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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봉 공동묘지 올레
▲ 공동묘지 단지 모슬봉 공동묘지 올레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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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공동묘지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공동묘지는 귀신이 우글대는 곳으로 생각했었다. 공동묘지를 으슥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떠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공동묘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어 갔다. 하지만 묘지는 사람이 죽으면 묻히는 곳이니, 그렇게 기분 좋은 곳만은 아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서 본 모슬봉
▲ 모슬봉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서 본 모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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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봉 중턱, 공동묘지올레

제주올레 코스 중에는 대부분 묘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올레 11코스에서 만나는 모슬봉 공동묘지는 특별하다. 그 이유는 최대 공동묘지 단지이기 때문이다. 공동묘지와 통하는 길, 공동묘지 옆으로 스치는 길, 그 길이 바로 모슬봉 공동묘지올레이다.

오후 12시 30분, 정난주 마리아 묘에서 출발한 지 15분 정도 걸었을까, 서귀포시 대정읍 7리에 있는 공동묘지 올레 입구에 도착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관내에서 최대의 공동묘지가 이곳에 있었다. 공동묘지 단지를 이룬 셈이다. 영안실, 무연묘지라는 푯말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올레길 옆 공동묘지
▲ 공동묘지 올레길 옆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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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차별받는 장묘문화

11코스를 거꾸로 걷다보니 모슬봉 하산길이 등반로 입산길이 되었다. 그 길은 무척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짧은 겨울해가 모슬봉 봉우리에 서 있었다. 봉긋봉긋 솟아있는 묘지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공동묘지 단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모슬봉 오르막길 왼쪽은 무연묘지가 오른쪽에는 가족묘지가 들어섰다. 하지만 무연묘지의 크기는 작고 협소했다. 반면 가족묘지는 크고 웅장했으며 제법 그럴싸한 비석까지 세워져 있었다. 조그만 푯말이 죽은 자의 생을 말해주는 묘지도 있었다.

올록볼록 솟아 있는 묘지의 모습이 마치 제주 오름 같았다. 묘지의 모양에 따라 죽어서도 빈부의 차이를 느끼게 하다니. 안타까웠다. 크고 작은 묘지는 대정고을을 바라보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왜 그리도 평화로울까?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공동묘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풍경이랄까. 묵묵히 걷는 올레꾼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정상은 철조망으로 통제구역이다
▲ 정상 철조망 정상은 철조망으로 통제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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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군사기지 철조망, 치욕의 역사 잔존

공동묘지 올레 오르막길은 길게 느껴졌지만 거리상으로 아주 가깝다. 공동묘지 올레 끝에또 다른 길이 열렸다. 그 길은 제주올레에서 새로 만든 길 같았다. 삽으로 파서 계단을 만들고 억새 군락지를 가로 질러 올레를 조성한 흔적이 보였다. 소나무와 고사리과 식물들, 그리고 잡초와 억새 숲이 어우러진 조금은 가파른 올레였다.

정상은 통제구욕
▲ 통제구역 정상은 통제구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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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통제구역
▲ 통제구역 정상통제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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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봉 정상은 철조망이 쳐 있었다. 이 철조망은 모슬봉 정상이 군사기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곳이다. 철조망 옆으로 난 올레길은 억새가 장관을 이룬 아주 아름다운 산길이었다. 중턱에 자리 잡은 공동묘지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표고 180.5m, 비고 131m인 모슬봉은 '모슬봉 맥냅기지'로 민간인 통제지역이다. 정상은 조선시대 연대와 망루, 세계2차대전시 무선소, 6·25 전쟁시 레이더 등 중요 방어시설지였다. 특히 모슬봉은 태평양전쟁 시 일본을 공격했던 폭격기 포착에 성공, '국제봉'이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기지, 6·25전쟁에는 '맥냅 기지'로, 외국군 주둔이란 치욕의 역사가 잔존하는 곳이다.

잊혀진 옛길 복원... 삶과 죽음 공존

모슬봉 올레 억새숲이 이어진다
▲ 억새 숲 모슬봉 올레 억새숲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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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옆에서 점심을 먹는 올레꾼
▲ 공동묘지와 올레꾼 공동묘지 옆에서 점심을 먹는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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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올레꾼
▲ 공동묘지 전망대 공동묘지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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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봉 내리막 올레는 산방산과 단산을 바로보며 걸을 수 있었다. 내리막 올레 양옆에도 공동묘지가 차지했다. 묘지 옆에 점심상을 차린 올레꾼의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산자와 죽은자의 올레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모슬봉 올레는 산불감시원의 조언을 받아 '잊혀진 옛길'을 복원했다 한다. 따라서 이 길을 걷다보면 고즈넉한 봉우리 중턱에는 다양한 올레를 걸을 수 있다. 겨울 딸기밭 올레에서는  탐스럽게 익어가는 겨울딸기가 올레꾼들에게 달콤함을 제공했다.

100m 정도 이어지는 소나무 숲 올레는 흙길을 밟는 운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모슬봉 올레으 포인트는 억새 길을 헤치고 걷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자리 잡은 공동묘지는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으스스하고 무서운 공동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리막길에 산방산과 대정읍 들녘을 조망할수 있다
▲ 내리막길 산방산 내리막길에 산방산과 대정읍 들녘을 조망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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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해무가 낀 제주 남서쪽 바다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왔다. 우뚝 솟은 산방산과 단산이신화처럼 떠 있었다. 기생화산 허리까지 층층이 밭을 일구고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억척은 마치 기생화산에 피어나는 갈대와도 같았다. 모슬포 사람들에게 살아 생전 삶의 터전이 모슬봉이었다면 죽음의 터전 역시 바로 모슬봉이었으리라.  

 원추형 화산체 모슬봉
상모리에서 본 모슬봉
▲ 모슬봉 상모리에서 본 모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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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봉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540-2번지 일대에 있다. 표고 180.5m, 비고 131m로 대칭적 경사를 이룬 원추형 화산체이다. 한라산을 축소한 것과 같은 순상화산을 이루며, 동쪽 기슭은 6 ·25전쟁 때 육군 제1훈련소가 있었던 곳이다.

또한 아이슬랜드식 화산체(일윤회성의 단성화산으로 중심분출에 의한 비교적 소형의 순상 화산체)와 그 외형이 아주 유사하지만, 화산체상에서 층서구별을 할 수 있는 노두가 존재하지 않고, 그 지질단면상에 용암유출단위가 인정되어야만 아이슬랜드식 화산체로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름꼭대기에는 조선시대에 봉수대가 있어서 남동으로 저별-송악산봉수, 북서로 차귀-당산 봉수에 응했었다고 한다. 오름 유래는 모슬개(모슬포)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모슬개'의 '모슬'은 모래의 제주방언 '모살'의 와음이며, 모슬봉은 한자의 음을 빌어 표기한 것이다.

모슬봉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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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덧붙이는 글 | 11월 28일,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공식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주올레 11코 거꾸로 걷기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걸-인향동 마을입구-곶자왈 숲길 입구- 곶자왈 입구-신평마을 입구-정난주마리아 묘- 모슬봉 입구-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백조일손묘 갈림길-섯알오름-하모리체육공원 21.5km로 6-7시간 소요됩니다.



태그:#모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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