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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경 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로 팸투어를 갔을 때의 일이다. 투어를 하기 하루 전 도착해 오동도를 둘러보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굿스테이 인증 받은 곳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호텔 부럽지 않을 만큼 시설이 깔끔했고 창밖으로 남해의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 건너편에 선소유적지가 보인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 건너편에 선소유적지가 보인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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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주변에 있는 선소유적지를 가 보기로 했다. 묵었던 숙박업소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선소유적지는 충무공 이순신이 조선기술을 가진 나대용(羅大用)과 함께 거북선을 만든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웅덩이 같아 보이는 이곳이 굴강이다.이곳이 거북선을 대피시키던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웅덩이 같아 보이는 이곳이 굴강이다.이곳이 거북선을 대피시키던 곳이라고 한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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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소마을은 고려 때부터 배를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 자연 지세를 이용하여 이곳 굴강(屈江)에 거북선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굴강은 천연 해안 요새를 택해 만든 인공호인데 썰물 때는 물이 빠졌다가 밀물 때는 물이 차곤 하는데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두 차례에 걸쳐 복원된 세검정의 모습
 두 차례에 걸쳐 복원된 세검정의 모습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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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강 옆에는 세검정이 있다. 세검정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수군이 칼과 창등 무기를 갈고 다듬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1980년과 1985년 2차에 거쳐 발굴조사 과정을 거쳐 1986년에 복원된 곳이라고 한다.

거북선을 매어주었다고 전해지는 계선주
 거북선을 매어주었다고 전해지는 계선주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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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세검정 바로 앞에는 계선주가 서있다. 계선주는 높이 140cm로 거북선과 판옥선을 매어주었다고 전해지는데 해안 초소 입구에 있는 것으로 봐서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있던 해안 벅수로 추정된다고 한다.

굴강과 계선주 사이에 깔려 있는 자갈 같은 이것들의 정체는?
 굴강과 계선주 사이에 깔려 있는 자갈 같은 이것들의 정체는?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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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선소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고둥 밭이었다. 거북선을 대피시켰다는 굴강과 계선주 사이에 마치 자갈이 널린 듯 고둥들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발을 옮겨 놓을 수조차 없게 빼곡하게 쌓여있는 고둥
 발을 옮겨 놓을 수조차 없게 빼곡하게 쌓여있는 고둥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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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은 고동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은 고동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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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때 밀려들어왔다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고둥이 아닐까?
 밀물 때 밀려들어왔다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고둥이 아닐까?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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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고둥들이 모두 살아있다.
 자세히 보니 고둥들이 모두 살아있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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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빈 껍데기가 쌓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모두 살아있는 고둥들이었다. 어릴 적 번데기와 함께 고둥을 팔던 아저씨에게 고둥을 사 먹었던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엄청난 양의 고둥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고둥인줄 몰랐다며 신기하게 생각했다. 갯벌이 점점 사라지면서 고둥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연히 유적지에서 고둥 밭을 보게 된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한참 고둥을 보고 있는데 서서히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둘러 선소유적지를 돌아 숙소로 오다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어느새 계선주까지 물이 차올랐다. 바다에 찰랑거리는 아침 해가 눈부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선소유적지, #굴강, #계선주, #여수, #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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