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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탑인 '뱃지르'가 유난히 아름다운 야즈드 시내. 다른 시대의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삶이 참 아름답다.
 바람탑인 '뱃지르'가 유난히 아름다운 야즈드 시내. 다른 시대의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삶이 참 아름답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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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차크마그에서 내려다본 야즈드 전경. 황토집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에서 다른 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미르차크마그에서 내려다본 야즈드 전경. 황토집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에서 다른 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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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즈에서 오랜 시간을 달려 야즈드로 왔습니다. 야즈드는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입니다. 쉬라즈보다도 더 촌동네로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더 새카맣고 시내 중심가를 다니는 여자들의 모습은 차도르 일색이었습니다. 대도시 테헤란 여자들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멋스런 코트에 화려한 스카프로 머리카락을 가린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야즈드로 와서 번화가를 차지한 가게들의 종류 또한 야즈드가 촌동네라는 심증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야즈드에는 유난히 곡물가게가 많았습니다. 콩이니 보리니 율무니 하는 곡물을 취급하는 가게와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땅콩, 호두 등 견과류를 파는 가게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차를 파는 가게인지 작은 식용꽃을 투명봉지에 담아서 파는 가게들도 가끔 눈에 띄었으며 정육점도 많았습니다. 금방 잡은 것처럼 시뻘건 피와 살을 드러낸 고기를 걸어놓은 가게들에서 파는 고기는 낙타고기라고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길대장 말이 낙타 고기가 여기서는 꽤 비싼 고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조용하던 마을을 흔든 16명의 여성들

우리 일행이 야즈드를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을 때 야즈드 사람들 또한 두리번거리면서 우리들 개개인을 구경했습니다.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흐를 것처럼 심심하고, 또 단조로운 도시인 야즈드에서는 좀 놀랄 만한 풍경이었겠지요. 외국인을, 그것도 우리처럼 생긴 동북아시아인은 좀체 보기 어려운데 16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니 놀라 자빠질만한 풍경이었겠지요. 그래서 다소 심심했던 야즈드 사람들은 쇼킹한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과일 가게에서 석류를 팔던 젊은 남자는 우리를 구경하기 위해 도로까지 나와서 호기심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눈빛을 번뜩였고, 차도르를 걸친 채 친구와 수다를 떨며 지나가던 아가씨들도 부끄러운 듯 차도르로 입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을 어쩔 수 없었는지 걸어가던 길에서 뒤돌아서까지 우리를 훔쳐봤습니다.

또 도로가에 의자를 두 개 내놓고  담소를 나누던 할아버지들은 노인 특유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흐뭇한 미소로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갑자기 조용하던 마을에 서커스가 나타난 것처럼 우리 존재는 센세이셔널했습니다.

이란에서 가장 독창적인 건물 중 하나라는 아미르차크마그.
 이란에서 가장 독창적인 건물 중 하나라는 아미르차크마그.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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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즈드 시내에서 많이 팔던 견과류. 이란인은 견과류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 소풍에서든 버스에서든 해바라기 씨나 호두 등 견과류를 먹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야즈드 시내에서 많이 팔던 견과류. 이란인은 견과류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 소풍에서든 버스에서든 해바라기 씨나 호두 등 견과류를 먹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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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야즈드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야즈드 중심가에 있는 아미르차크마그 콤플렉스 라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이란에서는 가장 특이한 건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건물이 특별한 건 그 모양이 아니라 이 건물에 올라가서 보는 야즈드의 전망 때문입니다.  야즈드 하면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구시가지'가 유명한데 그 구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미르차크마그'라고 합니다.

그런데 야즈드의 전망대인 아미르 차크마그 콤플렉스로 오르는 게 내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난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곳은 옥외계단, 그것도 경사가 거의 80도에 육박하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무서워서 올라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도 다 올라가고 우리 애들까지 올라가는데 혼자만 밑에 남아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벌벌 떨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층 정도 높이로 올라가니까 그 다음부터는 실내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니까 정말 야즈드 시내가 아주 잘 보였습니다. 마침 그 시간은 해가 지고 노을이 도시 전체로 내리는 시간이라 전망이 더욱 눈부셨습니다.

야즈드는 아스팔트 위에 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나 고충빌딩이 즐비한 도시 풍경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매우 신선한 도시였습니다. 황토 빛의 단충 집들이 끝없이 펼쳐져있는데 매우 장관이었습니다. 특히 진흙벽돌로 만든 집들의 지붕에 세운, 바람을 붙잡아 한여름의 더위를 이길 수 있게끔 고안된 바람탑인 '뱃지르'가 보여주는 도시 실루엣이 멋있었습니다.

난간에 올라 목숨 걸고 사진을 찍다

야즈드가 우리나라 경주 같은 느낌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란에서 다른 도시에 갔을 때는 우리나라의 여느 도시와는 크게 구별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야즈드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도착한 것처럼 흙집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경주에서 검은색 기와집과 왕릉으로 이뤄진 도시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 야즈드 또한 획일적인 도시풍경에서 벗어난 도시였으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들뜬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다들 사진 찍는 일에 완전히 몰입돼 보였습니다. 덩달아서 우리 작은 애도 야즈드를 배경으로 해서 마릴린 먼로 포즈로 찍었다, 오드리 햅번 흉내를 냈다 하면서 사진 찍기 삼매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중에는 완전히 날 기절시킬 것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난간이 있긴 하지만 그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사실 난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일행 중 다른 두 선생님은 보다 다이나믹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삼층 높이의 전망대 난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바람도 많이 불어서 잘못했다가는 난간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오직 좋은 사진을 남기겠다는 욕심에서 그런 모험도 감행한다는 걸 보면서 정말 놀랄 뿐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난간에 올라가는 것도 아니면서 그 장면을 볼 용기가 없어서 얼른 내려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까 그들은 정말 난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아마도 그 사진은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이라 가장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태그:#야즈드, #아미르차크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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