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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모처럼 상가 정기휴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 아내와 함께 샘물을 뜨러 신라샘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혼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신라샘으로 물을 뜨러 가는데 복잡한 시내를 피해 멀지만 우회도로를 이용하곤 한다.

속초시 국민은행 연수원 사거리를 지나 한화 사거리에서 다시 척산 온천으로 향하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직진하면 설악산으로 가는 목우재가 나오고 좌측으로 가면 동우대학이 나온다.

내가 늘 가는 곳은 다리를 건너기 전 금호콘도 가는 강변로인데 이곳을 지날 때면 늘 이상한 돌탑을 보게 된다.

설악산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 밑 누가 돌탑을 쌓았을까?
 설악산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 밑 누가 돌탑을 쌓았을까?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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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산 온천 원탕이 있는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다리 밑 돌탑을 누가 쌓았을까? 등산로나 절 부근에서 돌탑을 본 적은 있어도 다리 밑 돌탑을 쌓은 모습이 생소할 뿐만아니라 그 정성에 놀라곤 한다.

그냥 대충 쌓은 돌탑이 아니다.
 그냥 대충 쌓은 돌탑이 아니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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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모양을 이용해 탑에 구멍이 생겼다.
 돌의 모양을 이용해 탑에 구멍이 생겼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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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우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그 아래는 돌탑과 함께 갖가지 생활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비, 장화, 모자, 등산화, 돗자리, 랜턴 등등.

이곳이 인근 주민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이곳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아닐까?

다리 난간 위와 아래 생활비품이 놓여있다.
 다리 난간 위와 아래 생활비품이 놓여있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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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 이곳에 들렀지만 이곳에 돌탑을 쌓는 사람들이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리 밑에서 올라와 샘터로 가려다가 농산물과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들렀다. 이곳은 가끔 과일이나 농산물을 사가는 곳인데 지난번 사간 들기름이 참 고소하더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그럼 직접 농사를 지어서 짠 기름인데 당연히 고소하지..." 하신다.

"아주머니 그런데 이 다리 밑에 돌탑은 도대체 누가 쌓는 거죠?"
"아, 그 돌탑? 희망 근로 일하시는 분들이 쌓는다고 하던데?"
"아, 그래요 그런데 언제 이 돌탑을 쌓는 거죠?"
"아마 점심 시간에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쉬면서 돌탑을 쌓는다고 하는데 나도 쌓는 모습은 못 봤어."
"하지만 돌탑을 쌓을 때 그냥 쌓았겠어? 그동안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것을 모두 극복하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겠지."

다리 밑 어두운 곳에도 돌탑이 쌓여있다.
 다리 밑 어두운 곳에도 돌탑이 쌓여있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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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정부가 한시적으로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자 휴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여 그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희망근로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임금의 30%를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함으로써 내수 소비 진작 및 영세 상인들의 소득증대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희망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고 한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라 끝나고 난 후 다시 실직자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기술이 있으나 없으나 무조건 거리나 공원에 풀만 뽑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부가 급조하다 보니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인기 위주의 임시변통 일자리라서 사회적 위화감과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그런 복잡한 생각을 가슴에 안고 날마다 희망 근로 일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쌓아 올린 돌탑이 너무나 각별해 보였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리 밑 돌탑을 쌓는 사람들. 돌탑에 담긴 염원처럼 희망근로를 하는 모든 분들의 꿈이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태그:#희망근로프로젝트, #희망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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