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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맛, 오는 맛, 낚는 맛, 놓아주는 맛 등 매력 넘치는 취미가 낚시다. 햇수로야 30년이 넘는 낚시 경력이나 중간중간 손을 놨던 걸 빼면 대략 15년 가량 물가에 섰다. 평일엔 엄두도 못내는 직업이니 주로 주말을 이용했다. 그러면 조력이 훨씬 짧아지겠지.

충청도 내륙에 살다보니 바다낚시는 한 해 행사 정도로 다녀온다. 주로 민물낚시를 해 온 셈이다. 주도에도 단이 있듯이 낚시에도 급수가 있다. 초짜에겐 자연이 없고, 프로에게는 자연이 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찌를 바라보는 대낚시는 접은 지 오래다. 민물 대낚시의 주 대상 어종은 붕어다. 저수지마다 토종 붕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외래 어종 '배스'에게 자리를 빼앗긴 결과다.

낚시 바늘에 걸린 붕어가 힘겹게 끌려나오고 있다.
▲ 몸부림 낚시 바늘에 걸린 붕어가 힘겹게 끌려나오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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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는 사람에게 낚인다. 우리 사람을 누구에게 낚일까?
▲ 붕어 붕어는 사람에게 낚인다. 우리 사람을 누구에게 낚일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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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가 작은 바늘에 걸려 몸부림을 친다. 붕어의 몸부림이 꾼들에겐 손맛이다. 이 지독한 불평등! 생명체를 내 손에서 쥐락펴락하는 잘못된 권리! 그리고 가끔씩 낚시 바늘이 명징한 붕어 눈깔을 찔러 붉은 피가 흘러내릴 때가 있다. 이건 아니다. 그래서 대낚시를 접었다.

5년 전, 대낚시를 처분하고 배스낚시에 돌입했다. 배스는 우리 토종 물고기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는 외래어종이다. 요즘 웬만한 저수지나 댐에는 배스가 서식한다. 저 바늘털이를 보라! 저 녀석들의 입을 보라! 미끼도 가짜다. 루어다. 금속성 미끼든 지렁이 모양을 본뜬 미끼든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외래 어종 배스가 수면 위로 치솟아 바늘털이를 하고 있다.
▲ 바늘털이 외래 어종 배스가 수면 위로 치솟아 바늘털이를 하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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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어종 배스는 낚시 바늘에 걸리면 아주 강렬하게 바늘털이를 한다.
▲ 배스 외래 어종 배스는 낚시 바늘에 걸리면 아주 강렬하게 바늘털이를 한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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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몸부림은 주로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배스 몸부림은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야단스럽다. 특히 수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바늘털이는 배스 낚시의 묘미이기도 하다. 곱상한 듯 힘있는 붕어 몸짓이 동양적이라면,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배스 동작은 서양적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물고기의 몸부림! 내가 손맛, 눈맛이라는 짜릿함으로 그들의 고통을 즐겨도 되는 걸까? 생명 대 생명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평등하다. 저들의 바늘털이가 오늘따라 애처롭게 느껴온다. 이 가을엔 낚시에서 벗어날 궁리도 해봐야겠다.

"내 영역에 어떤 다람쥐가 넘 봐?"
▲ 청설모 "내 영역에 어떤 다람쥐가 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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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타기 선수다.
▲ 청설모 나무 타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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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한 쌍이 히말라야시다 나무에서 놀란 눈으로 곡예를 한다. 몸통이 웬만한 토끼만하다. 물 속에서는 외래 어종이 토종을 잡아먹고, 나무에서는 토종 다람쥐가 오를 곳이 없다. 농산물도 육류, 해산물도 온통 나라 밖에서 들어온다. 몸통만 한국인일 뿐 위장엔 중국산이 가득하다고 탄식하던 농부가 생각난다.

천덕꾸러기, 사고 뭉치로 전락한 까치
▲ 전봇대 위의 까치 천덕꾸러기, 사고 뭉치로 전락한 까치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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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곱상한 관념도 얼마든지 변한다. 까치가 길조라는 고정관념은 깨진 듯하다. 농촌의 사고뭉치로 전락한 까치는 까마귀만도 못한 천한 새가 되었다. '있을 때 잘 해'라는 유행가가 떠오른다. 길조가 흉조로 낙인되기까지 까치는 있을 때 잘못해서 천덕꾸러기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의 평판도 다를 바 없으리라.   

주고 갈 때 생이 더욱 장엄하다.
▲ 단풍 주고 갈 때 생이 더욱 장엄하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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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잎새 또한 제각각이다. 뜯기고 먹히면서도 단풍 본연의 질서에 동참하고 있는 잎새가 장엄하다. 가을은 존재의 의미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나는 가을 공장 종업원이 되어 존재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무당벌레가 잎새의 눈이 되었다.
▲ 물고기 잎새 무당벌레가 잎새의 눈이 되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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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가 잎새의 눈이 되었다. 저대로 물 속에 들어간다면 물고기가 될 것이다. 어딜 가나 닮은꼴이 있다. 기괴한 바위, 뒤틀린 나무, 산, 구름 등 무엇과 닮은 기묘한 형상들이 있다. 땅 위에 사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밤하는 별이라고 했다. 저마다 빛이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내 가슴 안에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이 있다면 좋겠다.
▲ 사랑의 약수터 내 가슴 안에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이 있다면 좋겠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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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밑에서 위로 솟아나는 특이한 약수터다.
▲ 사랑의 샘물? 물이 밑에서 위로 솟아나는 특이한 약수터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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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내 방식대로 노출된 자연일 것이다. 밑에서 위로 나오는 샘물도 있다. 사람의 힘이다. 물은 결국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누구였을까? 고무 호스를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다.

사랑의 샘물! 사진을 찍고 나서 식도에서 위장까지 샘물을 가득 부어두었다. 선생! 무조건 학생을 사랑해야 하는 직업이다.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겨울에 춥지 않으려면 가을에 단속을 해둬야 한다. 가을은 거울이다.


태그:#배스, #붕어, #단풍, #청설모,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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