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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마을 위원장 조봉연
 농촌체험마을 위원장 조봉연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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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안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농촌체험마을 위원장 조봉연. 그는 민통선이라는 특수한 지역 안에서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으로 더욱 유명하다. 본 기자에게는 언젠가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휴식차 DMZ관광으로 허준 묘를 가던 도중, 안내를 위해 버스에 오른 사람이 다름 아닌  그였다. 게다가 옆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관광차 온 여행이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조봉연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 민통선 안에서 나눴던 문답 내용을 기사화한다. 민통선은 남방한계선 바깥 남쪽으로 5~20㎞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을 뜻하며 조봉연 위원장 역시 그 안에서 살고 있다.

1. 민통선 안의 해마루촌에는 집이 몇 채나 있나요?

총 60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집마다 약 200평의 대지에 넓다란 정원이 있지요.

해마루촌 풍경. 해마루 촌의 주택들은 다들 개성을 자랑한다. 주택의 정원마다 자연이 가득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해마루촌 풍경. 해마루 촌의 주택들은 다들 개성을 자랑한다. 주택의 정원마다 자연이 가득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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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봉연 위원장님이 다른 주택에 비해 조금 넓은 1호에 사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마을의 초대 이장님이라 특혜를 누리신 건가요?

아닙니다. 공정하게 모두가 제비뽑기를 했어요. 저는 운좋게 1번을 뽑은 것입니다.

3. 해마루 촌에서 살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있나요?

3백 평 이상의 농지를 소유해야 하고 6천 5백 만 원 이상의 현금이 통장에 입금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파주)에 고향을 둔 사람이거나 6.25 이전의 원주민이어야 하지요. 당연히 신원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4. 민통선 안에 사시면서 국가와 싸우는 특이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

저는 완전히 블랙리스트죠.(웃음) 데모부터 시작에서 국감 증언까지 대한민국에서 저같이 불려다닌 사람도 없을 듯합니다. 국가가 마음대로 미군 사격장을 만든다고 땅을 뺏어가지 않나 불법 감청을 하지 않나….

언젠가는 전화를 쓰지 않았는데도 요금이 올라가 있고 엉뚱한 통화내역까지 있길래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전화를 쓰거나 엿듣고 있더군요. 제가 군에 있을 때 통신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도청의 낌새는 누구보다 빨리 눈치챕니다. 

(지금은 잘 해결 되었나요?)

예. 열심히 싸워서 잘 해결되었습니다.(웃음)
 
민통선 안에 살면서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하다니 보통 배포가 아닌 듯하다. 웬만한 사람들도 검찰에 몇 번 끌려가면 기가 죽어 꼼짝을 못한다는데 말이다.

지역적인 특수성도 있고 순박한 농민들이다보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아 넘기는 일이 많지만 조봉연 대표는 잘못된 일에 분노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야기 도중 박원순 변호사 이야기가 나왔고 일전에 관련 기사를 썼다고 하자(박원순을 고소한 원고가 '대한민국'인 이유) 조봉연 위원장이 박원순 변호사로부터 받은 문자를 보여 주었다. 살갑게 조봉연 위원장의 안부를 묻는 문자였다.

5.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고 해마루촌에는 경찰이 없는 것 같은데요. 범죄가 일어나면 어떻게 처리하죠?

말씀 그대로 민통선 안에는 따로 경찰서가 없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엔 헌병이 범죄자를 잡고 이후에 경찰에 넘기는 식이지요.

6. 명품이라고 불리는 개성인삼의 원산지가 장단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렇게 된거죠?

원래 개성인삼이라고 불리던 것은 장단이 원산지입니다. 옛날부터 부자로 유명한 개성상인들이 장단의 인삼을 가져가 개성에서 팔았기 때문에 개성인삼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지요.

인삼, 쌀과 함께 장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맑은 물과 공기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장단콩이다.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3대 진상품중 하나로 장단콩은 국내외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자가 슬로푸드 체험 마을에서 먹었던 음식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인삼, 쌀과 함께 장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맑은 물과 공기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장단콩이다.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3대 진상품중 하나로 장단콩은 국내외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자가 슬로푸드 체험 마을에서 먹었던 음식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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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버스 밖을 보면 곳곳의 농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저건 뭐죠?

이곳은 워낙 야생동물이 많아서 농사를 해 놓으면 멧돼지나 고라니가 와서 다 파헤쳐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방비책으로 저렇게 펜스를 둘러 놓은 곳이 많습니다. 22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곳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 번씩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 기자는 군생활의 반을 GOP에서 보냈다. 가장 소름끼쳤던 두가지 경험은 비무장 지대에서 적색 오성 신호탄(적발견 신호)이 터졌을 때와 야밤에 멧돼지 떼들이 코 앞을 우루루 지나갈 때다.

실제 전방에서 근무한 군인은 고라니와 멧돼지를 자주 볼 수 있다. 고라니는 귀여운 맛이 있지만 커다란 멧돼지는 그야말로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든다.

한밤중에 소대장과 OP에서 내려올 때 이따금 멧돼지의 낌새가 느껴지면 총알을 장전해 놓았을 정도.

감전돼서 죽는 야생동물이 불쌍하긴 하지만 1년 동안 죽을 고생으로 지어 놓은 농사를 망친 농부의 심정을 상상해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전기 펜스를 치는 마음 또한 이해가 갈 듯하다.

8. 민통선 안이라는 특수한 지역인 만큼 여러가지 특혜가 있을 듯한데요.

대성동(자유의 마을)에만 국방의 의무와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해마루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9. 해마루촌의 단점과 장점을 짤막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특수한 지역이다 보니 통금시간 등 생활의 제약이 있는 면이 좀 있구요.(지금은 12시, 예전에는 더 빨랐다고 한다.) 장점이라면 역시 청정한 환경과 깨끗한 먹거리입니다.

10. 선생님 덕분에 민통선 안의 허준 묘를 잘 관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 때문에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첫째, 유의태는 허준의 스승이 아닙니다. 백 년이나 뒤에 태어난 사람이지요. 상식적으로 허준이 죽고 난 다음에 태어난 사람이 스승이 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장원급제 또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서자 출신의 허준은 계급으로 치면 평민인데요. 과거를 칠 수도 없는 사람이 장원급제라니 좀 이상하지요.

셋째, 허준의 고향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경상도 산청이다, 전라도 담양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최근 연구 논문을 보면 경기도 파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죽으면 대부분 자기 고향에서 묻혔어요.  허준의 묘가 여기 있는 것만 봐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허준 묘역의 풍경. 조봉연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남좌여우의 원칙과는 반대로 허준의 묘가 오른쪽 부인의 묘가 왼쪽이라고 한다. 뒤에 보이는 것은 허준 생모의 묘. 아버지의 묘가 없는 것이 그가 서자 출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 주는 것 같아 쓸쓸하다
 허준 묘역의 풍경. 조봉연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남좌여우의 원칙과는 반대로 허준의 묘가 오른쪽 부인의 묘가 왼쪽이라고 한다. 뒤에 보이는 것은 허준 생모의 묘. 아버지의 묘가 없는 것이 그가 서자 출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 주는 것 같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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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연 위원장은 이외에도 다양한 민통선 내의 이야기를 전하며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민통선 내의 일에 관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그는 오늘도 민통선 내의 정당한 권리와 환경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태그:#조봉연, #허준, #DMZ관광, #민통선, #해마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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