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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악당 국가'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은 변한 것이 없다. 2022년 국제 평가기관인 저먼워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 지수는 세계 60위, 우리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다.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로 잠시 감소했던 배출량은 2021, 2022년 연속 증가 추세이다.
 
2022년 11월 14일,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유럽연합 포함)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수준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한국은 60위
▲ 기후변화대응지수 2022년 11월 14일,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유럽연합 포함)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수준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한국은 60위
ⓒ 기후솔루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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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인해 전세계 생물종이 멸종하고 있으며, 지구의 생태적 균형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2023년 3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아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 기간(23~42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데, 이 계획에는 한국사회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어디에서,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상세한 계획을 담아야 한다. 또 전환(전력생산),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의 부문별 감축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규모와 마련방안도 담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계획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정부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계획을 어떻게 세웠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 공청회를 오는 22일 열 예정이다. 

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우려되는 이유

지난 14일 녹색전환연구소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드시 담겨야 할 핵심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었다. 이 제안을 '최소'라고 부른 이유는 '2030년까지 40% 감축'이라는 목표조차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2030년 40%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2100년에 2~3℃가량 상승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특히 이번 계획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할 부분이 바로 감축경로(⇲), 감축률(%), 재원규모와 조달방안(₩)이다. 

첫째, 윤석열 정부의 2027년 감축목표는 5억 톤 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4억3660만 톤이다. 2018년 총 배출량 7억2700만 톤에서 매년 4.17%씩 줄여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윤석열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초기에 과감한 감축을 하지 않으면 남은 3년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2030년 NDC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총 감축량의 대부분을 2027년까지 줄여야 하며, 2027년의 감축 목표는 총배출량 기준으로 5억 톤 이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면 2027년까지 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활용, 저장), 해외감축분 같은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한 수단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한 수단으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업'이 되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역할이 왜 '영업사원'이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역할이라도 하려면 EU의 그린 딜(The European Green Deal) 산업 계획,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소법(IRA)과 같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 3600만톤으로 줄여야 하는데, 이는 2018년 대비 매년 4.17%씩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 한국의 2050 탄소중립 경로와 2030년 NDC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 3600만톤으로 줄여야 하는데, 이는 2018년 대비 매년 4.17%씩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 출처: 관계부처합동(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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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산업 부문 감축률 14.5%는 상향돼야 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14.5% → 5%로 축소하는 안을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산업부문의 감축 책임을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 다른 분야에서 대신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2021년 정부가 수립한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은 전환 44.4%, 산업 14.5%, 건물 32.8%, 수송 37.8%, 농축수산 27.1%, 폐기물 46.8%이다. 모든 부문 중 산업부문의 감축률이 가장 낮았다.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 수립 당시에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산업계의 감축률이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았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산업부문 감축률 14.5%는 후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향되어야 한다. 

지난 9일 울산에 세계최대의 석유화학산업 설비인 샤힌 프로젝트가 기공식을 가졌고, 이로 인한 추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는 도대체 샤힌 프로젝트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며 이 사업이 국가 온실가스감축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설명을 들은바가 없다.

샤힌 프로젝트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물론 전세계적 탈탄소 경제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샤힌 프로젝트의 실제 배출추정치를 공개하고 이 사업이 산업부문 감축목표와 어떻게 연동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제 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최소 기준으로 감축경로, 감축률, 재정규모를 제안하였다.
▲ 제 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최소 기준  녹색전환연구소는 제 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최소 기준으로 감축경로, 감축률, 재정규모를 제안하였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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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정부는 연간 45조 원 이상의 감축 예산과 적응, 정의로운 전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2030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1년과 2022년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연간 배출량을 5% 이상 줄여야 하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netzero by 2050)'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가 에너지 부문에서만 2조 달러, 전 세계 GDP의 약 2.5%가 필요하며, 2030년에는 넷제로 투자가 거의 5조 달러, 세계 GDP의 약 4.5%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민간싱크탱크가 2022년 발간한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K-Map'에 따르면, 2030년에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다만, 이러한 탄소 중립으로의 이행 과정에는 2050년까지 약 1300조 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보고서는 연평균 정부재정과 민간투자를 합쳐 45조 원(2020년 실질 국내 총생산의 2.5%)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국제기구와 민간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30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연간 45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은 도대체 언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도 전국에서 가뭄과 산불이 비상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일상이 됐는데,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위기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시민들이 먼저 국가계획에 담아야 할 최소기준을 정하고, 온라인에서 '파탄에 빠진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합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된 캠페인에는 21일 현재 시민 605명이 참여했으나, 아직 여기에 응답한 국회의원이나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유진씨는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입니다.


태그:#탄소중립기본계획, #감축목표, #재원조달 방안, #산업부문 감축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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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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