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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최고의 관광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다, 가난한 어촌마을에 불과하고 울산도 광역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울산 동구의 중심지 일산동 주민자치센터. 센터내에 전시된 옛날 지역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감상하던 주민들이 설전을 벌였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모두 가능성 있는 말이다. 옛 신라의 왕들이 휴양처로 자주 나들이 왔다고 문헌이 전하는 울산 동구 바닷가는 그야말로 천혜의 명소였다. 그런 모습들이 빛바랜 흑백사진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울산 동구 일산동에서 바라본 풍경. 지금 현대중공업이 들어선 모습과 판이하다
ⓒ 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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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울산 동구 일산동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부. 이곳은 경치좋은 바닷가였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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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해안절경이 거대 조선소로

동구 일산동주민센터가 주민자치위원회, 동구향토사연구회와 함께 주민자치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일산동, 그 어제와 오늘' 은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바람직한 미래 발전상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 일환으로 옛 천혜의 바닷가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전을 열어 주민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울산 동구는 신라시대부터 말목장과 아름다운 해안가로 유명했다. 동구의 중심지는 일산동. 지역민들은 이곳이 우리 선조들이 태양을 쫓아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정착한 곳이라고 믿고 있다.

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은 "우리 선조들이 태양을 쫓아오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라고 어릴때부터 어른들에게 늘상 들어왔다"고 말했다.

일산동에는 문무대왕비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유언을 받들어 수장한 절경의 대왕암과, 신라 왕들이 자주 나들이 온 일산해수욕장이 있는 관광지다.
  
하지만 대부분 절경의 바닷가들은 628만㎡ 광대한 부지에 조선 뿐 아니라 플랜트, 선박엔진 등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 그 자취를 감췄다.

왜 하필 이곳에 거대한 조선소가 들어서게 됐을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현대사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은 현대중공업이 들어선 고물늘방. 약수터인 이곳은 단오날 목욕을 하거나 주민들이 야유회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은 매몰되어 소실됐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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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까지만 해도 인구 3만명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농어촌이던 울산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되면서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석유화학 단지를 비롯해 조선, 자동차 등 핵심 기간산업들이 울산에서 속속 시작됐는데 현대중공업은 이같이 아름다운 일산동 바닷가에서 1971년 4월 부지조성사업을 착수, 1972년 3월 조선소 기공식을 하게 된다.

울산 동구 출신인 김병희 박사(95)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 회장과 조선소 입지를 물색했는데 동구 일산동 바닷가가 전국 해안가 중 사시사철 기온변화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기온변화는 선박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조건이 딱 맞아 떨어졌다는 것.

이곳 토박이 한 명는 당시 조선소 건설 당시 들었다며 "일산동 바닷가가 수심이 깊어 선박을 만들기에 그만이었다"고 첨언했다.

생존해 있는 김병희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대구사범 동기인데 울산의 산업화 과정에 묵직한 역할을 하면서 동구 일산동이 변모하는 과정 등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동구 안미포에서 주민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 이곳은 거대한 조선소가 들어서 있다
ⓒ 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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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 이처럼 조선소 도크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반대급부로 천혜의 일산동 바닷가 절경은 하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신라 왕들이 자주 찾았다는 화진 바닷가를 비롯해 삼국통일 후 신라 왕들이 즐겨찾은 어풍대, 해산물 '군소'가 많이 나 이름붙여진 군수밭, 일산마을 동쪽에 있으면서 바다속에 있는 바위가 마치 고래모양 같다고 붙여진 고래듬 등이 있었다.

또한 조개듬, 지네듬, 형제듬 등 절경의 바다와 어울린 바위들이 즐비했는데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매립되었거나 남아 있어도 일반인들이 볼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울산 동구 일산동은 인구 9000여명에 토박이가 3000여명이며 나머지는 타 도시에서 이주해온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일산동 바닷가의 옛 모습들은 토박이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거나 남아 있는 문헌에서 글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로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산동 주민자치센터는 이같은 점에 착안, 지난 5월부터 지역민이나 역사학자 등으로부터 옛 모습을 담은 사진과 역사물을 수집하고 있으며 현재 300여장의 소중한 사진들이 발굴됐다.

일산동주민자치센터 고경원 동장은 "동구 일산동은 아직도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으로 옛 절경들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자 이번 사업이 이뤄졌다"면서 "주민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나아가 밝은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일산동의 과거 모습. 현대중공업과 주택가가 들어섰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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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간직한 일산진 마을 곧 사라질 판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자락에 자리잡아 이곳 주민들의 주요 거주지였던 어촌 일산진 마을이 도시개발로 인해 현재 모습을 잃어버리게 됐다.

현대중공업과 일산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이 마을은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 등으로 수년전부터 개발이 계획됐는데 곧 신도시 개념으로 개발될 계획이라 역사를 간직한 어촌은 사라지게 된 것.

고경원 일산동장은 "이번 사업은 일산진마을이 개발로 인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전에 주민들에게 옛 모습을 담은 모습을 보여주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자는 의미도 있다"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의 뿌리를 찾고 지역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뜻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전을 구경하던 한 젊은 주부가 사진속에서 '우리 어르신이다' 하고 감탄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동구 일산동주민센터에서는 '일산동, 그 어제와 오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주민자치센터는 사진을 디지털로 복원, LCD 모니터로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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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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