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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7일 오전 11시 40분]

 

"권토중래(捲土重來) 하겠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말이다. 10월 재·보선에서 경남 양산에 공천신청을 한 박 전 대표는 선거 준비를 위해 임기를 10개월 앞두고 이날 사퇴했다.

 

박 전 대표 "정부·청와대 개편했으니 여당도 변화해야"... '사퇴'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대표최고위원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사퇴의 이유를 그는 "그동안 청와대·정부의 개편이 있었으니 여당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겠다는 정치적인 판단과 대표직을 그만두고 양산 선거에 전력을 다 바쳐 심판을 받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에서"라고 설명했다.

 

사의를 밝히는 박 전 대표의 얼굴에선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표는 스스로의 판단임을 강조했지만, 사퇴 전 당내 상황을 보면 떠밀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간 '민본21' 등 소장파를 비롯해 당의 '친이' 측은 박 전 대표의 사퇴를 거듭 압박해왔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에 이어 당도 얼굴을 바꿔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이 측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으로 정·청은 쇄신을 일단락했는데, 당만 기존 지도부 그대로 내년 7월 (정기 전당대회)까지 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4~5일 열린 연찬회에서 박 전 대표의 사퇴를 공개 요구할 예정이었으나 박 전 대표 측이 "조만간 사퇴 뜻을 밝히겠다"며 자제를 요청해 뜻을 접기도 했다.

 

여기다 불공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대표직을 떼고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됐다. 박 전 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공천 심사가 시작됐으니 (대표직이라는 지위가) 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공정한 공천심사가 될 수 있도록 제가 대표직을 사임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박 전 대표는 당초 대표직을 가능한 오래 유지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당내의 압박에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 측근들은 "끝까지 사퇴를 말렸지만, 버티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 "70년 인생 걸린 선거"... 앞길은 '험난'

 

박 전 대표는 이번 재선거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평소 사석에서 "내 70년 인생이 걸린 선거"라고 말할 정도다. '6선 국회의장'을 바라봤던 그는 지난 총선 공천심사에서 예상 밖의 낙천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재선거는 그에게 정치 생명의 연장 여부를 가름하는 중대사다.

 

하지만, 대표직까지 떼고 난 박 전 대표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8일 후보자 면접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공천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10월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공천심사 기준의 제1순위는 여론조사"라고 밝힌 바 있다.

 

양산은 이번 재·보선 지역 중 그 어느 곳보다도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해 김양수 전 의원, 김현성 법률지원단 위원과 박상준 상임전국위원, 김용구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초빙교수,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상대 부산외대 겸임교수, 이장권 영산대 겸임교수 등 9명이 공천 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표는 김 전 의원과 각종 사전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지난 총선 공천 심사에서 낙천해 출마가 무산됐었다.

 

'친박' 성향의 유재명씨도 눈길을 끈다. 유씨는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33%의 득표율을 올린 저력이 있다. 유씨는 최근 한나라당에 재입당 신청을 했고 이날 승인을 받아 '공천 전쟁'에 합류했다.

 

박 전 대표가 공천 경쟁을 뚫는다 해도 만만찮은 '본선'이 남아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중간심판'을 내세우며 여당 대표를 지낸 박 전 대표를 몰아세울 태세다.

 

박근혜 전 대표 선거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

 

당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없이는 당선을 장담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와 관련해서는 제가 여태껏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라고 일축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견을 "다시 뵙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인사로 마무리했다. 그는 특별히 '간절히'에 힘을 주어 속내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회견 뒤 이날 오전 당 사무처와 원내행정국을 돌며 인사를 한 뒤 곧장 양산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든다.

 

한편, 새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2순위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자동 승계했다. 정 신임 대표는 "전임 대표가 수고를 많이 하셨다. 전임 대표보다 역량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간단히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8일 오전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태그:#박희태, #사퇴, #정몽준, #한나라당, #양산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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