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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일 학교 오는 거에요?"

"그럼, 오는 토요일이야. 꼭 와야 한다."

"지난 주에도 왔는데 또 와야 해요?"

"어, 지난 주도 오는 주이고 이번 주도 와야 해."

 

급식실에서 점심을 받다가 한 아이가 한 질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주는 10월 5주이고 이번 주는 11월 첫주이니 학교에 와야 하는 주입니다. 2학년 아이 입장에서는 몸도 피곤하고 지난 주에 왔으니 당연히 안 오려니 하고 엄마와 미리 이야기 나눈 게 있나 봅니다.

 

이런 실갱이는 금요일마다 흔히 있는 일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휴업일이 있기 때문에 가끔 혼동해 학교 안 오는 아이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는 이런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바로 2009개정교육과정 때문입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은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를 표방한 미래형교육과정(2009 개정교육과정)이 1차 시안 발표 후 감감무소식입니다. 비록 연초에 비해 많이 축소되고 비판도 많지만(관련기사 :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미래형교육과정) 12월 고시를 계속 표방해왔던 만큼 연구진들끼리 다음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토론회가 여러 번 있었고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교과부가 잘 알리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주5일제 교육 시행에 대한 것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년군제와 교과군제를 도입해 집중이수제로 학기당 7~8개 과목을 배우게 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 학교에서 교육내용과 수업시수를 20% 증감할 수 있습니다.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만들어 학교 특색을 살리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또 2009개정교육과정은 주5일제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미래형교육과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주5일제 대비교육과정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토론자들도 '주5일제 시대에 수업시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반문합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이 다 담겨있다고 하는 교육과정 선진화 방안(2008년)을 보더라도 주5일제 시대의 교육이란 것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이름을 바꾸어 2011년에 시행한다니, 이는 곧 2011년부터 학교도 주5일제 교육을 한다는 뜻입니다.

 

3.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나타난 특징

다음은 이번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 개정안이 표방하는 그 특징을 요약한 것이다(홍후조 외 10인, 2009).

(1) 주5일수업제 기준 - 시대적 요구와 사회상을 반영하여 주5일수업제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였음.

 

(2) 학년군의 도입 - 학생의 발달단계와 시기별 교육중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학년군을 도입하였음.

(생략)

 - 2009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나타난 교과 교육의 통합 가능성에 관한 소고

출처 : 2009년 9월 25일 미래형 통합교육과정 개정 방향 토론회

 

2007 개정교육과정도 원래는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 개정교육과정이 원래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으로 나온 것입니다.

 

2000년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주5일제가 시작된 후 학교는 조금 늦은 2005년에야 월1회 주5일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2006년 월 2회 이렇게 늘려가다가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2006년에는 학교로 주5일 수업제 대비 교육과정 홍보자료들이 오고, 당시 토요일 4교시 수업을 평일로 분산시킬 것인가? 아예 없앨 것인가 논쟁이 있었습니다. 7월에 수학과 영어교육과정 개정이 고시될 때만 해도 주5일제 대비 교육과정으로 홍보되었습니다.

 

좌절된 주5일제... 자료집에서 주5일 낱말만 빼다

 

그러다 10월 공청회를 앞두고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예정되었던 공청회는 언제 연다는 소식도 없고, 교육부 주변에서는 장관이 바뀐 것 때문에 다 만든 교육과정을 손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급기야 12월에 와서야 교과별 토론회가 시작되었는데, 토론자들에게 모든 자료집에서 주5일이란 낱말을 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자료집에서 주5일이란 말이 사라지고 미처 못 지운 장에만 남아 있었습니다. 2년 넘게 주5일제에 맞춰 만든 교육과정이 마지막 완성 과정에서 낱말만 뺀다고 달라질까요? 관련 연구자나 학교에서는 주5일제가 빠진 지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일본의 학력저하 논쟁이나 다가올 선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도 하고, 여건이 안 되어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갑자기 바뀐 상황 때문에 교육시민운동단체나 교원단체는 사라진 주5일제를 살려내고 7차 교육과정을 제대로 바꾸자고 주장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새교육과정은 갑자기 미아가 되었습니다. 원래 주5일제를 전제로 만든 교육과정에서 주5일이란 말이 빠져 새 교육과정, 개정 7차 교육과정, 8차 등 부르는 사람마다 이름이 달랐습니다. 그러다 2007년에 고시되고 나서도 한참 지나서야 2007개정교육과정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작부터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있었고, 최근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개정을 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과정도 워낙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지나가니 제대로 된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5일 교육은 가정과 사회의 교육력 회복하자는 것

 

프랑스에서는 교육 문제가 터지면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같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법을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학교 아니면 가정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몰고갈 때가 많습니다.

 

주5일제란 단순히 학교 수업을 5일로 줄인다는 것만이 아니라 근대교육 체제에서 학교에분담된 교육을 가정과 사회가 같이 분담하자는 뜻입니다. 주5일 노동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처럼 주5일 교육도 교육의 의미를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완전한 주5일 교육이 실현되려면 가정과 사회에서 같이 역할 분담할 것이 많습니다. 지역사회가 교육공간으로서나 교육의 주체로 서야 하고,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런 준비가 많이 되어있는 것으로 압니다. 주변을 보아도 문화예술활동단체도 많아지고 지역아동센터, 주민자치센터, 지역의 문화교육 시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지역단체들이 조금 위축되고 오히려 학교로 모든 기능이 집중되는 양상입니다. 사교육경감대책에 따라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사교육을 줄이는 방법이 되고, 학교의 돌봄기능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무리를 해서라도 늘리는 추세입니다. 이 때문에 충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밤 9시까지 하는 야간돌봄교실을 하기 위해 학교 앞 공부방에 있는 아동을 3명이나 끌어와 지역단체의 원성을 사는 일도 생겼습니다.

 

가정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평소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고 요즘 교육과정은 학교 수업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편입니다. 가족단위 현장체험학습을 수업으로 인정하고, 지역에서도 가족단위 학습을 많이 지원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비정규직 등 불안전노동이 많아지고 저소득층은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최근 신종플루로 학교 휴업이 잦아지자 당장 저소득층 학생들의 식사와 보호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입니다.

 

주5일제가 많이 확산되었지만 주말에 잠으로 보충하지 않으면 힘들만큼 과로에 시달리는 부모도 많습니다. 결국 주5일제 교육은 이런 사회적 문제 해결방안까지 같이 고민하면서 가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주5일 수업하면 국어 시간 줄고 7교시도 생겨

 

그렇다면 주5일제를 전제로 지난 공청회에서 나온 시안을 다시 살펴볼까요? 학교급별 편제표 시안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아래에 연간 34시간 감축이란 말이 없는 걸 보니 완전한 주5일제 편제표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걸 봐서는 학교가 어떻게 수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교사인 저도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학년별로 나누어 다시 만들어서 2007 개정교육과정 편제표와 비교해보았습니다.

 

 

이걸 보통 학급에서 쓰는 시간표로 만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초등 편제표를 보니 먼저 3학년 국어가 지금보다 1시간 줄었습니다. 원래 학년군으로 묶기만 할 뿐 교과교육과정이나 교과서는 바꾸지 않는다고 하더니 슬그머니 국어를 줄였습니다. 교과서는 따로 변동이 없으니 학생들 학습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6년에 주5일제 수업 논의를 할 때에도 국어를 줄이느냐, 재량활동에서 줄이느냐 논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공개논의도 없이 국어를 줄였습니다.

 

학년별 시수를 보면 초등 1학년은 지금보다 총시수가 20시간 늘고, 5~6학년은 지금과 같습니다. 입학 초기에는 적응기간이라고 하여 하루에 3시간 정도 수업을 했는데 지금보다 수업부담이 조금 늘어났습니다. 유치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여도 아이들은 학교 생활이 무척 힘들어서 낮잠을 자거나 피곤해하는 데, 이것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시수 그대로 주5일제를 한다면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1, 2학년은 날마다 5교시를 하고, 3,4 학년은 주4일은 6교시, 5, 6 학년은 주2회는 7교시를 해야 합니다. 지역 교육청에 따라 특정 요일에 4교시를 하는 데, 이렇게 되면 1, 2 학년도 6교시 하루, 3, 4 학년도 7교시 하루, 고학년은 거의 날마다 7교시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사회에서 주5일제를 도입할 때 평일 노동시간을 늘린 건 아닌데 학교는 언제 이렇게 평일수업시수 늘려서 주5일제를 하기로 한 것일까요? 이게 진정한 주5일제의 취지일까요?

 

교과부는 주5일제 계획 공개하고 사회적으로 준비해가야

 

미래형교육과정 진행 과정을 보면 처음에 돌봄기능을 강조하면서 초등 1학년부터 6교시를 한다, 3시에 집에 보내겠다고 한 것은 주5일제를 전제로 주간수업시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왔습니다.

 

교과부에서 주5일제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은 2008년 교총과 단체협약을 하면서 늦어도 2011년까지는 주5일제를 시행하고 사회적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과정 논의가 시작된지 1년이 되어가지만 모든 내용이 명확한 것은 없고 항상 교과부 입만 바라보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나온 홍보자료를 봐도 주5일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와있지 않습니다. 전제조건에 해당되는 것인데도 밝히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학교교육과정 체제를 바꾸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주5일제 논의도 큰 축이 되어야 합니다.

1, 2 학년 수업시수를 늘린다면 학교에 휴식공간도 생겨야 하고, 학급당 학생수도 더 줄여야 하며, 급식비나 간식비도 이번 기회에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적응과 개별화지도를 위해 이대부속초등학교처럼 보조교사제를 지원하는 것도 한 방안입니다.

 

교과부는 아직 논의도 되지 않고 고시도 안된 교육과정을 홍보부터 하기 전에 주5일제 관련 정책부터 공개적으로 밝히고 사회적 준비도 같이 해 나가기 바랍니다. 아울러 다음 공청회는 찬성자만 모아놓는 자리가 아니라 찬성측과 반대측이 골고루 나와 제대로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어 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2009개정교육과정은 홍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개 논의가 중요합니다. 어서 관련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관련 자료부터 알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주5일제 수업, #미래형교육과정, #2007개정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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