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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아침 매일 400개에 가까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을 취미로 삼고 살아온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김선태(67세)씨 집의 스치로플 화분에 심어진 토란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을 발견 하였다. 흔히 꽃집에서 볼 수 있는 '카라' 꽃을 닮은 토란꽃은 나이 70이 가까운 김씨도 처음 보는 꽃이라면서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내가 꽃을 좋아하여서 우리 집에 있는 화분이 아마도 300개가 훨씬 넘을 것이다. 지난해  365개의 화분을 채웠는데 금년에 꽃을 심기 위해 사들인 화분만도 40여 개나 되니까 400개가 넘지 않았나 싶다. 집 주변이 넓어서 집 울타리 주변으로 죽 늘어놓은 화분만도 150에서 200개를 헤아릴 것이다.

 

이렇게 꽃을 좋아하여서 가꾸기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학교 교장선생님 댁의 정원에 있는 수국을 몇 가지 꺾어다가 꺾꽂이를 하였는데 7개 중에서 6개를 살려서 우리 집에 처음 화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 후로도 중1 때에 중학교를 다니던 순천 시내의 어느 골목을 지나다가 노랑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고 그 집의 초인종을 눌러서 한 가지 꺾어다가 꺾꽂이를 하겠다고 달라고 용감하게 부탁을 드렸었다. 할아버지는 지금은 꺾꽂이 철이 아니니까 내년 봄에 오면 꼭 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셨다. 이듬해 봄에 정말 때맞추어 찾아갔더니 할아버지께서 '허허, 이 학생 정말 찾아왔구먼, 그날 그 약속을 하고 조금 꺾어줄걸 잘못했구나 싶었지. 이렇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하시면서 꺾꽂이 할 수 있게 잘 잘라서 신문지에 물을 적셔가지고 싸주셨다.

 

  이 노랑 장미도 6개 중에 5개는 살렸다. 그런데 바로 그해에 우장춘 박사의 동래원예시험장에서 연구사로 계시던 김용백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오셔서 농업을 맡으시게 되었다. 김선생님은 동래원예시험장에서 가꾸던 1년초 씨앗을 60여 가지나 가지고 오셔서 가꾸게 되었는데, 바로 이웃마을의 선배 선태주형과 내가 이것을 맡아서 기르게 되었다. 요즘에도 꽃꽂이나 꽃다발에 반드시 이용이 되는 안개꽃을 1958년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에 이미 가꾸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 가꾸었던 꽃들을 일반 시중에서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무려 20여년이 지난 1970년대 말쯤이었으니 20여년이나 일찍 직접 가꾸어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꽃 이야기를 하면 우장춘 박사님의 손자제자라고 자랑을 하곤 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꽃가꾸기를 좋아하는 내가 농촌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것도 물론 제법 전문가 행세를 할 만큼 자신이 있었다. 1959년(중3 때) 이미 우리 마을에서 신품종을 직접 홍농종묘나 우리종묘에서 구입 해다가 아름드리 배추포기를 만들었고 지게에 척척 걸쳐서 질 수 있는 무우를 가꾸어서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었다. 그 해에 노란을 많이 심어서 보리를 타작하고 남은 짚북더미를 북을 주어서 바지게로 몇 번을 져 나를 정도로 많이 수확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토란을 많이 심어도 보고 가꾸어도 보았지만 토란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올해 우리 집의 스치로플 박스에 심은 토란이 유난히 큰 잎줄기를 내뻗는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자세히 보니 꽃대가 불쑥 솟아 있는 게 아닌가?

 

  이제 나이 70이 다 되도록 유난히 꽃을 좋아하고 농작물을 심어 가꾸기를 그치지 않았건만 토란이 꽃을 피우는 것은 처음 보게 된 것이다.

 

  이 신기한 토란꽃을 혼자 두고만 볼 수가 없어서 여기 소개하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포스트와 개인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토란꽃, #스치로플 박스, #서울 홍제동,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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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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