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시작한 '희망근로사업'이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질책 받았다. 임금의 30~50%범위 내의 희망근로상품권도 임금은 현금으로 전액 지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므로 도마에 올랐고, 낮은 임금과 상품권에 공공근로성 일자리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가 6.7%, 청장년층의 참여는 29%에 불과하여 휴폐업 자영업자와 실직자 등을 우선으로 지원하려는 애초의 정부 정책이 변질되어 상당수 노인층의 소일거리로 전락하였다고 볼멘소리가 많았다.

또 항간에는 일거리 자체가 공공근로성이 짙다보니 일보다는 임금 살포에 무게중심이 있다하여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여기저기서 이런 모습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참여자 또한 불만이 많았는데 이 일 자체가 직업으로서 일이 아닌 단기 일회성일이다 보니 희망근로라기 보다 땜질근로에 희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절망만 주는 그야말로 '적당히'가 몸에 젖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헬기장이 있는 능선부로 이 주변은 넓고 평편한 곳이다
▲ 헬기장 헬기장이 있는 능선부로 이 주변은 넓고 평편한 곳이다
ⓒ 임종만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당초 우려와는 달리 희망근로가 사업장에 따라 정말 희망을 만들어낸 곳이 있었으니 바로 마산의 '무학산 둘레길'이다. 처음 이 안이 나올때 만해도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도 회의적이었고 시큰둥했다. 그래서 올 6월 초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심 갖는 이는 별로 없었고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마산시의 홍보에도 설마했었다.

11월 16일 6개월여만에 개통식이 있었는데 이때 지역 언론에서 마지못해 취재를 했고 이것이 뉴스로 신문 및 블로그 기사로 쏟아지니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이 인기리에 명소로 자리잡은 터라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산에 오르는 중 이 길에 들어선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무학산 둘레길'이 개통 고사떡도 마르기도 전에 웰빙산책로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마산 앞바다가 조망된다
▲ 마산앞바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마산 앞바다가 조망된다
ⓒ 임종만

관련사진보기


무학산 둘레길은 100대 명산인 무학산의 2~4부 능선을 따라 수평으로 완만하게 걷는 건강 트레킹 코스다. 제주도 올레길과 같이 마산앞바다와 시가지를 조망하며 산림욕까지 겸할 수 있어 관광, 건강, 웰빙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경남 유일의 산책로이다.

예곡동 밤받고개에서 시작하여 만날고개, 완월폭포, 서원곡, 앵지밭골을 지나 석전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12.5km의 산책로로서 보통 걸음으로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석전사거리에서 거꾸로 걸어도 무방하다.

이 길에는 산행인을 위한 편의시설(의자, 평상, 전망대, 정자 등)이 중간 중간 배치되어있어 산책로로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편백림 산림욕장도 2개소가 있어 이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잘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원곡 물놀이장이 있는 구간 나무테크 목교다
▲ 나무다리 서원곡 물놀이장이 있는 구간 나무테크 목교다
ⓒ 임종만

관련사진보기


월영ㆍ문화ㆍ반월ㆍ완월ㆍ자산ㆍ교방ㆍ회원 2동 등 총 7개 동이 참여해 일일 희망근로 147명을 투입하여 만들어진 이 길에 참여했던 근로자는 물론 구간을 맡아 일했던 동사무소직원들 역시 힘들었던 과정들의 고통이 있었지만 만난 한 공무원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부심이 느껴진다"라고 했다.

희망근로가 또 등산객들의 기분을 좋게 한 곳이 있다. 만날고개를 넘어 쌀재고개길 우거진 숲 속으로 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길 양 옆으로 깨끗하게 잡초가 제거되어 쾌적한 산책을 할 수 있다. 이도 희망근로로 이루어진 것이고 쌀재고개에서 대곡산 오르는 길(약 0.8km) 역시 현지의 고사목 등 불량목을 이용하여 경사지 계단을 만들고 주변 관목들을 제거하여 등산로를 말끔하게 정리하였다.

이 등산로를 걷다보면 이 분들이 정말로 혼신을 다하여 정비한 흔적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데 이 길을 오를 때마다 이 분들의 땀과 정성이 생각나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하게 된다. 절망으로 느껴졌던 희망근로가 이곳에서는 이 길을 만든 분들이나 이용자들 모두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안겨준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임종만의 참세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무학산 둘레길, #마산앞바다, #희망근로, #절망근로, #쌀재고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창원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공무원노조에 관심이 많으며 한때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도 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2년여 해직의 아픔도 격었습니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고 비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며 앞으로도 어디 어느 위치에 있던 이를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