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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을 거의 15일 정도 답사를 했다. 답사의 목적은 고부에서 시작한 갑오농민혁명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한 지역을 들어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목적한 답사자료 외에 쏠쏠한 재미를 보게 된다. 정읍에서 만난 그 쏠쏠한 재미가 바로 고려 때의 석탑들이다.

갑오농민혁명의 이것저것을 찾으러 고부와 정읍시 일원을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그런 재미를 쏠쏠하게 보았다. 많은 향교나 서원이야 어차피 농민봉기의 원인 중에 하나였으니 답사목록에 당연히 들어 있었지만, 그보다도 많은 석탑과 석불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답사란 항상 기대 이상의 것을 만날 때 피곤함도 잊게 된다. 정읍의 답사가 바로 그렇다. 천년 세월 묵묵히 험한 풍상을 이기며 버티어 온 자태. 고려 석탑의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보물 제309호. 정읍 망제동 천곡사지에 소재란 고려석탑. 높이가 7,5m에 달한다.
▲ 천곡사지 칠층석탑 보물 제309호. 정읍 망제동 천곡사지에 소재란 고려석탑. 높이가 7,5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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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309호인 망제동 천곡사지 칠층석탑. 백제양식을 따르고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높이가 7.5m인 이 석탑은 꼭대기의 장식 부분이 없어졌다. 처음에 천곡사지 칠증석탑을 보았을 때, 그저 놀라움이 더욱 컸던 것 같다. 일반 석탑보다 상당히 높은 석탑. 7층 석탑치고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탑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물들어가는 석탑 주변은 한창 색을 갈아입고 있었다.

몸돌은 1층은 네개, 2층은 두개의 판석으로 짜여졌고, 3층 이상은 하나의 돌로 만들었다
▲ 천곡사지 칠층석탑 몸돌 몸돌은 1층은 네개, 2층은 두개의 판석으로 짜여졌고, 3층 이상은 하나의 돌로 만들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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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든 탑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 마디로 그따위 돌이 무엇이 아름답냐는 눈초리다. 그러나 그저 단순한 돌이겠는가? 그 돌에는 장인의 땀과 정성, 그리고 손길이 배어 있다. 그렇기에 그 돌은 생명을 지닌다. 그러한 생명이 발길을 붙들고 있다. 고부면 용흥리에 소재한 전북유형문화재 제96호인 해정사지 석탑이다. 원래는 5층 석탑으로 보이나 현재는 3층만 남아 있다. 이중 기단 위에 3층만이 남아 있는데, 많이 훼손이 되긴 했으나 가만히 살펴보면 고려석탑의 고고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96호. 고부읍성이 있는 성황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옛 해정사 절터애 있던 것이다.
▲ 용흥리 해정사지 석탑 전북 유형문화재 제96호. 고부읍성이 있는 성황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옛 해정사 절터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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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면 장문리 석우제 저수지 길을 끼고 도는 야산에 석탑 1기가 보인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13호인 장문리 5층 석탑 주변에는 묘지 몇 기가 있고, 잘 다듬어진 잔디밭 사이에 저수지를 보고 서 있다. 꼭대기 장식 부분이 없어진 것 이외에는 거의 완벽한 모습의 탑이다. 지붕돌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돌을 깎아 저렇게 날아갈 듯 날렵한 모습으로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서 수도 없이 감탄을 한다. 저 날아갈 듯한 비선(飛線), 저렇게 손으로 일일이 돌을 다듬을 수 있었다면, 그 정성 또한 어떠했을까?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13호. 석우제 저수지 산기슭에 자리한다.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이 된 고려석탑이다. 백제탑 양식을 따른 고려 초기의 작품이다.
▲ 장문리 5층석탑 전북 유형문화재 제13호. 석우제 저수지 산기슭에 자리한다.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이 된 고려석탑이다. 백제탑 양식을 따른 고려 초기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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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유형문화재 지95호. 높이 5.4m로 원형이 잘 보존된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목조 건축양식을 일부 본뜨고 있다.
▲ 남북리 오층석탑 전북 유형문화재 지95호. 높이 5.4m로 원형이 잘 보존된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목조 건축양식을 일부 본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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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리를 떠나 해가 뉘엿한 길을 달려 남북리로 찾아들었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95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남북리 5층 석탑.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이 되어 있는 이 석탑은, 신라 탑의 양식을 따라 목조 건축 양식을 본뜬 것이 특이하다.

4기의 전혀 다른 모습, 그리고 나름대로 표출하는 아름다움. 그런 석탑들을 보면서, 이 석탑을 쌓은 장인들의 예술혼을 느낀다. 답사를 다니면서 만나는 많은 문화재들. 그 안에는 생명이 있다. 그리고 장인들의 마음이 함께 한다. 수 천 년 버티는 힘이 바로 그런 생명이 아닐까?


태그:#고려석탑, #정읍, #보물, #유형문화재,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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