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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몇가지 말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은 주관적 감정의 객관화도 기사적인 필체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언론에서 보도된 주경복 교수님의 모습과 기사들은 기사 특성상 다소 무미건조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고문은 주경복 교수님의 제자로서의 제 주관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사견만을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를 통해 드러내고자 함은 아닙니다. 사실보도의 요건에 따라 내용의 과장 혹은 왜곡이 없으며 뜨거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글자씩 써내려 갔음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주경복 교수님을 만난 것은 건국대 문과대 오리엔테이션이었습니다. 당시 학생회에서 과 박람회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문화정보학부에 입학한 저는 주경복 교수님과의 첫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강한 카리스마는 없으셨지만 차분하시고 인자하신 첫 모습의 교수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 교수님하면 권위적이고 학생에 무관심할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인자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시며 학교와 과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본격적으로 교수님의 지정교양을 들었을 때 독특한 수업구성에 놀랐습니다. 세시간의 수업을 두시간만 진행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온라인학습으로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학습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사회현안 혹은 인문사회학적인 내용에 접목시켜 의견을 서술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실상 수업시간의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한 과제가 매주 제출되었지만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좋은 발상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님은 '자신의 의견'을 가질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제가 오마이뉴스 기자 활동을 시작한 것도 온라인학습을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적 내용만을 강요해오시진 않으셨습니다. 수업에서 유독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학생이라도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기꺼이 경청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단 한번도 차이를 틀린것으로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화창한 봄, 가을날이 되면 교수님은 어김없이 야외수업을 하셨고 수업내용은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내용은 어떤지. 힘든것은 없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부적절한 언행의 교수, 학생의 도외시하는 학교의 풍토 속에서 교수님은 한시도 빠뜨리지 않고 학교와 강의의 중심에 학생을 주셨습니다.

 

시험기간이 되자 또 한번 놀랐습니다. 평가방법을 교수님 스스로 정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시험 때마다 교수님은 방법과 주제에 관해 학생들과 논의하셨습니다. 교수님이 준비하신 시험 주제와 방법보다 좋은 안을 학생들이 요구할때는 기꺼이 응하셨습니다. 그 어떤 수업에서도 느껴본적 없는 교수와 학생간 수평적 관계의 탈권위와 민주적인 강의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구름사다리라는 영상제작소모임 활동을 시작했을 때 당시 지도교수셨던 주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밥한끼 사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민방송 RTV에 '달리는 세상 청년을 말한다'라는 프로그램제작을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도 주교수님이 우리 소모임제작을 권유하시고 과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까닭입니다. 신생학부인 우리학부의 세 과중 2개가 개편3년째 되던 2008년 폐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과가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과 교수님들의 학생사랑과 노력, 그중에서도 초대 학과장이셨던 주경복교수님의 공헌이 크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첫 직선제로 열리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당시 천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의 단일후보로 추대되셨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거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이번에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받아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수업에 소홀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폴리페서 논란도 있었고 선거기간 중 학생들에게 A 학점을 전 학생에게 남발했다는 몇몇 보수언론의 기사가 논란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이 건에 대해 단 한번도 제대로 해명된 적이 없기에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본래 우리학교의 성적규정은 학생 수가 20명 미만일 경우 절대평가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2008년 1학기 도중 학교는 교수, 학생과의 사전 상의 없이 절대평가 기준을 10명으로 낮추도록 규정을 수정했습니다. 당시 강의준비를 방학 때부터 해오신 교수님은 절대평가 기준을 강의계획과 같이 본래의 안으로 하셨습니다. 본래 규정대로 상대평가였던 수업은 그렇게 행하셨습니다. 일부 본래 절대평가 과목으로 진행된 수업의 성적만을 가지고 마치 모든 학생에게 A학점만 부여한 양 보도하는 행태는 분명 사실과 다르며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결코 인기교수가 되기를 바라시고 학점을 남발하시거나 부정적인 방법을 쓰신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가장 큰 논란거리이자 현재까지 법원에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주교수님이 전교조 후보였다는 프레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전교조후보였다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공약을 내었을 것이며 외고폐지를 주장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시민교육감 후보를 돕고자 하는 시민들 중 전교조 교사가 있었을 뿐, 전교조가 후보라는 발상은 유물로 치부하기에도 너무나 낡아버린 이념공세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교수님은 수천의 시민사회단체가 추대한 시민후보셨습니다.

 

선거 이후의 교수님

 

 개표 날 개표상황을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가뿐한 승리로 예상했으나 막판 강남지역에서의 열세로 인해 근소한 차이로 낙선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잔인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낙선의 상처가 치유되지도 않은 채 주 교수님은 검찰의 편파수사로 가슴앓이를 하셔야 했습니다. 보수진영인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급식업자, 학원원장에게 선거비를 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끊이질 않았으나 검찰의 칼날은 유독 진보를 향해, 주 교수님과 전교조를 향해 서릿발처럼 휘둘러졌습니다. 기습적인 전교조 사무실과 선거운동본부실 압수수색과 주교수님 이메일 7년치를 검찰이 뒤졌다는 사실은 민주화이후 세대인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fiction같은 fact였습니다.

 

 검찰의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는 전교조 교사들을 교단에서 끌어내리게 했습니다. 구속되는 일까지도 벌어졌습니다. 이후 교수님은 다소 지친 표정을 머금으신 채 강단에 올라셨습니다. 죄 없는 주변사람들이 고통받는 사실에 대한 아픔은 얼마 전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셨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선거를 도왔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고초를 주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스승을 돕겠다고 단순한 마음으로 합법적 선거운동을 해 주었던 학생들까지 학업 중 소환하는 비교육성과 비정함 앞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징역10개월이라는 검찰의 공판 직후 교수님 홈페이지에 격려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교수님은 답글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공판과는 부분적인 차이가 있었으나 9월 24일, 300만원 벌금형을 구형하여 유죄를 확정지었습니다.

 

 이번학기도 교수님은 강의를 하고 계십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밤도 여명은 찾아올 것이고 교수님의 금요일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요즘들어 유난히도 쳐진 교수님의 어깨가 눈에 들어옵니다. 내색은 하지 않으려 하시지만 그 고통과 상처에 대해 잘 알기에 외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만나본 그 어떤 교수님보다도 민주적이셨고 교육자로서의 뛰어난 성품의 주 교수님께서 갖게 된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듯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여러분

 

 전교조는 창립이래로 기득권층의 견제를 넘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끝없는 이념공세로 공격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이번 기소와 검찰수사 역시 이념공세와 사회적 편견이 덧씌워진 전교조 마녀사냥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로이 밝힐 필요도 없겠지만 첫 교육감 선거에 대해 정립된 부분이 적었고 선거기간 당시에도 선관위 자문결과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교수님과 전교조 교사들이 그동안 겪어야 했던 검찰의 편파수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번 사건이 많은 교육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때문에 8명의 교사들의 직업을 빼앗고 전과기록까지 남기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부칩니다. 그들은 각기 가족이 있는 가장일테고, 저와 같은 제자를 둔 은사님들이기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듭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악으로 치환되어 끝없는 이념공세와 편파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주교수님의 제자로서도 감내하기가 힘이 듭니다. 검찰은 이번 정권 들어 '미네르바 사건','촛불 무더기 기소' 와 맥을 같이하는 편파수사의 증거들이 있습니다. 부디 항소심에서는 검찰의 편파수사에 대해 재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이분들을 위해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친여성향인 우리 학교측은 재판 결과를 빌미로 주교수님께 부당한 압력을 가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정부를 통해서 이든 알아서 기는 액션이든 간에 부당한 압력으로 인해 교수님과 교수님의 가족은 큰 상처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과를 설립하시고 발전시켜 오신, 제게 기자의 꿈을 꾸게 하신 은사님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기고문의 종지부를 찍을까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주경복 교수님의 제자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으로서 검찰의 편파수사 관행, 진보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 향후 학교측 압박에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능성에 대해 눈 감을 수 많은 없어 이 글을 기고합니다.


태그:#주경복, #전교조, #서울시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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