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효림 스님은 이 책에서 극우 보수단체인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안병직(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과 그 제자 이영훈(뉴라이트 활동)을 현대판 매국노라고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다
▲ 효림 스님 효림 스님은 이 책에서 극우 보수단체인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안병직(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과 그 제자 이영훈(뉴라이트 활동)을 현대판 매국노라고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우리에게는 사대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립해왔습니다. 우리 역사에 사대주의자의 대표는 김부식입니다. 김부식은 고구려의 옛 땅을 찾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안고 도성을 서경으로 옮길 것을 주장한 묘청을 제압하고 당시 고려의 정권을 손아귀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매우 노골적으로 자신의 사대주의를 내세웠습니다"-27~28쪽, '단군은 우리의 국조입니다' 몇 토막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이 쓴 우리나라 역사서 <삼국사기>는 '사기'이며, 그로부터 130여 년 뒤인 고려 충렬왕 때 스님 일연이 쓴 <삼국유사>가 올곧은 우리나라 역사서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시인 임효림 스님이 쓴 생활불교 이야기 3번째 책 <민족의 길>에 실려 있는  '단군은 우리 국조입니다' 편이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효림 스님은 이 책에서 극우 보수단체인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안병직(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과 그 제자 이영훈(뉴라이트 활동)을 현대판 매국노라고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다. 이들이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도 일본이 강제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림 스님은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 매국노 이완용의 가까운 인척인 이병도(1896~1989, 전 서울대학교 대학원장, 문교부장관,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와 그의 손자들까지 싸잡아 맹공격을 퍼붓는다. 이들이 "식민사관을 포기하지 않고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여 우리 역사를 일본사관으로 왜곡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민족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나야말로 보수주의자다"

시인 임효림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 <민족의 길>(새싹)을 펴냈다
▲ 효림 스님 시인 임효림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 <민족의 길>(새싹)을 펴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우리 스님(효림 스님)은 평소 '나야말로 보수주의자다' 하는 말씀을 자주하셨습니다.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잘 간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민주주의 운동을 할 때도 전통적인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려고 한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했습니다"-'책머리에' 몇 토막

지금 성남에 있는 봉국사 주지와 만해마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시인 임효림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 <민족의 길>(새싹)을 펴냈다. 지난 8월 끝자락에 나온 이 책에는 2MB정권이 들어서면서 불거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독도문제, 민족문제, 남북갈등 등이 모두 일부 잘못된 권력자와 학자들의 역사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만성, 만우 스님이 효림 스님과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모두 5장에 실어놓은 '노무현과 민족 자주독립', '단군은 우리의 국조입니다', '왜 불교는 민족종교인가?', '불교의 보편주의', '민족과 민족문제'가 그것.

지난 8월 27일(목) 저녁 7시, 인사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만난 효림 스님은 "요즈음 우리 사회는 좌우의 대립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독도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한 명망을 가진 교수가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한 것이 오히려 우리를 근대화시켜 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한다.

효림 스님은 "그런가 하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군의 전시작전권이라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찾아오자고 하자, 예비역 장성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등이 모조리 나서서 반대를 했다"며 "군사자주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주권을 가진 독립국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부식은 사대주의를 그냥 내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삼국사기>라는 저술을 통하여 이념화했습니다
▲ 삼국사기 김부식은 사대주의를 그냥 내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삼국사기>라는 저술을 통하여 이념화했습니다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건국 60주년 행사는 "국가 법통을 부정하는 망국적인 행위"

"김부식은 사대주의를 그냥 내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삼국사기>라는 저술을 통하여 이념화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삼국사기>는 우리의 역사를 왜소하게 깎아내렸습니다. 이러한 김부식의 사대주의를 중심으로 서술한 <삼국사기>를 보고 민족의식을 살리자고 반기를 들고 나온 분이 일연 스님입니다."-29쪽

먼저 <삼국사기>가 왜 '사기'인지 살펴보자. 보물 제525호로 지정되어 있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7 옥산서원)는 고려 인종 23년, 서기 1145쯤 김부식(1075~1151)이 신라·고구려·백제 3국의 정치적인 흥망과 변천을 중심으로 편찬한 역사서이다. 이 책은 인종의 명에 따라 김부식이 중심이 되어 11명이 참여하여 편찬되었다.

국보 제306호로 지정되어 있는 <삼국유사>(三國遺事, 서울 종로구 곽영대)는 고려 후기 고승 일연(一然, 1206∼1289)이 충렬왕 7년(1281)에 편찬한 역사서이다. 이 책에는 <삼국사기>에서 빼버린 고조선의 역사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건국 역사 등에 대해 출처까지 정확히 밝힘으로서 사료학적인 가치까지 담겨 있다.  

효림 스님은 "김부식은 <삼국사기>라는 저술을 통해 자신의 사대주의를 이념화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오랜 역사를 왜소하게 축소하고 깎아내렸다"고 말한다. 이는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이 김부식을 '이완용보다 우리 역사에 더 나쁜 폐단을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효림 스님은 "일연 스님은 민족의식을 살리고자 <삼국사기>에 반기를 들고 나왔으며,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알리기 위해 <삼국유사>라는 새로운 역사서를 펴냈다"고 설명한다. 효림 스님은 "이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단군 역사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한 예를 들어 보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 8월 15일을 건국 60주년이라 하여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그때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행사를 이끈 단체가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였다. 효림 스님은 이에 대해 "국제적인 망신이자 우리 민족 항일정신에 대한 부정과 국가 법통을 부정하는 망국적인 행위"라고 못 박았다.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알리기 위해 <삼국유사>라는 새로운 역사서를 펴냈다
▲ 삼국유사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알리기 위해 <삼국유사>라는 새로운 역사서를 펴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일본을 위해 태어나고 일본을 위해 학문을 닦는 한국인은 누구?

"그동안 우리 역사는 소위 식민지사관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우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식민지사관을 정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역사인식에서는 절대로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강도 높게 주장하는 힘이 나오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조합니다"-16쪽

효림 스님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단체가 '뉴라이트'라고 말한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안병직과 이영훈이라는 것이다. 안병직은 특히 그가 쓴 근대화론에서 "일본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고 근대화시켜 주었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고" 있으며, 그것도 "일본의 무슨 연구소에서 자금지원을 받아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

안병직은 한때 마르크스 경제학에 빠졌고, 마오쩌둥 이론에도 깊이 빠졌던 경제학자이다. 그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경제를 미국과 일본에 종속된 식민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날 갑자기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일본을 위해 태어나고 일본을 대변하기 위해 학문을 닦은 사람처럼.

안병직의 제자 이영훈(서울대학교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영훈은 방송에 출연해 "일제의 식민지 통치를 찬양하는가 하면, 위안부가 강제징집 당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그야말로 '쓸개 빠진'(?) 친일파다. 효림 스님은 "그는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통령과 그 정부를 상대로 사상을 의심하고 공격한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인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역사는 소위 식민지사관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 독도 우리 역사는 소위 식민지사관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왜곡한 역사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자료 불사르다

"그들(일제)은 조선을 식민지화한 후에 1915년 중추원 편집과 1921년 12월 4일 훈령을 공포하여 '조선사편찬위원회', 그리고 1925년 6월 칙령을 공포하여 '조선사편수회'를 만듭니다... 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한 이래 가장 큰 폐단입니다. 여기에 이완용, 박영효, 권중현이 고문을 맡았고, 위원장은 정무총감이 겸임했습니다"-75~76쪽

효림 스님은 "이 모임에 저 유명한 사학자 이능화와 조선의 천재라고 하는 최남선 등이 위원으로 활약하였고, 식민사학의 대명사라고 할 이병도도 맹활약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여기에서 "우리 역사가 필연적으로 일제의 지배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열등한 민족이고 그러한 역사를 가졌다"고 썼다.

어디 그뿐인가.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왜곡한 역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중요한 역사자료를 수집하여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는 것이다. 효림 스님은 "실로 놀라운 악행"이라며 "그런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8.15 광복 이후에도 이 땅에서 주류로 활약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되묻는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이병도라는 것. 그렇다면 효림 스님이 말하는 이병도는 어떤 인물일까. 이병도는 해방 뒤 한국 역사학계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상징이 된다. 어떻게? 서울대학교 교수를 하고, 문교부 장관,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각종 역사학계를 한 손에 틀어쥐고 제멋대로 주물렀기 때문이다.

효림 스님은 "그의 손자들까지 현재 서울대학교 총장은 물론이고, 각종 기관장을 하고 있다 "며 "그들 손자들 또한 지금까지도 식민사관을 포기하지 않고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켜 그 학설이 역사학계의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데 우리 역사가 어찌 바로 설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나라 안팎에서 제멋대로 구부러진 우리 역사와 민족성 바로 세워야

임효림 스님이 지은 <민족의 길>은 우리 역사가 나라 안팎에서 어떻게 왜곡되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목조목 파헤치고 있다. 왜 미국 등 주변 국가들이 남북통일을 껄끄러워하는지, 중국이 왜 동북아공정 운운하는지, 일본이 왜 독도 운운하며 역사교과서까지 왜곡시키는 지, 북한이 왜 자주권을 주장하는지, 이 책 한 권이면 훤하게 꿰뚫을 수 있다.

이 책은 자그마하고 얇은 책이다. 하지만 시가 짧다고 해서 그 어떤 사실을 꼬집어내지 못하며, 소설이 길다고 해서 그 어떤 사실을 낱낱이 밝혀주던가. 문제는 글을 쓰는 이가 우리 역사와 민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그 눈썰미에 따라 우리 역사와 민족성이 구부려지기도 하도 구부려진 역사와 민족성이 바로 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이 사리처럼 소중하게 빛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임효림 스님은 1968년 승려가 된 후 전국 선원에서 운수납자(스승을 찾아 도를 묻기 위하여 돌아다니는 스님)로 수행했으며, 2002년 <유심> 봄 호에 시 '한 그루 나무올시다' 로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흔들리는 나무> <꽃향기에 취하여>가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 <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가 있다.

생활불교 이야기로는 <사십구재란 무엇인가> <행복으로 가는 기도> <자유로 가는 길 도(道)> 등이 있다. 그동안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을 맡았으며, 지금은 성남 봉국사 주지, 만해마을 사무총장 등을 맡고 있다. 전태일 문학상 특별상 받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효림 스님의 민족의 길

임효림 지음, 새싹(2009)


태그:#임효림 스님, #삼국사기, #삼국유사, #이병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