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유행입니다. 걷기 운동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관련 업종도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걷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편집자말]
올가을엔 걷자 한 시민이 한강변을 걷고 있다

▲ 올가을엔 걷자 한 시민이 한강변을 걷고 있다 ⓒ 성스런


올 가을 '걷기'가 대세다. 지난 24일 한강변에서는 격렬한 달리기 대신 산책과 경보를 즐기는 워킹족들이 눈에 더 많이 띄었다. 조깅보다 힘이 덜 들면서도 운동효과는 배라는 것이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걷기의 매력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각양각색의 이유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봤다.

30·40대 "출근 전에도 부담 없는 워킹"

새벽 5시, 뚝섬 한강공원.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인데도 운동을 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직장인 김상태(33)씨도 그중 한 사람. 김씨는 걷기의 매력을 "출근 전에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가벼운 워킹화에 땀이 잘 빠지는 운동복까지 갖춰 입은 그는 "부담 없이 오래 걷기 위해서는 걷기에 알맞은 복장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때 조깅을 하기도 했다는 김씨는 "무작정 뛰다보니 출근하기도 전에 힘이 달려서 얼마 안 가 그만두고 걷기로 전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최승현(42)씨도 비슷한 이유에서 한강변을 걷고 있었다. 그는 "잦은 음주로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면서 2년 전에 걷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운전미숙'으로 자전거 사고를 낸 뒤로는 걷기만 하고 있다"는 것. 그때의 사고로 팔을 다쳐 한동안 업무에 지장을 생겼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없는 걷기를 선호한다는 게 그만의 사정이다.

"걷기가 뛰는 것보다 몸매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 최씨는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깅보다 워킹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본인만의 걷기 비법을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실제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매일 3시간씩 걷는 것만으로 살을 빼고 다리 근육량도 늘렸다"고 귀띔했다.

10·20대 "음악 들으며 다이어트 위해 걸어요"

걷기 필수품 MP3 그냥 걷기 심심하다면 음악을 들으면 된다. 실제 젊은 워킹족의 대부분은 걷기 필수품으로 MP3를 꼽았다.

▲ 걷기 필수품 MP3 그냥 걷기 심심하다면 음악을 들으면 된다. 실제 젊은 워킹족의 대부분은 걷기 필수품으로 MP3를 꼽았다. ⓒ 성스런


같은 날 저녁 7시. 학교를 마치고 운동하러 나왔다는 임유미(18)양을 만났다. 아직 학생이지만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 걷는 이유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뛰지 않고 걷는 이유는 "살 빼는 데는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게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균 2시간을 정처 없이 걷는다는 임양의 오래걷기 비결은 음악 감상. 평소 좋아하는 발라드를 틀어놓고 걸으며 "살도 빼고, 오늘 뭐했나 생각도 하고, 공부가 잘 안될 때 머리도 식힌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걷다보면 기분도 좋아진다"며 걷기 예찬도 잊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대학생 박미영(23)씨도 다이어트를 위해 걷고 있었다. 그는 매일 잠실대교에서 성수대교까지 왕복해 두 시간 넘게 걷는다. 박씨는 "식이요법과 걷기를 병행해 두 달여 만에 4kg을 감량했다"며 걷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때 70kg에 육박했다"는 박씨는 그 말을 믿기 힘들 정도의 체형으로 바꿔 있었다. 꾸준한 운동이 성공적으로 살을 뺄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그. 걷기 역시 "좋아하는 음악을 앉아서 듣는 대신 걸으면서 듣는다는 마음"으로 끈기를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50·60대 "건강 지키려면 걸어야"

"주기적으로 한다고? 매일 해야지."

2년 전 신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은 이영준(60)씨는 날마다 하는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걷기 시작하면서 몸의 붓기도 빠지고 하체도 튼튼해지는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씨는 "젊었을 땐 건강하니까 운동을 안 했다. 나도 그랬다"며 일찍부터 운동을 생활화할 것을 당부했다.

"주기적으로 한다고? 매일 해야지."  신장에 이상이 생긴 뒤 걷기를 시작했다는 이영준씨. 천천히 걷기로 몸의 붓기도 빼고 하체도 튼튼하게 키우며 운동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 "주기적으로 한다고? 매일 해야지." 신장에 이상이 생긴 뒤 걷기를 시작했다는 이영준씨. 천천히 걷기로 몸의 붓기도 빼고 하체도 튼튼하게 키우며 운동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 성스런


몸에 무리가 덜 가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는 게 걷기의 또 다른 장점일 터. 이씨 역시 "뛰는 건 힘들고, 천천히 걷는 게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걷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 두 시간씩 걷는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세상살이를 생각하며 천천히 걷다보면 지루할 틈도 없다"고 한다.

한편 '느리게 걷기'와 반대로 빠르게 걷는 '파워워킹'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부 조아무개(54)씨는 조깅하는 사람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보를 하는 스타일. "건강에 신경 쓸 나이기 때문에 운동을 한다"고 말한 조씨는 "유산소운동이다 보니 심폐기능도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빠르게 걷기의 좋은 점을 꼽았다.

특히 조씨는 파워워킹의 효과를 보기 위해 "팔을 직각으로 굽혀 앞뒤로 흔들거나 양옆으로 펴 좌우로 흔드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하며 "더 많은 땀을 내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는 것"도 자신만의 운동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만난 워킹족들은 걷는 이유도, 방법도 각기 달랐다. 그러나 거의 매일 두 시간 이상 걷는다는 점은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요즘같이 선선한 날씨가 가장 걷기 좋다"는 공통적인 말을 남겼다. 성큼 다가온 가을, 건강과 미용을 위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걷기운동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걷기 한강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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