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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도로 표지판
 자전거 전용도로 표지판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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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에 가면 눈길을 끄는 게 하나 있다. 여느 곳이나 다 있는 자전거도로지만 이곳은 특별함이 묻어나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자전거도로의 건설 과정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연남동에서 망원유수지(망원동길)에 건설예정이었던 자전거도로는 처음엔 다른 곳의 자전거도로처럼 평범하게 계획되었다. 마포구가 서울시와 협의하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기로 계획한 것이 2007년 4월이었고 2007년 12월 준공예정이었다. 마포구청은 현행 차선을 그대로 두고 인도 폭을 줄이고 차선쪽으로 좀 더 넓혀 1미터 폭이 되는 자전거도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년 7월 자전거도로가 지나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이런 계획을 알게 되었고 주민협의를 통해 새로운 자전거도로를 계획하자고 시민단체와 생협 등에서 제안하면서 구청에는 자전거도로 건설 재검토를 요청했다.

자전거도로를 지나는 곳에 3개의 학교가 있고 망원시장과 성산시장(월드컵시장) 등 재래시장도 있기 때문에 1미터의 자전거도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고,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도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게 되면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고 환경까지 고려한 자전거 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었다.

마포구 연남동~망원동 유수지의 자전거 전용도로
 마포구 연남동~망원동 유수지의 자전거 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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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이런 제안을 처음 했을 때 마포구청 측은 난색을 표했다. 이미 예산도 책정이 되어 공사마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설계안도 용역을 주어 확정되었기에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에서 배정한 자전거도로 건설 예산도 공사를 연내에 마치지 못하면 반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포구청을 설득했고 서울시에는 공사가 늦어지더라도 자전거도로를 주민들이 꼭 필요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이 과정에서 사람과 마을, 마포연대,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 등 관내 시만단체와 연계해 자전거이용 켐페인을 전개하였다.

자건거도로 건설이 예정되어있는 주변 상가와 성산시장 상인연합회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결국 마포구청도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 주민들과 논의하여 새롭게 자전거도로를 검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마포구청과 주민들간에 설명회가 열리면서 주민의견수렴과 다양한 제안들이 있었다. 민관이 협력한 전형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길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주민 설문조사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주민들이 마포구청에 제안했던 자전거도로안
 주민 설문조사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주민들이 마포구청에 제안했던 자전거도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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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면은 마포구청에 제안할 자전거도로에 대한 주민 제안의 설계안이었다. 애초에 구청에서 계획했던 4차선 안에 대해 위 안은 3차선으로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기법을 활용하여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주정차로 역시 확보할 수 있으며 생활로서의 자전거 이동성도 증가시킬수 있는 방안이었다.

마포구청의 자전거도로 담당자와의 면담과 마포구청장과의 면담도 수차례 진행되었고 이런 주민들의 노력과 열의에 신영섭 마포구청장도 주민설명회가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실제적인 주민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했으며 그 약속은 지켜졌다.

자전거도로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차량의 주정차를 하지 못하도록 자전거도로를 인도 높이로 높였고 분리대를 설치했다.
 자전거도로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차량의 주정차를 하지 못하도록 자전거도로를 인도 높이로 높였고 분리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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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차없는 마을, 자전거도 이동이 편리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차선 하나를 포기하면서 만든 '도로 다이어트 프로젝트'(연남동->경성고등학교->성서초교->망원시장->한강시민공원을 잇는 망원동길의 총연장 2.3km, 폭 2미터의 자전거전용도로)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기존의 4차선 도로를 3차선으로 줄이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업무가 아니고 서울경찰청 업무로 차량통행에 관한 면밀한 검토 등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차선감소를 쉽게 승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청의 첫 답변이었다. 하지만 주민들과 마포구청은 서울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해 시간당 차량 통행량과 하루 통행량을 일일이 조사하고 그 결과물을 경찰청에 제출해 승인을 얻게 되었다.

넓직하고 이동에 불편함이 없이 걸림턱까지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넓직하고 이동에 불편함이 없이 걸림턱까지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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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건설된 자전거전용도로는 다른 곳과는 달리 널찍했으며 이동에 불편함 없도록 걸림턱이 없다. 또한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가로수나 전주로 구분을 해놓으면서 보행자와의 사고예방조치도 하였고, 자전거 도로 위에서 문제가 되는 차량의 주정차문제도 자전거도로의 턱을 높게 건설하고 난간도 설치를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건설과정에서 구청과 시민단체와 시장연합회의 지혜와 소통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자전거 전용도로 곳곳에 자전거도로 표시와 교차로 앞에는 차도처럼 정지선이 그려져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곳곳에 자전거도로 표시와 교차로 앞에는 차도처럼 정지선이 그려져 있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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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가 준공되면서 버스를 대체하는 학생들의 통학수요 및 한강시민공원과 연계한 레저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성산시장(월드컵시장)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에게도 아주 유용할 뿐만아니라 한참 공사중에 있는 용산선 지상부지의 자전거도로와 연결되어 순환형 자전거도로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것이라 마포구청과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과정으로 건설된 자전거전용도로는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가 공존할 수 있는 동네길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민들은 평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 사업추진이 아니라 주민참여의 사례로 만들어진 새로운 자전거전용도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미산마을, #자전거전용도로, #마포구, #신영섭, #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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