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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합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편집자말]
15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초반부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혼돈에 빠졌다. 8일 덴마크, 미국, 영국 정부가 선진국끼리 논의해 작성한 의장 합의서 초안이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과 G77그룹은 선진국이 UN의 '민주주의' 원칙과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훼손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의 개도국 '사다리 걷어차기'... 개도국의 대응은?

COP15 회의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첨예한 대립으로 혼돈에 빠지고 있다
▲ 코펜하겐은 호펜하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COP15 회의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첨예한 대립으로 혼돈에 빠지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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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덴마크 문건(Danish Text)'라고 불리는 선진국 초안에 따르면 192개 기후변화협약당사국 회원국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0% 줄이도록 되어 있다. 개도국도 선진국과 동일하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이다. 그러나 2050년까지 선진국은 1인당 배출량을 2.67톤, 개도국은 1.44톤으로 제한을 하고 있어 선진국의 배출의 권리를 더 허용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지원을 위한 개도국지원기금도 선진국 입맛에 맞는 '세계은행'이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건유출에 당황한 덴마크 정부는 논의를 위한 문서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개도국들의 반발을 무마시키지는 못했다. 9일, 당장 수웨이 중국협상대표가 기자 회견을 열고 "미국, 유럽, 일본이 지나치게 낮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채 개도국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덴마크 문건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 지원기금으로 3년간 연간 100억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은 이렇게 적은 지원금으로는 세계인구 한사람 2달러로 '커피 한잔 값'이라고 비난했다.

선진국이 기금을 지원하는 수혜 대상국가에 대해서도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를 중심으로 우선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일면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이런 계획은 개도국을 세분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맞서고 있다. 개도국을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은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와 최빈국으로 구분해 차등대우 하면, 개도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가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서도서국가연합(AOSIS)에 속하는 투발루 협상대표단은 지구온도 상승을 1.5℃로 막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진우 상임연구원은 투발루 협상대표단의 발언을 볼 때, 개도국 사이의 분열조짐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고 전망했다. 교토의정서를 재편하면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의무감축국가와 개도국이라는 두 개의 틀이 무너지게 되고, 개도국들이 의무감축 국가로 편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온실가스를 유해물질로 규정함에 따라 코펜하겐 협상의 성공을 점치던 분위기가 하루 만에 반전된 것이다. 회의가 시작된 지 4일 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회의는 혼전으로 치닫고 있으며, 선진국의 개도국 "사다리 걷어차기"와 이에 따른 개도국의 치열한 반발이 이번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최대 4만명 규모의 기후변화 시위 예정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대타협을 이뤄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지구는 어디로?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대타협을 이뤄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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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덴마크 경찰은 9일 새벽 2시 30분, NGO들의 숙소 밀집지역을 급습해 200여명의 활동가들을 2시간 동안 억류하고 시위물품을 압수했다. 기후정의행동(CJA) 대변인은 덴마크 정부가 NGO를 위해 제공한 숙소에서 경찰들이 불필요하게 조사를 하고 시위물품을 압수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물품을 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오는 12일, 13일, 16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3만~4만 명 규모의 기후변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 G77그룹: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들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1964년 결성할 당시엔 77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이후 회원국이 꾸준히 늘어 현재는 13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 태평양과 카리브해 등 39개 섬나라로 이뤄져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처해있다. 

덧붙이는 글 | 이유진은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기후변화, #코펜하겐, #덴마크 문서, #CO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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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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