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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리 마애삼존석불이 새겨진 바위. 누군가 치성을 드리고 간듯 촛불이 커져있다.
▲ 마애삼존석불 소고리 마애삼존석불이 새겨진 바위. 누군가 치성을 드리고 간듯 촛불이 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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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마곡산 줄기 부처박골에 가면, 마애보살좌상을 선각한 바위 옆에 또 하나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는 고려중기 이후에 조각된 것으로 설명이 된, <소고리 마애삼존석불>이 있다. 바위 밑에는 누군가 치성을 드린 듯 촛불이 커져있다. 이천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삼존석불을 바라보다가 한참이나 웃었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보아오던 마애불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애삼존석불을 보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혼자의 생각이겠지만, 이 삼존석불 안에 서유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애삼존석불은 중앙에 본존불을 크게 돋을새김 하였다. 높이는 203cm인데 얼핏 보니 서유기의 손오공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또는 저팔계와도 닮았다. 원래는 손오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누군가 코를 쪼아내서 저팔계와 비슷한 모습도 하고 있다.

이 마애삼존석불을 보면서 서유기가 생각이 났다.
▲ 마애삼존석불 이 마애삼존석불을 보면서 서유기가 생각이 났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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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삼존석불이 서유기를 본뜬 것은 아닐까  

서유기는 중국 명대의 장편소설이다. 오승은이 지은 책으로 승려인 현장이 천축국인 인도에 가서 불경을 구해온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이야기다. 서유기에 나오는 현장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로, 602년에 태어나 664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 현장을 따르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각각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삼장법사를 따라 불경을 구하러 인도를 가면서 81차례나 모험을 한 끝에 불경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소고리 마애삼존석불을 보다가 갑자기 서유기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이 마애삼존석불은 소고리 부처박골에서 산을 향하고 있다. 모두가 돋을새김을 하였는데, 두 다리를 결가부좌한 좌상이다. 본존불과 양편이 협시불 모두 손을 가슴으로 모았다. 좌협시 보살은 60cm, 우협시 보살은 93cm의 크기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본존불은 손오공, 좌협시 보살은 사오정, 우협시 보살은 삼장법사를 닮았다.

아무리보아도 서유기에 주인공인 손오공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 본존불의 얼굴 아무리보아도 서유기에 주인공인 손오공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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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다. 손바닥을 보면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형태이다. 좌협시보살과 우협시보살 역시 같은 형태로 손을 하고있다.
▲ 가슴 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다. 손바닥을 보면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형태이다. 좌협시보살과 우협시보살 역시 같은 형태로 손을 하고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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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의 추정연대가 혹 1500년 이후는 아닌지?

고려중기 이후라고 하면 1150년 이후가 된다. 만일 이 마애삼존석불이 고려 중기 이후에 조성한 것이라면,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서유기를 지은 시기와는 연대가 맞지를 않는다. 마애삼존석불의 문화재 설명문에는 막연히 고려 중기 이후로만 적고 있다. 정확한 조성연대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마애삼존석불이 혹 1500년대 이후에 조성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서유기를 지은 오승은은 1500년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혹 명대의 이 책을 보고, 누군가 그 서유기의 이야기를 마애불로 표현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삼존석불은 아무리 보아도 서유기를 도식화해서 만든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애삼존석불의 본존불을 보면 콧구멍을 뚜렷하게 표현했다. 눈이나 생김새도 손오공을 닮았다. 얼핏 보아도 일반적인 부처의 상이 아닌 손오공이라는 생각이다. 함께 동행을 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중앙에 본존불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손오공'이라는 대답이다. 그렇다면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남들도 왜 대뜸 손오공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마애불을 돋을새김한 바위. 구멍이 여기저기 뜷려있다. 석회암처럼.
▲ 마애불 마애불을 돋을새김한 바위. 구멍이 여기저기 뜷려있다. 석회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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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 안에 손오공, 사오정, 삼장법사가 있다

고려조나 조선조의 마애불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전혀 다른 조각의 형태. 그리고 토우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 등, 이 삼존석불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목구비도 도식화 되어있으며, 일반적인 불상조성의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돋을새김을 한다고 해서 두광을 굵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본존불은 두광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 굵게 처리가 되어있다. 그도 두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관 위에 또 다른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란 생각이다. 협시보살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좌협시 보살을 보면 높은 관을 쓰고 있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삼장법사다. 목에는 삼도를 표현하고 있다. 본존불과 좌협시 보살이 삼도를 표현한데 비해, 우협시 보살은 삼도가 없다. 머리는 맨머리인데 두건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서유기의 사오정과 같은 모습이다. 마애삼존석불을 돋을새김한 바위도 이 지역에서 보이는 바위와는 재질이 다르다. 바위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있다. 옆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의 돌과는 전혀 다른 석질인 듯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바위가 여기 와서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우협시보살, 아무리보아도 사오정같다는 생각이다.
▲ 우협시보살 우협시보살, 아무리보아도 사오정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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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법사라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머리에 쓴 관을 보면 더욱 그렇다
▲ 좌협시보살 삼장법사라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머리에 쓴 관을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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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는 없는 석회암같이 구멍이 뚫려있는 바위. 그리고 서유기의 손오공, 삼장법사, 사오정과 같은 인물의 표현. 이 마애삼존석불을 떠나면서도 머릿속이 혼돈스럽다. 왜 저것이 서유기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래서 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기 위한 여정이 계속되는 것이지만.


태그:#마애삼존석불, #이천 소고리, #향토유적, #서유기, #고려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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