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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 문명에서 콘크리트가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아파트에 정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을 지라도 결국 아파트는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생명이 없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디를 가도 생명을 딛고 살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생명을 딛고 살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가장 빠른 길은 콘크리트 문화가 없는 곳이라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곳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차로 30분 정도 가면 닿는 '소석원(笑石園)이라는 곳이다. 콘크리트에 찌든 나에게 그곳은 갈 때마다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느낌을 준다. 1년에 3-4번을 찾는 이곳을 2009년을 한 달 남겨둔 오늘(1일) 다시찾았다.
 
 

지난 봄 찾았을 때는 새싹이 파릇파릇 돋았는데 벌써 낙엽은 다 저버리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나무도 겨우살이에 들어간 것이다. 춥고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면 따뜻한 봄이 오면 어김없이 올 봄에 만났던 파릇파릇한 새싹을 만날 수 있으리라. 나무가 겨우살이를 준비하니 당연히 사람도 해야 한다. 소석원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겨우살이를 하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땔감이다.
 

땔감은 준비하는데 조금 늦은 것 같다. 아직 장작 더미가 조금은 초라하게 보인다. 하지만 하루하루 장작을 패다 보면 어떤 찬바람과 많은 눈이 와도 거뜬히 겨울을 이길 수 있을 만큼 장작 더미는 높아 쌓아질 것이다. 장작 더미를 보면서 장작으로 군불을 땐 온돌방에 하룻밤 자고 싶은 생각이 났다. 장작으로 땐 온돌방은 기름보일러와 가스보일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지난해는 비가 적게 와 물이 부족했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 물이 많았다. 소석원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은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지만 소석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물은 깨끗하다. 오염되지 않은 물, 원래 물은 이렇게 깨끗한데 사람들 손을 거치면서 더러워진다.
 

소석원 연못을 만든 주인은 들어오는 물길과 나가는 물길을 만들었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가두어 놓으면 물은 썩기 마련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은 물길을 막는다고 한다. 그것도 콘크리트로 '보'를 만들어서 말이다. 산에 사는 이름없는 사람도 물을 흐르게 해야 살아 있는 물임을 아는데 한 나라 대통령이 그것을 모르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소석원이 더 분주했다. 어느 방송국에서 소석원을 촬영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이곳 저곳을 촬영하면서 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콘크리트는 생명을 줄 수 없지만 산과, 나무와 돌,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소석원은 생명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나를 짓누르고 있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싶을 때 찾는 소석원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자다. 돈이 줄 수 없는 넉넉함과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곳은 내가 사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태그:#소석원, #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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