도 금빛이다. 물론 금으로 도색한 것이겠지만, 보기에는 온통 황금이다. 금빛이 찬란하니, 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금당사 대웅전 지붕
▲ 금빛의 금당사 대웅전 지붕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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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사 석탑(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제 122 호). 온통 금빛이어서 산사의 이름도 그렇게 붙여진 것일까?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 안에 또 하나의 사찰이 있다. 바로 금당사다. 대한불교 조계종에 소속된 절로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새롭게 단장한 지가 얼마 되지 않는가 보다. 이 곳 저 곳에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산사는 특이한 것은 분명하다.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지장전에 모셔 있는 사리다.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비롯하여 10 대 제자의 사리를 모셔놓고 있었다. 오색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사리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2500년의 싯달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이니,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엄숙해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게 된다.

석가모니
▲ 진신 사리 석가모니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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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신 사리를 친견하면서 추억을 생각한다. 나의 추억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겨우 반백년을 넘었을 뿐이다. 살아온 날이 그것뿐이니, 가지고 있는 추억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의 모든 족적들을 추억으로 모두 다 가지고 있지도 않다. 기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추억. 추억이란 말만 떠올려도 가슴이 떨려온다. 추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좋았던 기억도 있고 아프고 아쉬운 것들도 있다. 눈을 감고 지난날을 돌아다보면서 놀라게 된다. 기억의 끈을 잡고 다가오는 추억에는 좋았던 것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두가 다 고통을 수반한 것들이고 무엇인가가 부족한 아쉬운 것들뿐이다.

금당사 창살 무늬
▲ 창살 금당사 창살 무늬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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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추억들이 하나 같이 슬픔이 배어 있고 아픔이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다. 채우지 못하여 안타까웠던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욱 더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모두가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착각이었다.

펄럭이는 깃발
▲ 당간 지주 펄럭이는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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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크면 클수록 더욱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더욱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고통을 수반하는 삶의 흔적들이었기에 세월에 닦여져서 아름답게 재창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았던 기억들은 세월이 흐르게 되니,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희미하게 지워져버렸다. 추억은 아픔이 커야 더욱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향한 북소리
▲ 법고 세상을 향한 북소리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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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움이 세월과 더해지면서 아쉬운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쉬움이 있었기에 더욱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날들을 돌아다보면서 2%가 부족한 삶이 결국은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족하다 하여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금당사의 금빛이 햇빛에 찬란하다 하여 너무 좋아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물이 금색으로 빛난다고 하여 먼 세월이 흐른 뒤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2%가 부족해야 내일에 그 것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사의 금빛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금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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