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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
▲ 맑은 정감 가을 산사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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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그리움은 흘러가는 세월에 여과되어 남아 있는 정수다. 1년 10년을 넘어 100년 200년이 지나게 되면 그리움은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된다. 그런 세월이 1000년이 지나고 1410년이 되게 되면 그것은 마음의 근원이 된다. 세월이 오래 되었다고 하여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절실해진다.

2009년 11월 6일(목요일)은 모악산 금산사가 개산한지 1410년이 되는 해이다. 토요일에 찾은 산사에는 가을이 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개산 대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에 걸려 있어 축제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가을 햇살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고 있는 산사는 여유로웠다. 맑은 산사의 정기가 찾는 이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모악산 금산사.
진표 율사에 의해 창건된 미륵 도량인 모악산은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7교구 본사로서 호남의 불교 성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되고 국보와 보물을 많이 보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사적 제 496호(2008년 12월 8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못
▲ 여유로운 물고기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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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을 털고
▲ 해탈교 세진을 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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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해탈교 옆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었다. 연못 안에는 울긋불긋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어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산중 다원을 지나 산사로 들어서니, 곱게 물든 단풍이 맞이해준다. 보물 제 28호인 당간지주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당간 지주란 사찰 깃발이나 괘불을 세울 때의 버팀목으로서 높이가 3.5m나 된다. 기단석과 간대를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당간지주라고 하니, 더욱 더 정감이 갔다.

개산 1400주년 기념 건물인 보제루를 올라서니, 환희 세계가 열린다.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하여 오른쪽에는 국보 제 62호인 3층 건물 미륵전이 웅장하게 서 있고 왼쪽에는 지장전 대장전 등 다양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오랜 역사와 호남 지방 불교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미륵전은 금산사를 창건한 진표 율사에 의해 세워진 미륵도량으로서 766년에 미륵장육상을 모신 웅장한 건물이다. 밖에서 바라보면 3층의 건물이지만 안에서 보면 통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로서 견훤이 유폐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륵불과 법화림보사 그리고 대묘상보살을 함께 모시고 있는 미륵전은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웅장한
▲ 미륵전 웅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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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색깔에 어우러진
▲ 당간 지주 가을 색깔에 어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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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광전 마당에서 왼쪽으로 향하게 되면 석등과 마주하게 된다. 석등은 보물 제 828호로 관리되고 있는 고려시대 작품으로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다. 높이가 3.9m에 이르는데, 석등 사이로 바라보이는 대장전 부처님의 모습은 신비하기까지 하다. 석등 앞에 서 있으면 초발심이 저절로 일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장전은 보물 제 827호로 미륵전을 장엄하는 정중 목조탑이다. 단아한 건축물이 찾는 이의 마음을 간결하게 해준다.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다보게 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옛 도인들의 정취에 젖어들게 한다. 대장전 앞에 서 있으니, 가을의 여유와 함께 산사의 맑은 정감에 흠뻑 취할 수 있어 좋았다.

부처님
▲ 석등을 통해 보이는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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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임을 알 수 없는
▲ 노주 스임을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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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광전 앞 왼쪽에는 보물 제 22호로 지정 괴리되고 있는 노주가 있다. 용도를 알 수가 없는 유물이지만 그 기묘함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옆에 서 있는 보물 제 27호인 육각다층석탑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색깔부터가 햇살에 윤이 날 뿐만 아니라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높이가 2.18m로, 크지 않지만 점판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육각 다층석탑의 정교함에 시선을 옮기기가 어렵다.

대적광전의 오른쪽에는 보물 제 23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연화대가 있다. 불상의 좌대로서 높이가 1.52m이고 둘레는 자그마치 10m에 이르는 거대한 좌대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석련대는 단 한 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돌을 마치 나무 다루듯이 정교하게 조각한 선조들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점판암
▲ 6각 석탑 점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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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 붉은 열매 산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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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전 앞에 있는 산사나무 열매가 빨간색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키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빨간 열매가 얼마나 많은지, 탐스럽기까지 하였다. 영롱한 열매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인연의 소중함을 세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의 삶도 저리 빛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욕심을 버리면 그리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륵전을 돌아 돌계단을 올라가게 되면 방등 계단에 이른다. 방등 계단에는 오층석탑과 방등계단 사리탑이 있다. 방등계단 사리탑은 보물 제 26호로서 방형의 상하 이중 기단에 높이 2.57m의 석종형의 부처님 진신 사리탑이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신체 사리를 일컫는 것으로서 성스러운 보물이다.

오층 석탑은 보물 제 25호로서 방등계단을 장엄하는 정중탑이다. 높이가 7.2m로서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5 층 석탑이다. 방등계단에서 부처님 진신 사리탑 앞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였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내 인생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부처님 진신 사리
▲ 방등계단의 사리탑과 오층석탑 부처님 진신 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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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 꽃문양창살 정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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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꽃문양 창살을 바라본다. 정성을 다하여 꽃문양 창살을 만든 장인의 마음을 생각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극정성을 다하였기 때문에 저리도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마음이 맑으면 내 삶도 맑아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깊이 내려 앉아 있는 가을 산사에서 내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보는 기회가 되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금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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