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행정구역 통합대상 지역으로 6곳을 선정, 발표했던 정부가 이틀만인 12일 한나라당의 반발에 직면해 안양·군포·의왕과 진주·산청을 제외해 통합대상지를 4개로 축소했다. 이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정부의 졸속행정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달관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 행안부가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지역을 발표한 것과 관련, "발표한 (10일 선정한 6개 지역 대상지) 것은 참고용"이라며 "진주·산청과 안양·군포·의왕은 실질적으로는 통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두 지역은 (통합시) 국회의원 선거구를 변경해야 한다. 선거구 조정문제가 포함되면 국회가 가진 선거구 획정 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두 지역은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산·창원·진해 등 나머지 자율통합 지역에 대해선 "통합되는 지역은 당분간 그 지역의 행정단위를 존중할 필요가 있어 통합이 돼도 하나의 행정구 같은 존재로 인정하려고 한다"며 "선거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행안부 자치제도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우리도 지위 여부를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관이 국회에서 와야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공식발표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있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및 확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며 발표한 사안을 번복한데 따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 기대감 컸던 안양시 침통... 찬성 주민들 반발 분위기

안양권(군포·안양·의왕)이 통합에서 제외되자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통합을 적극 추진해 왔던 안양시 통합추진지원 TF팀 관계자는 "우리도 뉴스를 접한 사실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어 진위를 파악중이다"며 "시장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군포·안양·의왕 통합을 적극 추진해 왔던 주민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3개시(군포·의왕·안양)행정구역통합추진위원회(이하 안양권통추위)는 안양권 통합 제외 소식에 정치권과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며 그 배경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안양권통추위 안양시위원회는 12일 오전 11시 '포시즌 코리아'에서 통합 대상지역 선정 보고회를 열고 1단계 고지를 넘어선 것을 자축하고 2단계로 각 지방의회에서 통합 의결을 이끌어 내는 방향을 논의까지 마친 이후 통합대상 제외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 분위기로 저녁 6시 공동대표단을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안양권통추위 안양시위원회 한 관계자는 "안양권 통합은 정치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안양권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데 국회의원 선거구 때문에 압도적으로 찬성 지지가 나온 안양권 통합을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이 장관은 통합 제외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안양권 통합을 진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대상 선정 번복, 과천·의왕 선거구 분리가 이유

한편 정부의 행정구역 통합대상 지역 번복에는 과천·의왕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영향이 크게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이는 통합대상 지역이 군포·안양·의왕 3개시로 하나의 선거권인 과천·의왕시중에서 의왕시가 분리되기 때문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 지역 선정에 대해 "1천명 대상의 여론 조사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주민 투표를 통해 뜻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안부 여론조사 결과 의왕시 찬성율이 민간 또는 지역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등 통합 대상지역 선정이 이틀만에 번복돼 추진도 되기전에 물거품에 되자 폭풍전야로 치닫는 분위기다.

행안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양·군포·의왕 통합안에 대해 의왕시 찬성율은 55.8%, 안양·군포·의왕·과천 통합안에 대한 찬성률에 있어서는 57.7%로 조사됐다.

하지만 행안부 여론조사 실시 시점에서 지역신문인 <군포신문>이 10월 21일 군포·안양·의왕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3873명)에서는 70.1%, 한국미래도시연구소가 8월 18일 실시한 여론조사(1002명)에서는 70.8%, 안양시의정회 연구포럼이 8월 24일 실시한 여론조사(1005명)에서는 75.6%가 통합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 의왕시의회가 의왕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9월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통합 찬성이 65.9%로 나타나 행안부 여론조사와 10~20%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