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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과 시민논객이 설전을 벌였던 장면.
 나경원 의원과 시민논객이 설전을 벌였던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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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손석희 교수가 마지막으로 진행한 특집 MBC <100분 토론>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미디어법 헌재 판결을 두고 시민논객과 설전을 벌이다 망신을 샀다. 헌재의 판결 주문에 미디어법이 '유효'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이를 주장하다가 시민논객으로부터 '다시 한 번 읽어보시죠'라는 핀잔을 들은 것이다. 판사 출신의 달변가로 가장 토론을 잘 하는 여성 패널로 꼽히기도 했던 나 의원으로서는 굴욕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나 의원에게 일침을 날리던 '그 시민논객' 송준영(25·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씨가 27일 나경원 의원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논쟁 당사자인 송준영씨 개인 및 그가 운영하고 있는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 명의로. 그는 이 글에서 나경원 의원의 무지와 파렴치를 질타하고 미디어법의 국회 재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글을 올리는 것 이외에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나경원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지역구 사무실에도 발송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9일 밤 서울 여의도 MBC본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토론을 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9일 밤 서울 여의도 MBC본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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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는 지난 3월 경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결속한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되는 언론 공공성의 파괴를 걱정하는 대학생들 180여명(11월 27일 기준)이 가입돼 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온라인' '대학생' '언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루어지며 미디어법 집회에 참가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오픈캐스트 등을 통해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고 언론공공성을 지키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송 이후 약간의 유명세를 타게 된 송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말을 잘 해서가 아니라 나 의원이 스스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공개서한 발송의 계기에 대해서는 "방송 이후로 미디어법 효력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이 이슈를 그대로 묻어버리기에는 아쉬워서 공개편지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페 회원들이 작성한 공개서한은 발랄한 네티즌다운 재치로 쓰여졌다. 지난해 촛불들의 투쟁이 결코 비장하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한다.

공개서한 전문

나경원 의원님, 이제 그만 좀 웃기시죠?

"사실상 여론조사라는 것은, 특히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이해하시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저희 국회의원들도 동료 의원들한테 미디어법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보면 아마 정확하게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지난 6월,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묻기 위한 여론조사를 거부하며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나경원 의원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국민은 미디어법을 설명해줘도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국회에 모든 것을 맡기라면서, 동료 의원들도 법안 내용을 잘 모른다는 아주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지요. 정리하자면 "미디어법에 대한 판단은 미디어법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달라"가 되겠네요. 워낙 설득력 있는 말씀이신지라 빈틈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웃느라고.

전국민을 루저로 만든 것도 모자라 팀킬까지 해가며 밀어붙였던 미디어법, 통과되니 어떠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7월 국회에서 있었던 미디어법 표결 과정은 그야말로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했습니다(개그콘서트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날치기도 모자라 대리투표를 하기 위해 여기 저기 메뚜기처럼 뛰어 다니시는 한나라당 의원님들의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정도 몸개그는 우리 국민들에게 웃긴 축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헌재 판결문을 받아 들고 환호하는 한나라당 의원님들의 모습, 이쯤 돼야 '아, 이제 입꼬리 15º 쯤 올라가겠구나' 싶겠지요. 세상에나, 법안 통과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듣고도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니, 의원님이 생각하셔도 좀 웃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경원 의원님, 국민들에게 선사한 이정도 웃음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지난주 백분토론에서 의원님은 저희 카페 회원인 송준영 군(카페 닉네임 '규석')과 벌인 논쟁에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원안통과 문제 등으로 슬퍼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하셨지요.

송준영 : "헌재 결정문 중에 유효를 언급하신 분은 아홉 분 중에 세 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나경원 의원님 : "헌재 결정문의 주문이 유효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준영 : "다시 한 번 읽어보시죠."
다른 패널들 : "(일제히) 유효라고 안 나와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님 : "제가 읽어봤었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읽어 보셨습니까? 미디어법을 설명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무시당하시니 기분이 많이 상하지 않으셨을까 걱정됩니다. 한나라당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로서 미디어법 전반을 맡고 계신 의원님이 이러하신데, 다른 한나라당 의원님들은 어떨지 또한 걱정이 됩니다. 의원님이 예전에 말씀하신대로 '동료의원들도 세세하게 물어보면 미디어법에 대해 잘 모르실'테니까요.

하지만 설마 미디어법을 도맡아 담당하시는 한나라당의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간사 나경원 의원님께서 정말 '몰라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마요. 그렇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죠. 미디어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과, 미디어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 의원들 모두를 대변하시는 분이 정말 몰랐다고 하신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지요. 웃기려고 그런 것이지, 설마 모르고 그러셨겠습니까?

최근 KBS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따라잡으려 하는 것에서 위기감을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원님이 웃기려고 노력하시지 않아도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충분히 웃기고 있습니다. 이번에 MB 특보 출신으로 KBS에 떨어진 낙하산 사장도 있는데 그깟 개콘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이제 그만 좀 웃기시고, 진지하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 뭔가를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예능 버라이어티 정신이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입니다. 국민을 소외시키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당장 국민과 헌법재판소의 뜻에 따라 미디어법 재논의에 임하십시오. 이것은 의원님이 무시했지만, 의원님을 선출한 국민의 명령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을 무시하고 루저 취급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 외칠 것입니다.

"나경원, 이 빵꾸똥꾸야!"

'그때 그 시민논객' 송준영 &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
* 글에 최신 유행어가 많죠? 따로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설명해줘도 이해 못 하실 테니까요.


태그:#시민논객, #나경원,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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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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