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르구나."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들녘의 모습이 아름답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지평선을 바라보며 가지게 되는 감정은 새롭다. 알알이 영글어가는 낟알들이 탐스럽기만 하다. 올해도 풍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넉넉해지니,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이 앞선다.

황금 벌판
▲ 만경 들녘 황금 벌판
ⓒ 정기상

관련사진보기


김제 만경 들판.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오천만 우리 민족 마음의 고향이다. 산업화로 인해 생활이 많이 달라졌지만, 농자 천하지 대본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들판이 누런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참 많이 있지만, 풍년을 확인할 수 있는 들판의 모습이 그 중의 으뜸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이 한 말씀이 생각난다. 호남이 없으면 조선도 없다고 하였다. 그만큼 김제 평야는 역사 이래로 풍성한 곳이었다. 만경의 황금벌판을 바라보고 서 있으니, 그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쌀 수입으로 인해 농사를 짓는 분들의 어려움이 크다. 고통이 깊을수록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견디기 힘든 아픔을 극복하면 아름다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만경 들판의 도로에는 코스모스들이 심어져 있어 장관이다. 그런데 지평선 축제에 개화시기를 맞추기 위하여 코스모스 꽃봉오리를 싹둑 자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행사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리에 어긋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넉넉한 마음
▲ 코스모스 넉넉한 마음
ⓒ 정기상

관련사진보기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함으로서 무리가 생기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힘이 들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놓아두면 순리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려고 애쓰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무리가 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쌓이게 되면 나중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코스모스 꽃은 피어나고 있었다. 코스모스 사이로 영글어가고 있는 들판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낟알 속에는 농민들의 꿈이 배어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인다. 꿈이 농민들의 가슴에 살아 있었기에 저런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얼마나 감동적인 풍광이란 말인가?

풍요로운
▲ 푸른 하늘 풍요로운
ⓒ 정기상

관련사진보기


꿈은 희망이다. 인내할 수 있게 해주고 성숙하게 해준다. 기다릴 줄 알게 해줄 뿐만 아니라 희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동행을 통해 초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근원이다. 비워내게 하기 위하여 버림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소통을 통해 아름다운 풍요를 완성하게 해준다. 황금색으로 바뀌고 있는 만경 들녘에서 새롭게 소생하게 된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만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