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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광고에 나오는 재춘이네 조개구이
▲ 시인 윤제림 sk광고에 나오는 재춘이네 조개구이
ⓒ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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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看月庵(간월암)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윤제림 '재춘이 엄마' 모두

SK광고에 나오는 '재춘이네 조개집'이 겹경사를 맞았다. TV광고 '재춘이네 조개집'에 나오는 시 '재춘이 엄마'를 쓴 시인 윤제림(50,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교수)이 현대불교문인협회(회장 박수완, 산청 정취암 주지)와 계간 <불교문예>(발행인 문혜관)가 주관하는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뽑혔기 때문이다.

윤제림 시인 시 '재춘이 엄마'를 이미지화 한 '재춘이네 조개집'은 얼마 앞 '2009년 국민광고대상'에서도 '기업PR대상'까지 받았다. 상을 준 까닭은 시를 밑그림으로 삼아 재춘이네 조개구이 집으로 그려낸,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무한 사랑이 SK(주)가 추구하는 행복메시지와 맞물려 감성에 호소하는 뛰어난 광고라는 점이다.

이 광고는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는 윤제림 시인이 쓴 '재춘이 엄마'란 시가 화면에 물결치듯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늘 고되기만 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읺고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 모습이 살갑게 비춰진다.

2006년 제정, 시인 하종오 최두석 박남철 받아 

시인 윤제림(50,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교수)이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뽑혔다
▲ 시인 윤제림 시인 윤제림(50,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교수)이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뽑혔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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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심었다. 꼭꼭 밟아주었다. 청주 한 병을 다 부어주고 산을 내려왔다. 광탄면 용미리, 유명한 석불 근처다.

봄이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윤제림 '꽃을 심었다' 모두

이번 <불교문예상> 수상작 '꽃을 심었다'는 지난 2009년 <불교문예> 봄호에 발표된 신작시다. <불교문예>는 20일 '꽃을 심었다'에 대해 "'할머니를 심었다'로 시작되는 돌연한 표현수법과 구성이 불교의 윤회와 생태, 자연과 인간의 합일 사상을 형상화한 수작"이라며 수상작 선정이유를 밝혔다.

현대불교문인협회와 계간 <불교문예>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현대불교문학상>을 시상하는 것은 물론 <불교문예>에 발표된 작품을 중심으로 해마다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를 가려뽑아 상패와 상금을 주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처음 제정된 이 상은 지금까지 제1회 하종오, 제2회 최두석, 제3회 박남철 시인이 받았다.

이번 제4회 불교문예상 심사위원은 시인 박수완(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 문학평론가 장영우(불교문예 편집위원), 시인 공광규(불교문예 편집주간)가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2일(토) 오후 5시 인사동 사거리 아리랑가든(723-7311)에서 현대불교문인협회 및 <불교문예> 송년회를 겸 치러진다.

낯설게 하기, 놀라게 하기

"할머니를 심었다"고 하는 돌연한 표현은 수사법상 놀라게 하기이며, 할머니를 묻었다는 내용의 낯설게 하기인 것이다. 놀라게 하기나 낯설게 하기는 시인의 수사를 넘는 인식체계이다. 그래서 이 시는 불교적 인식의 시이다"-'심사평' 몇 토막

불교문예상 심사위원회는 이번 수상작에 대한 심사평에서 "윤제림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생태적 인식을 하고 있다"라며 "사람을 묻는 것과 심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묻는 것은 저장으로서 의미이지만, 심는 것은 소생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평은 이어 "소생에 대한 기대는 '꼭꼭 밟아주었다'는 정성과 '청주 한 병 다 부어주'었다는 주검에 대한 전통적 제례의식을 통해 구체화된다"라며 "이 시에서 '광탄면 용미리'라는 장소적 공간은 독자가 공동묘지로 인지하고 있는 지역을 통해 할머니의 죽음과 장례를 구체화하고 있다. '석불 근처'는 시를 불교적 상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공광규 시인은  "사람이나 짐승, 초목을 막론하고 몸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업만은 영원히 살아 다른 육체나 물질에 옮아가며 수레바퀴 같은 생사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사상"이라며 "우리는 불교의 고유 사상과 세계관을 현재적 정서로 형상화한 윤제림을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 내 덕행으로는 받잡기 부끄럽네'.
▲ 시인 윤제림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 내 덕행으로는 받잡기 부끄럽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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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이 어디서 왔는고?

"수상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문장 하나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 내 덕행으로는 받잡기 부끄럽네'. 그렇습니다. <오관게>(五觀偈) 첫 머리입니다. 쭉정이 불자(佛者)에 불과한 제가 비교적 충실히 믿고 따르는 가르침입니다. 팔만사천의 법문 다 제쳐두고 제일 좋아하는 말씀입니다"-'수상소감' 몇 토막

시인 윤제림이 쓴 수상소감도 아이러니하다. 그는 "상(賞)을 받으며"라고 쓴 수상소감 제목을 "상(床)을 받으며" 라고 쓴다. 이는 할머니를 '묻었다'가 아니라 '심었다'와 같은 흐름이다. 상(賞)이 아니라 상(床)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긴, '묻었다'를 '심었다'로 표현하는 것이나 '상'(賞) 을 '상'(床)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윤회사상에서 보면 같은 것이다.  

윤제림은 <오관게>가 삶을 이끄는 잣대라고 말한다. 그는 "게송의 '이 음식' 부분에다 온갖 것을 다 끌어다댄다. 막무가내로 대입시킨다"라며 은근슬쩍 자신이 가고자 하는 시세계를 귀띔한다. '이 음식'에 '돈'도 넣고 '자동차'도 넣고, '여자'도 넣고 '친구'도 넣고, '시'도 넣고'책'도 넣고, '칭찬'도 넣고 '비난'도 넣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술자리에 가면 "이 술이 어디서 왔는고"라 말할 수 있고, 자식들에게 "이 아이들이 어디서 왔는고"라고 묻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문예작품상>을 앞에 놓고도 "이 상이 어디서 왔는고 / 넙죽 받기가 부끄럽네"라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 '글 농사'를 짓는데 게으름을 부린 자괴감에서 일어난 생각에 다름 아니다.

불교를 통해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윤회를 은근슬쩍 거머쥐고, 그 윤회란 속내를 빤히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비춰보고 있는 시인 윤제림. 이 자리를 빌어 그에게 한 마디 건넨다. '꽃'을 예로 든다면, "처음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꽃을 꽃으로 본다. 그러다 자라면서 꽃을 다른 사물에 비유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꽃을 꽃으로 보게 된다. 그것이 삶이자 시뿌리이자 윤회가 아니겠는가"라고.  

시인 윤제림은 195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다.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삼천리호자전거><미미의 집><황천반점><사랑을 놓치다><그는 걸어서 온다>가 있으며,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국문학상을 받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윤제림, #불교문예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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