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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미래형교육과정(2009개정교육과정) 1차 시안 공청회가 있었고, 10월 9일에는 초등 통합교과와 과학, 체육 교육과정 세미나가 있었습니다.(관련기사 :미래형교육과정연구, 이제 시작이네)

예정대로라면 10월 12일쯤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09개정교육과정연구위원회)에서 2차 시안이 나왔고, 12월에 고시를 한다고 공언하였으니 이제 연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은 당초 우리 교육의 고질 문제를 해소하고 대단한 개혁을 할 것 같았지만, 짧은 연구기간에 쫓기다보니 결국 운영체제만 바꾸는 수준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래형교육과정이 과거형 내용이고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자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이름만 바꾸고, 소폭개정이라고 둘러대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초등 교육과정, 이보다 더 졸속일 수 없다

<즐거운 생활 1-2 3. 함께 하는 한가위>제기를 만들고 차는 활동입니다. 대부분의 활동이 만들거나 노래부르고 나서 신체활동을 하게 됩니다. 새교육과정에서는 신체활동만 체육으로 가져갑니다. 같은 민속놀이인데 연만들고 날리는 것은 체육으로  가고, 제기차기는 조형활동으로 분류해서 즐거운 생활에 남습니다. 짧은 기간에 만들려고 보니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즐거운 생활 1-2 3. 함께 하는 한가위>제기를 만들고 차는 활동입니다. 대부분의 활동이 만들거나 노래부르고 나서 신체활동을 하게 됩니다. 새교육과정에서는 신체활동만 체육으로 가져갑니다. 같은 민속놀이인데 연만들고 날리는 것은 체육으로 가고, 제기차기는 조형활동으로 분류해서 즐거운 생활에 남습니다. 짧은 기간에 만들려고 보니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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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초등학교 1, 2학년만 20여년만에 교과목 체제가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2주 만에 교과교육과정 시안을 만들고, 현재 있는 것을 단순하게 찢어가서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차마 교육과정 개정과정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창피합니다.

10월 9일 세미나까지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2주만에 만든 교과도 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다듬어지겠지만 큰 틀을 새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10월 9일 세미나까지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2주만에 만든 교과도 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다듬어지겠지만 큰 틀을 새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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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를 보면 즐거운 생활 시안을 만든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습니다. 과학은 2주만에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교과 연구진들이 짧은 기간에 어려운 연구를 맡아 큰 부담을 안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진들이 얼마나 쫓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자료집의 오타와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 않는 문맥,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내용,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정상적인 교과교육과정 개정과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아무리 미래형교육과정이 6개월짜리라고 해도 12월까지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교과교육과정을 뚝딱 만들다니요? 이건 사실 연구진들이 이래선 안된다고 거절해야 할 일입니다. 총론도 중요하지만, 학습의 질을 좌우하는 건 교과교육과정이라는 것은 연구진이 더 잘 알 것입니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합니다. 공교육의 시작 단계인 1, 2학년 교육과정을 이렇게 엉터리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요? 첫 단추도 제대로 못 끼었는데 다음 단계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만약 미래형 TF팀 연구자들 중에 자기 자녀가 이 교육과정을 배워야 한다면 차마 이렇게 만들 수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초등학생은 안중에도 없나? 연구자들도 걱정 일색

세미나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료집을 읽어보니 문제집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교과 조정과 분리 근거 자체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총론 연구진이 제시하는 통합교과를 조정해야 한다는 근거를 보면 7차교육과정의 통합교과 문제점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둘째, 슬기로운 생활에서 사회와 과학 내용 억지로 분리하고,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거기에 사회, 과학, 체육 내용 갖다 붙인다고 해도 이게 무슨 교육과정입니까? 그냥 단원 재구성 수준 아닌가요?

그 정도는 굳이 교육과정 만들 필요없이 교사들이 주제에 따라, 학생들 상황과 날씨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 됩니다. 특히 즐거운 생활은 음악, 미술, 체육학습 내용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해도, 교과서에는 유기적으로 연관된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체활동만 떼가면 나머지도 기형적으로 변해버립니다.

교육과정이 무슨 퍼즐도 아닌데 하나만 쏙 빼간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남겨진 교과는 싸움에서 진 패잔병처럼 여겨집니다. 미래형교육과정 논의에 참여할 기회도 못가져보고 말입니다. 이건 해당 교과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진이 초등학생들이나 초등교육의 현황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떤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토론회에서 여러 발표자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교사들이 지금처럼 그대로 해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틀만 제시하고 다음번 교육과정 개정 때 제대로 만든다구요. 국가교육과정이 이렇게 맥락도 없고 정체성도 없으면 학교 현장은 혼란에 큰 빠집니다.

차라리 1, 2 학년 교육과정도 건드리지 말아야

도대체 미래형교육과정 연구진은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왜 무리하게 1, 2학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교과군 편제표 때문입니다.

9월 29일 공청회 자료를 편집한 것입니다. 1,2 학년 교과를 재구성하니 표는 한 번에 깔끔하게 만들어지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편제표 보기 좋으라고 1, 2 학년 교육과정을 졸속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저학년일수록 더 체게적인 연구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9월 29일 공청회 자료를 편집한 것입니다. 1,2 학년 교과를 재구성하니 표는 한 번에 깔끔하게 만들어지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편제표 보기 좋으라고 1, 2 학년 교육과정을 졸속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저학년일수록 더 체게적인 연구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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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연구진은 우리 교육이 문제점이 너무 많은 교과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서 학기당 7-8개의 교과목만 공부하게 한다고 합니다. 겉으론 그래도 현재 교과교육과정 내용은 그대로라서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국영수교육과정으로 변질되어 전인교육이 와해되고 학습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초등학교 1, 2 학년은 5개 교과라서 집중이수제를 할 필요가 없고 그대로 두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교육과정 학자들은 초중고 연계성을 교과목 이름을 통일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1, 2학년도 똑같은 교과목 이름을 넣고 싶어서 무리하게 추진을 하는 겁니다.

2007개정 교육과정 편제표입니다. 1,2 학년은 통합교과 때문에 다른 학년과 편제표가 독립되어 있습니다. 교과내용도 학생발달단계에 맞춰 주제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2007개정 교육과정 편제표입니다. 1,2 학년은 통합교과 때문에 다른 학년과 편제표가 독립되어 있습니다. 교과내용도 학생발달단계에 맞춰 주제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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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도 늘고 교과서도 많아지고

이렇게 되면 교과내용 더 어려워지고 교과서 수도 많아집니다. 현재 시스템을 적용하면 국어가 3권(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수학 2권(수학, 수학익힘), 사회+도덕 2권(바른생활, 생활의 길잡이 기준), 과학 2권(과학, 실험관찰), 체육 1권, 음악+미술 1권 등 11권으로 2권이 늘어납니다. 게다가 한자교육, 정보통신활용교육까지 치면 모두 13권이 될 수도 있습니다.

1, 2학년 2007개정교육과정과 2009개정교육과정 비교
<2007 개정교육과정>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 교과 5개, 교과서 9개

<2009 개정교육과정>
국어, 수학, 시민생활(사회+도덕), 과학, 체육, 즐거운생활(음악+미술) - 교과 6개, 교과서 11개(예정)

교과 편제표는 학생들 발달단계에 맞춰 적용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이 토목공사도 아니고, 방 먼저 만들어놓고 거기 맞게 채워라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저학년 교과가 변해야 할 타당한 연구결과나 근거가 없으니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현재 체제 그대로 두고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바람직한 교과편제를 찾아가야 합니다.

다른 학년도 모두 그대로 두고 운영체제만 바꾸니 1, 2 학년만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꼭 문제가 있다면 교과서 수준에서 고쳐가면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체육 독립이 곧 신체활동 보장? 초등 현실과 아동 특성 고려해야

체육을 독립하는 것은 학생들의 비만이 심각해지고 신체활동이 위축되어서라고도 합니다. 일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학년의 신체활동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올바른지에 대한 설득은 없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생활 책에서 신체활동(표현활동, 놀이와 분리도 되지 않는)을 찢어가는 수준에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8, 9세 아동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보고 만지고 느끼고 하는 활동 자체가 모두 신체활동과 연관되고, 즐거운 생활만이 아니라 국어, 수학을 비롯해 모든 교과에서 공통으로 추구되어야 할 가치이자 교육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학년은 주제학습 과정이 많이 제시되고 시도되는데, 미래형교육과정은 교과 개념으로 되돌아가자고 하니 이건 퇴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야외활동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측면에서 다가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학교 안팎을 산책하고 운동장 놀이시간을 충분히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밖에 나가면 알아서 신나게 뛰어놀고 너무 좋아합니다. 이것이 꼭 체육이란 이름으로만 가능한 것일까요? 모든 교육과정에서 다 가능해야 하고, 7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이런 터전은 마련되었습니다. 작년에 모임 선생님들과 적어도 1주일에 3시간 정도는 이런 시간이 보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돌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싸움 말리랴 활동하는 애들 돌보랴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활동할 때 아이들의 특성도 파악하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학년은 교과교육과정 개편에 앞서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나 보조교사제 도입이 더 시급합니다.

지금부터 초등 1, 2학년부터 제대로 연구 들어가야

저는 미래형교육과정 연구계획이 나온 초기부터 계속 제대로 연구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 1,2 학년 교육을 제대로 설계해야 이에 따라 다음 단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집니다. 연구진들도 기초 기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바꾸려면 제대로 바꿔야 합니다. 2007 개정교육과정도 개정 당시 문제가 많다고 전면개정하고, 고시를 연기해 제대로 연구하자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1, 2 학년 교육과정은 7차 교육과정부터 아이들 수준보다 내용이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번 교육과정도 가르쳐보니 국어와 수학이 문제가 많습니다. 1학년이 2학년보다 어렵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평가입니다. 과학영역은 유치원이 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초등교육과정 개발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근본적인 이유를 보면 2006년 현장검토과정에서 초등교육과정은 검토계획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교과별로 토론회에 가도 초등 토론자는 아예 없거나 관심도 없고, 통합교과 토론회에 가서야 초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습니다. 이는 교과별로만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지고 초등학생에 맞는 교과나 교육과정을 다루는 기구 자체가 없고 연구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날 바뀌어봤자 무차교육과정이고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한다고 비판받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 이 전철을 그대로 밟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무리한 개정으로 1,2 학년 교육과정을 더 악화시키면 학생들이 받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입니까? 지금은 어설픈 변화보다 초등교육과정 판 자체를 새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1, 2 학년 교과편제와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다시 검토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졸속개정의 가장 피해자는 학생들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갑니다. 지금이라도 미래형교육과정을 전면재검토해서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나가야 합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미래형교육과정, #초등교육과정, #통합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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