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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0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07GOMS1) 결과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수의 언론에서 이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청년층 고용동향에 관한 통계자료가 여러모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처럼 장기적인 추적조사는 청년층 고용문제의 동태적 특성(정태적 또는 일회적이 아닌)을 파악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매월 일회적인 경제활동 인구조사나 매년 1회 진행하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보다도 정책적 대안에 밀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조사분석 내용 중에 다수의 언론 등이 주목하고 있는 '07년 대졸자들의 졸업 후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평균기간 3.5개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실상 대졸자들이 심리상 느끼는 기간에 비해 너무 짧지 않나?' 하는 의문 때문이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 3.5개월? 11개월?

먼저, 한국고용정보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자료 하나를 보자.

첫 일자리 진입 소요기간 (단위: 개월, %)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07GOMS1] 결과 분석)
 첫 일자리 진입 소요기간 (단위: 개월, %)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07GOMS1] 결과 분석)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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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는 '06년 8월과 '07년 2월에 전문대 이상의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 1만 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조사기준기간 : 2008년 8월 25일~31일)한 것이고, 졸업 이전 취업을 한 경우 입직 소요기간을 0으로 산정하였으며, 교육대학은 분석에서 제외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고 있는 평균소요기간은 1만 8천 명 각각의 데이터의 평균치이다. 그런데 3.5개월이라는 파격적(?)인 수치는 통계청에서 해마다 발표되고 있는 수치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아래 표는 통계청이 2008년 7월 25일과 2009년 7월 30일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청년층) 결과를 합친 표다.

(자료 : 통계청, 각 년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국민통계포탈에서 재가공) (단위 : 천명, %)
 (자료 : 통계청, 각 년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국민통계포탈에서 재가공) (단위 : 천명, %)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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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전국 약 3만2천 가구를 표본으로 하며 이중 만15~2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은 약 1만4천 명이다. 이 조사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졸업 또는 중퇴 이후'를 기준으로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을 분석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위의 표를 근거로 '07년 대졸자들의 졸업 후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3.5개월이었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반해, 통계청에서는 위의 표를 근거로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첫 일자리 취업시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11개월로 전년과 같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조사 대상 차이가 원인... 청년층 장기구직자 누락

이 두 조사의 지표, 즉 3.5개월과 11개월을 그야말로 단순하게 비교하면 무리다. 여러 가지 차이를 보정하고 가장 현실성있게 비교하려면 두 조사의 원 데이터를 입수해서 통계분석을 다시 해보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청년실업의 추이를 보면 이 번거로움을 지나치고도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한 개략적 파악이 가능해 보인다.

두 조사의 방법상 핵심적 차이는 조사 대상의 차이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는 대졸자(교육대학 제외), 즉 고학력 청년층을 대상으로, 통계청의 조사는 학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연령기준으로 만 15~29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후자는 고졸, 대학 중퇴는 물론 사이버대학, 방통대, 기술대학 등의 대졸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고학력 청년층의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전체 청년층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짧다라는 가설이 성립하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청년실업의 추이는 이와는 좀 다르다.

(자료 : 통계청, 각 년도 경제활동인구, 국민통계포탈에서 재가공) (자료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2009)
 (자료 : 통계청, 각 년도 경제활동인구, 국민통계포탈에서 재가공) (자료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2009)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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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그래프에서 보여지듯이, 청년층 실업자 중 고졸 이하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졸 이상(전문대졸 포함)의 비중은 늘고 있으며,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에서 대졸 이상이 찾이하는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즉, 전자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고학력(대졸) 청년층이 고졸 이하 청년층 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며, 후자는 장기구직자인 고학력 청년층이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결국, 최근 청년실업의 동향은 고학력이라 하여 청년실업으로부터 보다 나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둘러싼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고학력 청년층의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상대적이 짧다"라는 상식은 이미 바뀌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상의 차이는 실제 사실보다 더 중요한 차이로 이어진다. 조사대상이 2006년 8월~2007년 2월 사이 졸업한 대학생이기 때문에 조사 시점인 '08년 8월 이후까지도 구직 중인 대상자는 제외되었기에 2년 또는 3년 이상의 장기구직자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취업준비생이 약 60여 만 명에 이르고 이중 대졸 비율이 65%(2008년 기준 64.8%, 자료 : 위 그래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2009)에 이르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실제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점은 한국고용정보원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인데, "조사 당시까지 첫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졸자도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평균 기간은 더 걸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대졸자 49만 8700명 중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비취업자 수는 10만8424명(21.7%, 이중 재학생이 약 4만5천명)이다. 이는 장기취업준비자층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2년, 3년 이상(통계청 조사와 같이) 취업준비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기간은 실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진학 중 취업자는 통계에 넣나? 빼나?

차이를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졸업 이전 취업을 한 경우 입직 소요기간을 0개월로 산정하고 있는 반면 통계청에서는 중퇴 또는 졸업 이후를 기점으로 하기에 소요기간을 1개월로 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통계 기준이 보다 적절한지는 앞으로 검토해 보기로 하고, 우선 대학 재학 중 취업자의 상황이 첫 직장에 취업한 것으로 볼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09년 5월)에 따르면, 재학/휴학 기간 동안 직장체험을 한 청년층의 주요 직장체험 형태는 '시간제'가 59.3%, '전일제'가 20.7%로 나타났다. 졸업 마직막 학기인 4학년 2학기 또는 휴학기간에는 전일제일 가능성이 있으나 대학시절 첫 취업은 아르바이트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시간제 취업 경우는 실제 대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첫 직장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용어 정리>를 보면, '첫 일자리'는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대학 졸업 후 가진 첫 번째 일자리를 말"하며, "만일 졸업 전부터 일하기 시작했더라도 졸업 후까지 계속 일을 하였다면 첫 일자리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한국고용정보원의 경우, 졸업 이전 취업이 47.3%로 다수를 찾이하고 있는 데이터에서 이 대상의 소요기간을 0개월로 산정하여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소요기간을 3.5개월로 산출한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고용정보원에서도 "졸업 전에 취업을 하지 못한 경우는 첫 일자리에 들어가기까지 반년 이상(6.7개월) 소요"로 발표하기도 했다. 

장기적 기간 동안 표본을 추적조사하는 패널조사의 특성상 '2007GOMS1'은 2010년의 추적조사까지 봐야 취업준비생들을 포함한 평균구직기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사의 취지에서 밝혔듯이 "최근 고학력 청년실업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의 이행현황 분석을 통해 합리적이고 원활한 노동시장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수요 증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기에 통계자료, 그리고 이에 대한 분석연구자료는 보다 정확한 현실성에 기초해야 않을까 한다.


태그:#첫 취업, #소요기간, #청년, #고용정보원,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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