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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의 정몽준(58·서울 동작을·6선) 새 대표는 허리부터 깊숙이 숙였다. 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서다. 이명박 정부의 '서민중심·중도실용' 기조를 잇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듯 '일·서민·약자·변화'를 강조했다.

 

"서민·약자 보호-정치개혁" 강조

 

정 대표는 회견문에서 "정치가 변해야 한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대는 지금 서민과 약자에 대한 보호를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복지정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야당과 소통하는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야당을 경원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화답하듯 정치 개혁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개헌논의, 행정체제 개편과 선거제도 개선 등 하나 하나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며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의 유·불리를 떠나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한 정치 개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2007년 정권교체를 위해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접고 우리 한나라당에 입당했을 때, 그리고 작년 총선에서 정치적 고향인 울산을 떠나 서울 출마를 결심했을 때도 이렇게 두려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고 한껏 몸을 낮추며 무거운 책임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으로 차기 대선후보군이 다양화 됐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들이 볼 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네, 다섯 분은 있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또 "우리나라 정당들이 선거철만 되면 인재를 영입한다고 하는데 그럴 게 아니라 평상시에 문호를 넓게 개방하는 것이 좋다"며 '문호개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저런 사람 대통령 됐으면 하는 분 네, 다섯명은 돼야"

 

당직 인선과 관련해선 "(대표) 비서실장, 후임자 선정 여부 등을 고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비서실장으로는 '친이직계'인 조해진 의원이, 대변인으로는 유정현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 대표의 첫 행보는 이날 새벽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이었다. 정 대표는 "이곳 노량진에서 상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어렵지만 명랑하게 일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또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견위수명(見危授命·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까지도 바친다)'이라고 남겼다. 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찬회동이 예정돼있다.

 

다음은 이날 회견에서 나온 일문일답.

 

- 당직 인선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여러 분들하고 상의를 하고 있다. 우선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후임자 선정 여부 등을 고심하고 있다."

 

- '민본21'이 조기전대 여부 등 당 쇄신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 당 쇄신 관련 계획과 입장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168명의 의원이 계시는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다. 또 다양한 경험·배경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앞으로 우리 당의 변화의 방향, 변화의 원칙을 같이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조기전대 등 쇄신안 실행, 의원들과 상의할 것"

 

-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도 있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것인가.

"우선 표현이 '친이'·'친박'이라고 흔히 그러는데, 그런 (계파갈등) 상황까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좋으냐, 나쁘냐(따지는 것)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특정 정당에 소속감·일체감을 느끼는 국민이 5분의 1밖에 안 된다는 통계치를 봤다. 앞으로 우리 당이 발전하려면 앞으로 보다 더 개방적인 자세·분위기로 나가는 것 꼭 필요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보다 더 개방적인 자세로, 당에 있는 여러 구도들도 개방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간 여당이 청와대 종속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당의 위상 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학 교과서에 쓰여있는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여당으로서 이명박 정부를 지원해야 하는 권리·의무 갖고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를 운영하기 위한 3권분립이라는 커다란 원칙이 있다. 정부를 열심히 지원하면서 동시에 정부가 많은 일을 하다보면 부분적으로 생각이 못미치는 부분도 있으니 (당과 정부가) 잘 상의해서 하는 게 중요하다.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모든 것은 한사람, 한사람의 사람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한다."

 

- 내일 당·청회동이 예정 돼있는데 대통령에게 전할 말은?

"우선 한나라당 의원들하고 청와대가 보다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러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전부 말씀 드리면 내일 말씀 드릴 게 없어지니 생각 좀 해보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이해하려는 노력하고 있어"

 

- 재벌 출신으로, 서민행보를 해나가고 있는 정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는데.

"제가 작년에 서울에서 동작 을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와 선거할 때 상대 후보 진영에서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 그때 나름대로 답변을 드렸었다. 제가 사진을 두 장 가져왔다. 어렸을 때 저희 집안이 6·25전쟁이 나서 부산으로 피난 갔을 때다. 거기서 한 2년 살다가 서울로 다시 이사 가기 전에 찍은 기념사진과 그 이후 서울에 와서 살다가 온 가족이 모여서 찍은 사진이다. 이때 가족 분위기가 저한테 항상 살아있다. 그런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우리나라의 평범한 가정,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좀 어려운 가정, 그러한 (가정의) 분위기, 그런 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 한나라당이 개방돼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국민들에게 일체감을 드리지 못하고 불신 받는 이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선거철만 되면 인재를 영입한다고 하는데 그럴 게 아니라 평상시에 문호를 넓게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느냐는 질문인데, 정당이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호를 개방하려면, 당 안에 무슨 칸막이가 있다면 개방이 잘 안되겠죠, 바깥에서 들어오는 산소 공급도 잘 안될 것이구요. 그래서 우리당이 좀 변화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 내각에서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당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하면서 단순해 보이던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다양해졌다. 여당 대표는 개인인적으로도 중대한 계기인데, 포부를 밝혀달라.

"제가 당 대표가 됐는데 제 개인을 위해 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제가 당 대표 하면서 무슨 자해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당과 국가를 위해 하는 것이다. 내 개인 위해 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또 국민들이 보실 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이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하고 기대하는 분들이 (당에) 네, 다섯 분은 있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저는 우리 한나라당의 많은 분들이 '나는 국가의 주요 책무를 맡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권의 위상이 재고되는 방향이 아닌가 평소 생각했다."


태그:#정몽준, #취임, #기자회견,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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