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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은 그 역사가 15세기 경에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5세기 말 전라도의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16세기 초에는 충청도와 경상도 등에 지금과 같은 장의 개념이 아닌 구황을 위해 시작이 되었다. 조선조 중종 때에 이르러 전국에 장시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만기요람>에는 19세기 초 8도 327개 군, 현에 1,061개의 장시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임원경제지>를 살펴보면 순조 30년(1830년)에는 전국에 1,052개의 장시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모두 5일장은 아니었다. 5일마다 열리는 5일형 장이 905개소, 10일형 장 125개소에 15일형은 18개소에 이르렀으며, 3일형도 4개소가 있었다. 당시 전국의 장시를 보면 경상도가 268개소로 가장 많았고, 51개소의 강원도와 42개소의 함경도가 가장 적은 장시가 열렸다.

재래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 여주장 재래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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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요즈음 어디를 가나 재래시장이 변화를 시도한다. 예전과 같은 그런 냄새가 나고 질퍽이는 모습이 아니다. 대형할인마트가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재래시장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냥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이 아니라, 쉴 공간 등을 마련해 언제나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주 장에 설피된 조형물
▲ 조형물1 여주 장에 설피된 조형물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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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 분수 어디를 가나 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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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그냥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장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만나고 그 장에서 주변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때로는 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새친구를 삼기도 하고 장에서 모르는 남남이 사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장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한 두 가지는 꼭 전설로 남아있다.

5일장이 서는 여주장. 5일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 여주장 5일장이 서는 여주장. 5일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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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람은 5일장으로 가고, 도둑은 마을로 간다

5일장은 마을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몰려드는 곳이다. 그래서 장날이 되면 마을이 텅텅비게 되고, 그 틈을 노린 도둑들은 마을로 간단다. "예전에 사람들이 장이 서면 모두 장으로 가지. 거동을 못하는 사람들이나 집에 있지 온 마을이 텅텅 비었어. 그래서 도둑놈들은 5일장이 서는 날이 되면 인근 마을로 들어간다고 했지." 이런 이야기조차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5일장이다.

도자기의 생산지답게 장에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 여주장 도자기의 생산지답게 장에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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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장은 5일과 10일 장이 선다. 5일장은 한 달에 6번이 열린다. 명절 밑에 찾은 여주장. 사람들이 그리 붐비지는 않는다. 아마 추석이 지난 다음날이라 그런지 장사꾼들도 그리 시끄럽지가 않다. 5일장을 들어가면 귀가 멍멍하다. 물건을 사라고 소리치는 상인들. 조금만 깎아달라고 생떼를 쓰는 사람들. 그리고 덤을 후하게 주었다고 뒷짐을 지고 웃음 날리는 아저씨. 이런 모습이 바로 5일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생선가게
▲ 여주장 생선가게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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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잡화를 파는 가판대
▲ 여주장 각종 잡화를 파는 가판대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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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장에 대한 정확한 문헌기록은 없다. 그러나 고려 때부터 시작했다고 전한다. 5일장에서는 지금도 물물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장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같은 풍습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어 5일장의 한 면을 볼 수 있는듯 하다.

5일장은 결혼 중매소

5일장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역시 중매다. 사람들은 장을 보고 난 후 국밥집으로 모여 탁주를 한 사발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의기투합이 되어 자녀들의 나이나 모양을 이야기하다가 급기야는 사돈을 맺는다.

명절 밑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다
▲ 여주장 명절 밑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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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5일장에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지. 소문도 5일장에서 나와. 어느 집에 과년한 딸이 있다거나, 아니면 잘 생긴 아들이 있다고. 그래서 중매를 시작하지. 아마 5일장처럼 빨리 사돈을 맺는 곳도 없을 것이여." 5일장 이야기를 신나게 하시는 어르신은 연신 5일장의 추억담을 들려주기 바쁘다.

"거 왜 그런 이야기 있잖아. 사돈이 5일장에서 만나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소를 바꾸어 타는 바람에 각자 집으로 못 가고 사돈네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말여. 그것이 5일장의 재미지." 5일장에는 참 이야기도 많고 탈도 많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즈음 국밥집 할머니가 뜨끈한 국물 한 사발을 갖다 놓는다. "서비스여." 그저 듣기만 해도 좋은 소리다. 이런 정감이 넘치는 마음들도 5일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약을 파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다
▲ 약장사 약을 파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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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마당 5일장

5일장에 나가면 나라의 경제부터 온 세상 정보가 다 모여든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5일장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5일장에는 구수한 맛이 있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찬 기계를 접하는 것이 아니고, 뜨거운 살과 살을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즐거운 곳이 바로 5일장이다.

"예전에는 장에 나오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장돌뱅이들이 모여들었지.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팔도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을 수가 있었어. 장을 살 것이 없어도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

가끔은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단다. 괜히 허풍에 걸려들어 처음으로 찾아간 장에서 물건 하나도 팔지 못할 때도 있었단다. "내가 벌써 장마다 다니면서 장사한 지가 30년이 지났는데,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어. 말 잘하는 놈들 말만 믿고 찾아갔다가 괜히 고생하고 경비만 날렸지." 크게 소리내어 웃는 모습이 재미있다. 손해를 보고도 웃어 넘길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5일장이다.

5일장은 동물원

5일 장에가면 별 동물이 다 모여든다. 강아지부터 시작해 오리 닭, 고양이, 토끼 등. 정말 동물원을 방불케 한다. 여주 5일장 한 편에는 짐승들을 파는 곳이 있다. 평소에는 6~7 명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추석 밑이라 두 명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강아지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강아지 강아지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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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하는 듯 해 돌아서는 발길을 무겁게 만든다.
▲ 강아지 데려가 달라고 애원을 하는 듯 해 돌아서는 발길을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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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한 마리가 계속 눈길을 끈다. "얼마에요?" "3만 원만 내세요" 이런 여유가 바로 5일장이다. 그냥 '3만 원인데요'가 아니다. '3만 원만 내세요' 이 말은 그보다 훨씬 비싼데 그 금액만 달라는 뜻이다. 설령 그 강아지가 3만 원이라도 괜찮다. 그 말 한 마디에 여유로움이 배어 있다. 그래서 5일장은 늘 풍요롭다.

두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재미도 있고 정이 넘치는 곳. 그리고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 5일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사람은 바뀌고 시대가 아무리 요란해져도 5일장은 언제나 그대로여. 사람이 사는 곳이지. 그래서 난 5일장을 떠날 수 없어."        


태그:#여주장, #5일장, #재래시장, #사람사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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