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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청와대 회동 때 모습.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청와대 회동 때 모습.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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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사이에 또다시 난기류가 흐른다. 이번엔 불신까지 싹텄다. 이 대통령이 1일 한나라당 여성의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심대평 총리지명 무산 사태 막후에 이 총재와 오간 비공개 협의 내용을 흘린 것이 발단이다.

점심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화합형 총리 기용의 일환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 '충청권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달라고 해 없던 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 약속'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결국 일이 어그러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청와대측이 세종시 원안 추진 거부해 무산"

이 총재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충청지역의 현안인 세종(특별)시 건설과 획기적인 지방 분권화를 위해 강소국 연방제 추진을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청와대측이 모두 거부해 심 전 대표의 총리 기용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말과 달리 세종특별시 추진 여부가 큰 걸림돌이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두 사안 중) 세종시 문제가 사실은 반드시 약속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청와대 측이 원안대로의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그렇다면 (심 전 대표가 총리로 기용된다 해도) 결국 총리 한 사람 지명 받고 세종시 문제를 유야무야 했다거나 (총리직에)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심 전 대표의 총리 지명에 결국 반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에게 화합형 총리의 하나로 충청권 총리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전해진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중간(전달)자를 통해 심 전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목해서 제의가 왔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청와대 측과의 이런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심 전 대표에게도 얘기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MB, 비공개하기로 약속해놓고 먼저 언급"... '부글부글'

무엇보다 이 총재가 부글부글 끓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비밀에 붙이기로 했던 협의 내용을 이 대통령이 먼저 흘렸기 때문이다. 총리 지명과 관련한 논의 내용은 선진당 내에서도 이 총재와 심 전 대표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전날 이 얘기를 의원들에게 해주면서 "주변에 이걸 궁금해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배석했던 박형준 정무수석이 다급히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언론에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비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언급을 피해왔는데 대통령 자신이 먼저 언급하고 또 이 총재가 되지도 않을 요구를 해서 총리 기용을 방해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선진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비공개 약속'을 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가 심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며 비판하는 데 대해 기분이 나빴던 것 아니겠느냐"며 "거기다 이 기회에 (충청 맹주인) 심 전 대표를 자기 쪽(여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심 전 대표 돌아오라" 복당 요청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심 전 대표에게 두 번에 걸쳐 '복당' 요청을 하기도 했다. 심 전 대표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 조짐이 보이자 이를 경계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이 총재는 "심 전 대표도 다시 우리 당에 돌아와서 원래와 같은 화합된 모습을 보이자"며 "이 작은 지역에서 둘로, 셋으로 갈라지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재는 "총리 기용 같은 일이 없었더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났겠느냐"며 "우리 모두 열린 마음으로 화합해서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고 어려운 난국을 이겨내자"고 거듭 심 전 대표에게 복당 신호를 보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날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선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그:#이회창, #이명박, #심대평, #세종시, #강소국연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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