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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빨간 고추가 말려지고 있다. 햇살에 온 몸을 드러내놓은 채로 웃고 있다. 햇볕과 어우러진 고추들은 소리 없이 말려지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고추잠자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소리 없는 아우성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없다. 좋아서 지르는 소리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 몸을 움츠리면서 내는 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마당에 말려지고 있는 고추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고향 마을이 떠오르고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고추가 금값이었던 때가 있었다. 고추 한 개면 엿을 몽땅 바꿔먹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어머니 몰래 고추 몇 개를 훔쳐다가 엿과 바꿔서 먹었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빨간 고추는 그리움이 되었다.

 

  고추가 너부러져 있는 모습을 통해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빨간 고추잠자리를 보고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잠자리는 무더운 여름에도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추가 마당에 펼쳐지게 되면 분명 가을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빨간 색깔은 가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꽃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통해 바람이 지나갔음을 알 수 있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만질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 존재한다. 오관을 통해 감지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눈으로 본 것만을 믿으려 한다. 그러나 바람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많다.

 

 

  바람은 꽃 이파리에 머물지 않는다. 붙잡아도 붙잡혀지지 않는다. 꽃을 감미롭게 휘감아버리고는 이내 멀어진다. 머물게 되면 좋겠지만 바람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련일랑은 아예 가지고 있지도 않고 남겨두지도 않는다. 만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뭇거리게 되고 서성거리게 됨으로서 아픔은 시작된다. 아예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면 슬픔은 일어나지 않는다. 순간의 소중함에 만족하고 그 것에 충실함으로서 행복해질 수 있다.

 

  말려지고 있는 빨간 고추를 통해 욕심을 생각하고 꽃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을 통해 미련을 생각한다. 빨개지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바람처럼 미련을 가지지 않고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고추는 지적하고 있었다.

 

 

  아! 정녕 가을이다.

 

  맑은 하늘은 사랑을 샘솟게 한다. 빨갛게 말려지고 있는 고추도 고맙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꽃들도 감사하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일상의 잡념은 모두 다 놓아버리고 싶다. 날개가 있다면 날아오르고 싶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마음껏 날아가고 싶다. 자유를 만끽하면서 가을을 누리고 싶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꽃,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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