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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다니면서 보면 우리 전통가옥들이 아직도 잘 보존이 되어 있다. 대개는 중요민속자료나 지방문화재 자료 등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집들이다. 요즈음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생활에 불편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보존을 해야 할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이 집들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일반적인 모습 외에 그 나름대로의 멋을 지니고 있다. 그 멋은 무엇일까? 집의 소개는 이미 잘 나와 있다. 그래서 지나쳐 버리기 쉬운, 그 숨겨진 멋을 찾아 여행을 떠나본다.

보물 제413호로 지정된 독락당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자리하고 있다.
▲ 독락당 보물 제413호로 지정된 독락당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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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1491 ~ 1553)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지은 사랑채다. 조선조 중종 27년인 1532년에 세운 집이다. 독락당은 중요민속자료가 아닌 보물 제413호로 지정이 되어 있어, 남다른 집인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독락당은 사랑채인 독락당 건물과, 선조 33년인 1601년 이언적의 손자인 순과 준 두 형제가 화의문을 작성하고 지은 경청재 등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경청재는 1900년대 이후에는 머슴들이 기거하기도 했다. 경청재를 지을 때, 순과 준 두 후손은 이언적에게 후손들이 누를 끼칠 것을 우려해 화의문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락당은 몇 채의 건물이 각기 담으로 둘러쌓여 있다. 공간과 공간을 가르는 담으로 인해 독락당의 사람들은 나름의 생활공간이 지켜졌다
▲ 문과 담장 독락당은 몇 채의 건물이 각기 담으로 둘러쌓여 있다. 공간과 공간을 가르는 담으로 인해 독락당의 사람들은 나름의 생활공간이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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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과 독락당은 우리 선조고(先祖考) 문원공(文元公) 회재선생의 별서이고 이외 유택에는 우리 부모(휘 전인, 호 잠계)의 혈성이 가득하다. 당우와 담장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 형제가 약간의 토지를 출현하였다. 후손들 가운데 혹 궁벽하여 토지에 대해 다투는 일이 있으면 불효로써 논단할 것이다.

흙 담이 자연과 순응하고

독락당은 자연이다. 황토와 기와, 돌을 이용해 쌓아올린 담장과 돌이 나뒹구는 흙길이 독락당의 또 다른 자연이다.
▲ 흙담과 흙길 독락당은 자연이다. 황토와 기와, 돌을 이용해 쌓아올린 담장과 돌이 나뒹구는 흙길이 독락당의 또 다른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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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의 구조는 담과 담이 건축물을 가르고 있다. 한채한채가 독립된 가옥처럼 담을 쌓았다. 독락당의 또 다른 배려가 이 안에 있다
▲ 담장 독락당의 구조는 담과 담이 건축물을 가르고 있다. 한채한채가 독립된 가옥처럼 담을 쌓았다. 독락당의 또 다른 배려가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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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을 돌면서 가장 편하게 보이는 것은 흙담과 흙길이다. 기와와 돌을 이용해 문양을 넣고 쌓아올린 흙담은 투박하다. 그러나 그 흙담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 독락당이 더 편한 집이란 생각이다. 거기다가 담과 담 사이에 난 흙길 또한 백미다. 독락당은 전체적인 집의 구조물을 감싼 담장 안에 또 다른 담장들이 건물을 가르고 있다. 어찌 보면 한 채 한 채가 다 별개의 집으로 조형이 된 듯하다. 집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편안하게 배려를 한 것은 아니었을까?

담에 웬 창문이

담에 창을 내었다. 이 창으로 계곡의 시원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집에서 계곡의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 담에 낸 창문 담에 창을 내었다. 이 창으로 계곡의 시원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집에서 계곡의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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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을 지은 이언적은 건축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게 된다. 한 마디로 자연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해 집을 지었다. 독락당을 돌아보면 집의 우측에 계곡이 있다. 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쪽으로 난 담장에, 흙 담이 아닌 나무로 만든 창이 있다. 창살도 나무로 만든 이 담 벽에 붙은 창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시원한 계곡의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독락당의 건축미학이 이런 것에 있다. 계곡의 바람도 들어오고, 이 담 벽의 창으로 계곡의 경치까지 볼 수 있었으니 이것이야 말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길이 아닐는지.

담 벽에 붙여 지은 건물의 용도는?

이 건조물의 용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뒷간이 아닐까?
▲ 담장에 붙은 건조물 이 건조물의 용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뒷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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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밖에 대를 쌓고 그 위에 지은 건조물. 집안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여유를 부렸다.
▲ 밖으로 돌촐된 건조물 담장 밖에 대를 쌓고 그 위에 지은 건조물. 집안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여유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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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돌다가 보면 또 하나 볼거리가 있다. 담의 한쪽에 대를 만들고, 그 위에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들어가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의 용도는 무엇일까? 곁으로 지나가다가 보니 이 건물의 용도가 궁금하다.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뒷간의 용도가 아닌가 한다. 담의 밖으로 돌출을 시켜 안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한 이런 여유가 독락당의 또 하나의 묘미다.

넌 도대체 무슨 연유로 그곳에 있느냐?

흙으로 올린 담장 사이로 난 길을 걸어 계곡 쪽으로 가다가 보면, 담장 끝에 난 조그마한 문 하나가 있다. 이 작은 문을 왜 이곳에 두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이 문의 용도는 계곡으로 드나드는 문이란 생각이다. 즉 이 작은 문을 나서면 바로 계곡이다. 여름철 더위를 씻어내고 싶을 때, 이 담벼락에 붙은 쪽문을 나서 계곡에서 목욕이라도 했던 것일까? 이 문이 아니면 담장을 돌아 나와야 한다. 이 작은 문 하나가 계곡을 가기 위한 것이라면, 이 집주인의 작은 배려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를 느낄 수 있다.

이 담장에 붙은 쪽문은 무엇일까? 밖으로 나오면 바로 계곡이다. 여름철 시원하게 세족이라도 하러 다니던 문이었을까? 주인의 배려가 돋보인다.
▲ 담장에 붙은 쪽문 이 담장에 붙은 쪽문은 무엇일까? 밖으로 나오면 바로 계곡이다. 여름철 시원하게 세족이라도 하러 다니던 문이었을까? 주인의 배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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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은 지연이다. 어느 것 하나 자연을 거슬리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자연이 되어버렸다. 독락당의 매력은 바로 그런 점이다.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곳, 그 안에 또 다른 독락당이 있었다.


태그:#독락당, #보물, #경주, #이언적,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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